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이라는 말에 하루가 무너질 때
“이거 오늘 안에만 가능할까요?”
“미안한데… 이번만 좀 부탁해요.”
이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된다.
지금 거절하면 눈치 보일까.
받아주면 오늘 하루는 끝났고.
퇴근 직전의 업무는 늘 애매하다.
정말 급한 건지, 아니면 내일로 미루기 싫어서 던지는 건지.
문제는 그 애매함의 비용을 항상 같은 사람이 치른다는 거다.
보통은 이렇게 된다.
참는다 → 쌓인다 → 어느 날 폭발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제서야 말한다.
“왜 진작 말 안 했어요?”
그래서 나는 퇴근 직전엔 성격이 아니라 문장을 꺼낸다.
아래는 실제로 분위기 깨지 않으면서도,
내 시간을 지키기 위해 쓰는 말들이다.
전부 다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먼저 공유한다.
기대치를 조정하면, 실망도 줄어든다.
예시:
“오늘은 검토까지만 가능하고, 반영은 내일 오전에 가능합니다.”
‘완성’이 아니라 ‘임시’라는 단어를 붙인다.
급함의 책임을 내가 다 떠안지 않기 위해서다.
예시:
“오늘은 초안까지만 가능하고, 최종본은 내일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거절 대신 선택지를 준다.
회사에서는 ‘안 된다’보다 ‘이게 더 낫다’가 잘 통한다.
예시:
“급하면 오늘 임시로 가능하고,
아니면 내일 오전에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어요.”
퇴근 직전 업무의 핵심은 늘 이것이다.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그 손해를 조용히 내가 떠안지 않게 만드는 문장이다.
예시:
“그럼 지금 하던 A는 내일로 넘어가는데, 괜찮으실까요?”
받아들이되, 시간을 내가 정한다.
이 문장은 생각보다 많은 상황을 정리해준다.
예시:
“급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내일 오전 우선순위로 잡아둘게요.”
완전히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오늘의 나를 퇴근시키는 문장이다.
예시:
“자료는 지금 주셔도 괜찮고, 처리는 내일 바로 들어갈게요.”
마지막 카드다.
감정 없이, 설명 없이, 기준만 말한다.
예시:
“오늘은 여기까지가 제가 처리 가능한 범위입니다.”
짧고 단정할수록, 상대도 더 말을 얹기 어렵다.
한 번의 배려는 미담이 되지만,
반복되는 배려는 역할이 된다.
선을 긋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
오늘의 나를 지키는 일은,
내일의 나를 계속 회사에 나오게 만드는 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책임을 교묘하게 떠넘길 때 쓰는 말들,
“이건 네가 했잖아”라는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문장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나를 덜 소모시키는 말들을 계속 정리할 예정이다.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보고 싶다면 구독해두셔도 좋다.
그리고 궁금하다.
당신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어느 쪽인가요?
“이번만” / “급해서” / “원래 네가 하던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