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깊어질수록, 나는 왜 더 말이 없어졌을까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난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했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지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피곤해지는 일이 늘었다.
만나고 나서도 유쾌함보다 ‘에너지 방전’이 먼저 찾아오고,
“오늘 정말 즐거웠다”는 말 뒤에
혼자 조용히 앉아 한숨 쉬는 날이 많아졌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을 헤아려야 하고,
실수 없이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써야 하며,
나 자신의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배려도 해야 한다.
우리가 관계에서 기대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여지는 일인데,
정작 그 관계를 유지하려면
나는 자꾸만 나를 감춰야만 했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 피로해진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는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압박,
서운함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써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
그게 쌓이면, 대화 하나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 사이도 아닌 사람과의 가벼운 대화가 더 편할 때도 있다.
사람이 싫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가
어느 순간 내 일상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내가 힘들어도 “나 힘들어”라고 말할 수 없는 관계,
오히려 그 사람 걱정부터 해야 하는 관계,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이 되어가는 관계.
이런 걸 겪고 나면,
다음번엔 누굴 만나도
**“이번엔 또 언제 무너질까”**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나는 지금도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이제 더는 설렘이 아니라,
조심과 계산, 체력과 감정의 소비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약속 대신 집을 선택한다.
“그냥 좀 쉬고 싶어서.”
이 말을 이해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참 다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연재 중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친구는 줄었지만, 혼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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