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도 없고,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키워드도 부족하지만
이 문장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적어나간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AI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해준다.
글을 요약하고, 문장을 다듬고, 제목을 제안하고,
어쩌면 이 글도 어느 부분은 그것의 도움을 받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내,
이 문장을 선택한 것은 나였다.
어떤 말에 머물고, 어떤 말은 지우고,
어떤 마음을 끝내 남길 것인지 결정한 것은 인간인 나였다.
그것이 바로 실존이다.
글쓰기는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다.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받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았고,
이 시대를 견뎠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그 감정을 문장으로 정제해내는 순간,
나는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고,
존재를 나누기 시작한다.
AI 시대에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지식이나 정보보다
‘존재의 흔적’을 건네는 일이다.
그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나도 이런 기분을 느꼈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연결은,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깊어진다.
나는 여전히 인간이고 싶다.
누구도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글을 남긴다.
누군가와 함께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이 외로움과 질문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이 글을 끝내는 지금,
나는 말한다.
실존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존재를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