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한 고령의 환자분이 게실염 진단 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게실’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며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게실’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생소할 수 있지만, 중년 이후부터 고령층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로 대장게실과 게실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대장게실(Colonic diverticulum)이란 대장 벽 일부가 장막 쪽으로 탈출해 생긴 작은 주머니 모양의 병변을 뜻합니다.
대장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의 약해진 부분을 통해 대장 바깥쪽에 주머니 형태로 돌출된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대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대장에 주머니가 생겼다’라고도 비유해서 표현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시경적으로 보면 마치 홈이 파인 것처럼 관찰되며, 한 개가 아닌 여러 개가 모여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게실증(diverticulosis)이란 게실이 있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있는 상태(게실이 존재하는상태)를 말합니다.
게실증이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그래서 대장내시경검사 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실염(diverticulitis)이란게실에 염증이 동반된 상태를 말합니다.
대장 벽에 생긴 게실 안에 장의 내용물이 고이면서 발생하는 염증 질환입니다. 게실염은 대장에서 많이 발생하며,주로 우측 S자결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게실 출혈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흔하며 대변에 피(혈변)가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주로 '무통성 출혈'이 대부분이지만, 게실 출혈 환자 중에 약 5% 이내로 심한 출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게실증이 있으면서 게실 출혈이 나타나기도 하고, 게실에 염증이 발생해 출혈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게실 출혈을 보이는 환자 중에 약 20%에서 게실염이 동반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게실염 환자의 80%는 50대 이후에서 발병)
게실만 존재하는 게실증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게실이 터지거나 염증이 생기면 복통과 복부 압통(배를 누를 때 통증), 발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게실에서 출혈이 생기기도 합니다.
게실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대장의 압력이 높아지는 상태’를 손꼽습니다.
가령 변비가 있으면 복압이 상승하면서 대장의 압력도 상승하게 됩니다. 변비는 원활한 배변 활동과 관련이 깊고, 장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상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식습관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고섬유질 식이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수입니다.
아울러 과다한 육류 섭취는 가급적 피하고,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섭취할 것은 권합니다.
물론, 게실증이나 게실염 등이 특정 음식을 섭취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올바른 식습관이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평상시 식습관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