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깊어질수록, 나는 왜 더 말이 없어졌을까
스무 살 무렵엔 친구가 넘쳤다.
학과 친구, 동아리 친구, 군대 친구, 동네 친구까지.
그땐 모임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달려갔고,
연락이 오면 귀찮기보단 반가움이 먼저였다.
‘인맥 관리’라는 말이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 많은 삶이 자랑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 건지’ 몰랐다.
작년 가을쯤, 갑자기 한 친구가 생각났다.
같이 게임도 하고, 연애 상담도 나누던 놈.
카톡을 열고 이름을 검색했는데,
손가락은 프로필 사진만 몇 초간 눌렀다가 멈췄다.
‘잘 지내?’
이 한마디를 보내기까지 왜 이렇게 망설이게 되는 걸까.
괜히 뜬금없을까 봐,
혹시 상대가 “이게 웬 연락이야?”라고 생각할까 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카톡창을 닫았다.
어느 순간,
내 연락처엔 사람이 그대로였지만
마음 놓고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친구가 줄어든 게 아니라,
친구라는 말이 점점 무거워졌던 건 아닐까.
서로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다음에 보자”는 말이 빈말이 되기 시작한 이후로
관계는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서히 멀어진다.
싸우지도 않았고, 서운하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바쁘고, 피곤하고, 신경 쓸 일이 많다는 이유로.
예전에는 밤새 통화하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서로의 이름 앞에 읽씹 1일차라는 말풍선만 남는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아니면 애써 외면해서.
우정은 그렇게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끝나버렸다.
내가 가장 외로웠던 날,
누구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게 되었을 때의 공허함.
그게 진짜 외로움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젠 친구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필요한 건,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어봐주는 단 한 사람이다.
이 글은 연재 중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나이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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