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교묘하게 떠넘길 때 쓰는 문장들
“이거 네가 맡았던 거잖아.”
“아니, 그때는 네가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잠깐 하얘진다.
내가 진짜 그랬던가?
아니면 그냥, 지금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진 걸까.
회사에서 책임은 늘 명확하지 않다.
업무는 여럿이 거쳤고, 말은 흘러갔고, 기록은 남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가 생긴 순간, 책임은 가장 조용한 사람에게 떨어진다.
예전의 나는 설명하려고 했다.
“그때는 이런 맥락이었고요…”
“사실 그건 제 판단이 아니라…”
하지만 설명은 거의 도움이 안 된다.
설명하는 쪽은 방어적으로 보이고,
떠넘기는 쪽은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설명 대신 문장을 바꿨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억울함이 아니라 확인으로.
책임 떠넘기기의 핵심은 이거다.
� 의견이 결정처럼 취급되는 순간.
그걸 먼저 분리한다.
예시:
“그때는 제 의견을 드린 거고,
최종 결정은 공유된 방향으로 갔던 걸로 기억해요.”
책임을 나 혼자 짊어질 이유는 없다.
‘개인 판단’이 아니라 ‘팀 결정’으로 되돌려놓는다.
예시:
“당시에는 팀에서 합의된 방향으로 진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짧고 단정할수록 좋다.
덧붙이면 다시 흔들린다.
업무 범위를 명확히 자른다.
역할이 명확해지면, 책임도 따라 정리된다.
예시:
“저는 초안 정리까지 맡았고,
최종 검토와 승인 단계는 제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책임을 던지는 사람은 보통
‘전체’를 뭉뚱그려 말한다.
그래서 시점을 잘라낸다.
예시:
“그럼 이슈가 생긴 시점이 언제였는지부터 정리해 볼까요?”
이 문장은 감정싸움을 업무 회의로 바꾼다.
기억은 흔들리고, 말은 변한다.
기록은 덜 변한다.
예시:
“메신저/메일에 남아 있는 내용 기준으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떠넘기기는 속도가 확 줄어든다.
비난 프레임에서 빠져나오는 문장이다.
과거를 묻지 않고, 다음을 본다.
예시:
“누구 책임인지보다, 다음엔 이런 일이 안 생기게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회의실 공기가 바뀐다.
책임을 ‘결정권자’에게 돌려준다.
결정 없는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시:
“지금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대응하면 될지 방향만 주시면 그에 맞게 움직이겠습니다.”
회사에서 억울한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많이 한다.
반대로, 책임을 잘 피하는 사람들은 말을 정리해서 한다.
선을 긋는 건 따지는 일이 아니다.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내가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몫이 아닌 책임까지 조용히 가져올 필요는 없다.
다음 글에서는
“왜 항상 내가 제일 많이 맡게 되는지”
착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구조와
그 구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나를 덜 소모시키는 문장들을 계속 모아간다.
다음 글도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으로 이어줘도 좋겠다.
그리고 하나 묻고 싶다.
당신은 책임이 생길 때,
설명하는 쪽인가요, 정리하는 쪽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