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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를 만들기엔, 마음을 열기 너무 힘들어졌다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나는 왜 더 말이 없어졌을까

by D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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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누구를 처음 만나도 부담이 없었다.
술자리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친구가 되었고,
게임 몇 판만 같이 해도 밤새 얘기할 수 있었다.

낯을 가리기는커녕,
그냥 사람 자체가 좋았다.
서로 어떤 사람인지 다 알기도 전에
“야, 우리 친구하자”라는 말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 이후, 관계라는 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건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조심과 불안, 그리고 거리감이 함께 따라붙는 일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물리적으로만 떨어져 있었던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천천히 멀어졌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는 건 ‘에너지’가 드는 일이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야 하고,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 눈치를 봐야 하고,
가볍게 꺼냈던 말 한마디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까 두렵고,
혹시 또 관계가 어그러지면
괜히 감정소비만 하게 될까봐 지레 겁부터 난다.


그래서 요즘은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는 말이 이해된다.
혼자는 외롭지만,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불편함보단 덜 힘드니까.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건
다시 ‘처음부터 나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믿어달라고 말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를 보여주기엔
요즘의 나는 조금 지쳤고, 조금은 무뎌졌다.

무엇보다,
“어차피 또 멀어질 거잖아”라는 마음이
내 안에 슬쩍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믿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실망하기 싫어서다.


가끔은 정말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내가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스스로 막는다.
용기가 없는 건지, 경계심이 생긴 건지,
아니면 그냥 나 혼자 지레 포기하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보고 싶은데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어려워진다.

누가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다가오면 내 마음의 문은 꼭 닫혀 있다.


마음을 연다는 건

상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이 글은 연재 중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관계보다 피로감이 먼저 찾아올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이야기해볼게요.공감되셨다면 � [구독] 버튼으로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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