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마음을 말하다
술이 살짝 오른 얼굴로,
우리는 조용히 디오니소스를 나섰다.
밖은 이미 한기가 내려앉았고,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춥다."
내가 말했다.
"괜찮아?"
준식이 물었다.
"살짝."
그는 말없이 내게 자신의 코트를 건넸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걷는 속도가 맞춰지지 않아
나도 모르게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
"은정아."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응."
"우리, 지금 뭔가 이상한 거 알아?"
나는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계속 친구처럼 굴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
요즘 너랑 있을 때마다 너무 신경 쓰여."
발걸음이 멈췄다.
"이거, 그냥 친구끼리 드는 감정 아니잖아."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엔 장난기 하나 없었다.
그냥, 조심스럽고도 확고한 진심이 묻어 있었다.
"너는 어때?"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더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계속 말 돌리면서 숨겨왔는데,
사실은 나도…
계속 네가 좋아졌어."
조용한 밤.
우리 둘 사이에 있던
'친구'라는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준식은 웃지도 않고,
그저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다.
"그럼 이제,
우리…
그냥 솔직해지자."
그 말과 함께,
그가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긴장도, 머뭇거림도,
모두 사라졌다.
내 손은,
이미 그 온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