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가려움으로 저에게 진료받으러 온 환자 대부분은 이러한 고충을 토로합니다.
특히 가려운 증상을 표현할 때 '불쾌한 가려움'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가볍게 간질거리는 정도의 가려움이 아니라, 타는 듯이 화끈거리면서 강도가 센 가려움이라는 의미입니다.
항문 가려움 외에도 항문 주변이 끈적거린다거나 항문의 분비물 때문에 속옷의 오염되는 등 남에게 밝힐 수 없는 ‘불쾌한 경험’을 겪기도 합니다.
부위가 부위인지라 가렵다고 해서 박박 긁을 수도 없으니 주변 시선이 더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몇몇 환자는 부끄러운 질환이라며 진료받는 것조차 꺼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항문소양증은 다른 항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항문소양증(pruritus ani, 肛門搔痒症)이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항문과 그 주변의 피부, 혹은 외음부 등이 가려운 증상을 말합니다. 한자 뜻을 풀어보면 긁을 소(搔), 가려울 양(痒), 증세 증(症)으로 ‘항문이 가려워 긁게 되는 증세’입니다.
항문 가려움증은 특별한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 없이 항문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특발성(일차적)’이 있습니다. 반면 특별한 병적 상
태 등 특정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속발성(이차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질환 있다면 속발성 항문소양증 요주의
항문 가려움은 전신 질환부터 대장/항문 질환,피부 질환 등 여러 가지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성 설사나 직장의 탈장과 같은 구조적 이상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항문 주위 피부가 대변에 노출이 잘 되는 경우 항문가려움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 설사와 변비,
항문 피부꼬리(항문 췌피),
치열과 치루,
돌출된 치핵(내치핵, 외치핵)
등이 있는 분이라면 항문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항문소양증을 빗대어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라고 말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항문을 긁어 주변 피부가 손상돼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가려운 부위를 긁게 되면 손톱 사이에 변과 피가 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위생상의 문제도 발생하고 부수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에서 항문 가려움은 ‘다른 동반 질환’에 의해 발생하거나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특히 치핵(치질), 치열, 치루 등의 항문질환 여부를 잘 살펴야 합니다. 소양증 자체를 치료하면서 다른 항문질환을 동시에 치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치핵은 복압과 변 덩어리 등에 의해 울혈이 생겨 항문 주위 조직의 변성과 탄력도를 떨어뜨립니다. 배변 시 치핵 돌출이 반복되어 항문 주변의 가려움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치열은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것으로, 주로 변비에 의해 발생합니다.치열이 심할 경우 항문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항문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치루는 항문선 피부 안팎에 구멍이 생겨 염증으로 진행돼 그 구멍으로 농양(고름)이나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질환입니다. 고름 같은 분비물이 속옷에 묻어 나오면서 항문 주위의 피부 자극과 불편한 느낌, 항문 가려움과 통증 등을 유발합니다.
항문소양증은 그 자체가 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입니다.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감염이나 피부염, 항문질환 등 증세를 유발한 질환이 있는지 먼저 판단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그렇기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치핵이 있다면 항문 가려움을 유발한 질환을 치료하면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항문소양증 연고 등의 경우 일시적인 치료 효과만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반드시 치핵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특별한 원인이 없이 나타나는 항문 가려움증은 국소 마취용 크림과 연고,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 등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 효과일 뿐 가려움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더군다나 장기적으로 연고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항문 가려움은 평상시 항문의 위생적인 관리가 병행되어야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항문 주위 청결, 비누 대신 미지근한 물로 씻기, 씻은 후 잘 건조 시키기 등이 그것입니다.
어느덧 6월, 여름의 초입부에 들어섰습니다.
장마철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습하고 더운 날씨가 항문 가려움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