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가 없어도 되나요?”
담낭(gallbladder, 쓸개) 질환으로 저에게 진료받은 환자 중에 담낭절제술을 앞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쓸개가 없어도 괜찮은 건지, 담낭제거 후유증은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담낭제거에 대한 오해와 막연한 선입견이 큰 탓이겠지요.
오늘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담낭제거 후유증을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쓸개는 간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간에서 분비되는 쓸개즙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농축하는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로 쓸개 담(囊), 주머니 낭(囊)을 써서 담낭이라고 부릅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십이지장으로 담즙(bile, 쓸개즙)을 분비하는데, 담낭은 직접적인 소화기관이라기보다는 소화 효소(주로 지방의 소화) 돕는 조효소 역할을 합니다. 소화 작용에서 위산을 중화시키고 다양한 소화 효소의 작용을 촉진시켜 줍니다.
우리 속담 중에 ‘쓸개 빠지다’ 혹은 ‘쓸개 빠진 놈’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는 짓이 사리에 맞지 않고 줏대가 없을 때, 혹은 사리분별력 없이 줏대가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속담이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다 보니 담낭 제거 수술(담낭절제술) 후 ‘쓸개가 없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걱정된다’거나 혹은 ‘쓸개를 제거하면 소화를 못 시키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
이처럼 담낭제거 후유증과 관련해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서, 오늘은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모아 담낭제거 FAQ로 알기 쉽게 알려드리겠습니다.
Q 쓸개는 소화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쓸개가 없으면 소화를 못 시키지 않나요?
A. 간은 담즙(쓸개즙)을 만들고, 간 아래 붙어 있는 담낭(쓸개)은 평상시에 담즙을 저장해두었다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그때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내려보내 지방질을 분해하고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담즙을 저장하는 쓸개가 없어도 여전히 간에서는 담즙이 생산되고, 총담관과 간 내 담관 등의 저장 기능이 늘어나므로 소화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곧바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 음식물과 섞여 소화 효소 작용을 촉진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담낭 제거 수술 후에 소화가 안 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Q 담낭을 제거하면 평생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담낭의 기능은 간과 상호보완적이고, 담낭이 없어도 담도(담즙이 지나가는 통로)가 그 기능을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담낭이 없어도 간에서는 담즙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음식을 가리거나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수술을 하든 ‘수술 후 몸이 적응해 원래대로 돌아오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폭식 등 담낭 건강을 해쳤던 나쁜 식습관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수술 후 회복이 훨씬 더 빨라질 것입니다.
Q 그럼 담낭제거 후유증은 전혀 없는 건가요?
A. 담낭절제술(담낭제거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 일부는 복부의 불편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담낭제거수술 증후군’이라고도 하며, 실제로 담낭 제거 수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담낭 제거 수술 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회복 기간에 소화가 잘 안되거나 헛배가 부르고, 트림, 복부 불편감, 가슴 답답함, 복통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 담낭 수술 후 회복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A. 담낭절제술 후 쓸개가 없는 상태로, 간에서 ‘담즙 조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적응 단계를 거칩니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2개월 정도를 담낭 수술 후 적응 기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일한 수술을 해도 환자의 나이나 체력,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회복 기간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담낭 제거 후 회복 과정에서 담당 주치의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건강 추이를 잘 살피며 수술 후 주의사항을 잘 지킨다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담낭수술 후 이것만은 꼭 지켜라, 당부의 말이라면?
A. 담낭 수술 후 몸이 완전히 회복하고 나면 음식을 가려 먹거나 제한하지 않아도 되지만,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다음을 권고합니다. 수술 직후에는 아무래도 소식하는 것이 좋으며 퇴원 후에는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급적 무리한 활동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에 따라 일시적으로 불편한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곧 사라지지만, 만일 열이 나거나 수술 부위의 심한 통증 등이 있다면 신속히 내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