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삶 속에서 시간이 사라지는 방식
연말이 되면 늘 듣는 노래가 있다.
애니메이션 추리 게임 뫼비우스의 띠의 엔딩곡, **〈칵테일〉**이다.
중학생 시절 이 애니메이션을 보던 나는 “음, 좋은 노래네.”
그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고
다시 이 노래를 들으니 가사가 전혀 다르게 들린다.
일 년을 이렇게 빠르게 느끼며 살아가는데
남은 내 인생은 얼마나 멋지게 살 수 있을까
현실적이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문장이다.
나는 분명히 일 년을 빠르게 느끼며 살고 있다.
크게 이뤄낸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시간만은 잘도 앞으로 흘러간다.
그 사실이 가끔은 조금 무섭다.
멋지게 살고 있는지를 묻기보다는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느낀다고 한다.
10대는 시속 10km로, 20대는 시속 20km로, 30대는 시속 30km로 달린다는 이야기.
실제로 30대가 된 지금의 나는 그 말이 꽤 정확하다고 느껴진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이 현상을 뇌가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변화로 설명한다.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자극은 익숙해지고, 그래서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새로운 것이 줄어들수록 하루는 짧아진다.
20대의 나는 늘 변화 속에 있었다.
군대를 가고,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준비했다.
일상은 늘 낯설었고 자극은 넘쳐났다.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의 나는
안정된 집, 안정된 직장, 늘 같은 출퇴근길과 비슷한 주말을 산다.
문득 나의 주말을 떠올려본다.
똑같이 운동을 하고, 똑같은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쩌면 내 시간이 빨라진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이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
레고를 조립해 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게임을 시작해 본다.
시간을 붙잡기 위한 작은 몸부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인생을 멋지게 산다는 건 많이 가지는 삶이 아니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삶일지도 모른다.
늙어서도 세상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설레며 살아가는 것.
연말에 그 노래를 다시 들을 때
예전보다 조금은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그 노래를 재생한다.
아직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