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잦은 다이어트 반복으로 변비가 생기기도 하고 평상시 식생활 습관이나 불규칙한 배변 습관, 운동 부족 등도 변비를 부추기는 원인이 됩니다.
문제는 변비증상을 방치할 경우 치질(치핵)이나 치루, 치열 등 대표적인 항문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오늘은 변비와 치질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변비(constipation, 便祕)의 사전적 정의는 대변이 대장 속에 오래 맺혀 있고, 잘 누어지지 아니하는 병입니다.(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 의학적 소견을 덧붙이면
1)배변 횟수가 적거나
2) 배변 시 무리하게 힘을 준다면
3)혹은대변을 보고 싶은데 변이 잘 안 나오는 경우
4) 대변이 매우 딱딱하게 굳은 경우
5) 배변 후에도 변이 남아 있는 듯한 잔변감(불완전한 배변감 혹은 후중감이라고도함)
6)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2회 미만이라면
변비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한해 변비 환자가 약 66만 명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통계 수치상으로도 변비 환자가 정말 많지만, 무엇보다 잦은 변비와 만성변비가 치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더욱더 유의해야 합니다.
평소 변비가 없던 사람도 임신과 출산 후에 변비가 생길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노화와 장운동 약화, 식습관 변화 등에 의해 변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변비 자체는 질환이라고 볼 수 없지만 질환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변비와 치질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항문관의 조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항문관 내에는 배변 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혈관과 결합조직이 모인 점막하 근육(일명 항문 쿠션)이 있습니다.
이곳이 비정상적(조직 변성)으로 변화하면 항문관 주변의 탄력이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항문관 주변의 덩어리를 이뤄 배변 시 이 덩어리가 점차 밑으로 내려와 항문관 밖으로 빠지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치질(치핵)입니다. 치질은 항문질환의70~80%에 달할 만큼 가장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치질 환자 중에 상당수가 만성변비를 동반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어 변을 보는 습관이 계속되면변을 볼 때마다 복압과 항문 압력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쿠션 역할을 하는 점막하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며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치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질 등 항문질환이 있다면 변비증상은 없는지 더 유심히 관찰하고 평상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의배변 활동은 일일 1회를 기준으로 하며 배변량은35~225g 정도입니다.(변 상태가 전혀 문제없이 2일에 한 번 변을 본다면 이는 변비가 아니라고 판단함)
변 상태는 건강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데, 건강한 변은 '바나나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길이는 12~15cm, 굵기는 2cm 정도이며 변 배출이 원활하고 배변 시 잔변감이 없다면 건강한 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변이 툭툭 끊어지는것은 좋지 않습니다. 변 길이가 짧고 잔변감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변비가 생기기 직전의 상태 혹은 변비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가늘고 긴 변의 경우, 잦은 다이어트 등으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변비가 심해지거나 고질적인 만성변비로 발전할 수 있으며항문질환 발생 위험도 커지는 만큼 건강한 식습관의 변화가 꼭 필요합니다.
저는 대장·항문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특히 더 ‘변비의 위험성을 절대 간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변비가 있다는 건변이 항문 밖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장 속에서 오래된 변이 계속 머물러 있으면 부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과 노폐물이 대장 점막에 영향을 주어, 대장과 항문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비는 치질·치루·치열과 같은 항문질환 외에도 대장게실이나 대장무력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변비로인해 대장이 과도하게 수축하면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해 대장 벽의 약해진 부분이 주머니처럼 부풀어오르는 대장게실이 생기기도 합니다.
변비증상으로 변비약을 자주 복용하는 경우 자칫 대장관 벽에 있는 신경 다발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배변 시 필요한 반사신경이 둔화되고대장 운동 자체가 무력해지는 대장무력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변비를 대장·항문질환의 근원’이라고 비유해서 말하곤 합니다. 그만큼 변비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평상시 건강한 배변 습관과 식생활 습관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