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대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온다며 근심스러운 얼굴로 저를 찾아온 환자가 있었습니다. 대변볼때피가 나는 경험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수도 있습니다.
수분 섭취가 적은 날 유독 변이 딱딱하게 나오면서 힘을 주면 항문 입구에 통증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 변을 닦으면 휴지에 살짝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정 질환이 있는 분이 대변볼 때 피가 비친다면 ‘어쩌다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증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혈변 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거나 오랜 기간 계속된다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요주의’ 증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변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주로 위/대장/항문 질환이 있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그 중에 항문질환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치질(치핵)증상으로 혈변이 대표적입니다.
치질(치핵)은 항문 조직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항문관 밖으로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항문관 안에는 배변 조절을 원활하게 하는 신축성 좋은 괄약근과혈관이 풍부한 점막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변이 직장 밖으로 밀려나오지 않도록 하는 ‘항문 쿠션(배변 시대변이 밖으로 밀려나오다가 배변 후 항문관 안으로 들어와 더 이상변이 직장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쿠션 역할을함)’이 있습니다.
치질은 이러한 항문 쿠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치핵이 항문관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치질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노화(항문 주변 조직이 약해지면서 항문 안의 치핵이 돌출)가 원인이 되거나 만성변비(혹은 설사), 임신, 잘못된 배변습관(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을 경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치질 초기증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잘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초기에도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치핵 진행 단계’에 따라 통증 양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참고 : 치핵 진행 단계
1도 치핵(내치핵은 있지만 항문 밖으로 탈출하지 않고 대변볼때피만 비치는 경우)
2도 치핵(배변 시 또는힘을 주면 치핵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들어가는 경우)
3도 치핵(치핵이 튀어나온 상태로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야 항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경우)
4도 치핵(손가락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고 계속 항문 밖에 튀어나와 있는 경우)으로 분류합니다.
혈변은 대표적인 치질 증상 중 하나입니다.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면서 대변에 붉은 선홍색의 피가 섞여서 나올 수 있습니다.
치질이 있으면 배변 시 항문이 화끈거리고 열감이 있으며 간질거리는 등의 항문 주변 부위의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치질 환자 중에 ‘화장실 가기가 두렵다’며 배변을 참는 분도 있는데, 배변 시 항문 통증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1~4도 치핵에 대해언급했는데, 변을 볼 때 항문에서 뭔가 툭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치핵 진행 정도에 따라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졌을 때 뭔가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치질 증상이 있는 환자 중에 실제로 치질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30% 정도이지만, 치질을 방치하면 치핵 돌출 부위에 부종이 생겨 나중에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자칫 감돈성 치핵(항문 밖으로 탈출한 치핵이 항문괄약근의 긴장으로 마치 목이 졸리듯 조여 혈류 장애나 혈전이 생겨 부종과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대변볼때피가 나거나 항문 통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