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부터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장장 15년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EBS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를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교육적으로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와 별개로 뿡뿡이 덕분에 '방귀'에 대해 인식도 제법 '친숙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는 '방귀=민망함=고약한 냄새=타인의 시선’ 등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뤘다면, '방귀=너도 뀌고=나도 뀌고=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는 인식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중심에 ‘친숙하고 귀여운’ 방귀대장 뿡뿡이 캐릭터와 프로그램의 유익성이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오늘은 ‘방귀’를 주제로 위·대장 건강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방귀(fart)는 ‘항문으로부터 방출되는 가스체’를 말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식물이 배 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겨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의 기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대다수 동물도 방귀를 뀝니다.
복부팽만감으로 저를 찾아온 환자가 ‘방귀 궁금증’을 쉴새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방귀는 위장관 안에 있는 기체 또는 공기가 항문으로부터 나오는 생리현상으로, 장에 차오르는 가스로 인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방귀는 하루 평균 500~1,000㎖ 많을 경우 최대 1,500㎖까지 방출됩니다. 가스의 양을 부피로 설명하면 풍선 1개를 채울 만큼에 해당합니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평균 방귀 횟수는 10~20회로, 하루 중에 자신이 ‘방귀를 뀐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방귀는 99%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머지 0.09%는 메탄,나머지 0.01%는 암모니아나 황화수소 등 우리의 코를 자극하는 물질들입니다.
어떨 때는 방귀 냄새가 나지 않고,또 어떨 때는 매우 지독한 냄새를 풍기기도합니다. 이것은 섭취한 음식물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령 달걀(계란)이나 육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게 되면, 단백질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 '황' 성분에 방귀 냄새가 독하게 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대장 내 많은 양의 가스를 유발하는 음식(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브로콜리나 양배추, 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들은 방귀를 잘 유발하지만,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가끔 방귀 냄새가 독하게 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방귀 횟수가 하루 25회 이상이고 매우 독한 냄새가 나며, 이러한 증상이 몇 달씩 계속된다면 위·대장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장에 가스가 차면 복통이나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스가 차면 가능한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해주어야 합니다. 방귀는 가벼운 기체로 분출되지만 우리 몸에 문제가 생기면 방귀를 배출하는 빈도가 높아지거나 독한 냄새 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방귀 냄새가 지독하다는 의미는 대장 내 유해 세균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입니다.
만일 방귀 냄새가 독하고 심할 정도로 방귀가 자주 나온다면 몇 가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위·장관 기능이 약화돼 장내 균형이 깨지고 나쁜 균이 증식하면 독한 방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민성 대장염 환자 중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분도 있고,
급성 장염이나 세균성 장염 등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또,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 증상 중 하나로 ‘잦은 방귀와 독한 냄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방귀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고,일시적으로 방귀 횟수가 잦거나 독한 냄새를 풍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 중에, 혹은 평상시 생활하면서 방귀가 자주 나오고 독한 냄새를 풍기는 증상이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방귀가 주는 위험 신호’를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평소에 속이 자주 더부룩하고 배에 가스가 차며 부글부글 한 증상이 잦고, 복부팽만과 소화불량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소견과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