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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우 Sep 07. 2022

유학, 가도 될까?

아무튼, 청춘입니다

   안녕하세요! 공우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12기 부원입니다. 서울대 공대에서 보냈던 저의 지난 4년 중 어떤 부분을 들려드리고 싶은지 많은 고민 끝에,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저의 꿈에 한발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던 마지막 1년간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유학 준비 과정은 이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부터 마지막에 어떤 학교를 갈지 선택하는 과정까지 수많은 선택들로 이뤄져있고, 또 이 선택들이 각자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의 한 사례만으로 ‘유학 꿀팁 혹은 지침서’를 작성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했던 고민들과 이를 통해 배운 점들을 보시고 본인만의 해결방법이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편한 마음으로 ‘이 사람은 이렇게 했구나’ 정도로 봐주세요 :)



마음먹기: 유학 갈까 말까?

  제가 유학을 확실히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말이었습니다. 3학년 때 인턴을 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연구직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다짐은 한 상태였지만 국내에서 할지 해외에서 할지는 당시에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였습니다.

  혹시라도 가게되면 뭐라도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GRE학원을 신청해서 겨울방학동안 다녔지만 모호한 목적지를 가지고 왜 유학 가고 싶은지도 결정을 하지 못한 채 다닌지라 숙제도 안 해가면서 꾸역꾸역 다녔습니다. 결국 3월초에 본 GRE 시험에서는 그냥그런 성적을 받고 끝났습니다. 그렇게 무기력한 상태로 지내다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였습니다.

   미국 대학원 입시 결과는 주로 2-3월 중에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 GRE를 그냥저냥 치고 무기력하게 있다보니 작년에 준비를 했던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유학을 갈지 말지 결정도 못한 상태였으니 별 타격이 없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그 소식을 듣고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부러움과 동시에 ‘갈지 말지 결정도 못하고, GRE도 대충 보고 온 마당에 나는 노력도 안하면서 남이 이뤄놓은 것만 부러워하는 걸까?’하는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우울했던 몇 주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 끝에 제가 깨달은 건, ‘결국 나는 유학이 가고 싶은데 내가 못 해낼까봐 (내가 갈 자격이 충분히 없을까봐) 각 잡고 준비하는 것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하고 무서워했구나’ 였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도 ‘잘 할 거 아니면 시도를 하지말자’라는 저의 완벽주의자 성향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잘 되든 안 되든, 각 잡고 해보기라도 해야 후회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유학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진로는 각자 비슷한 양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이 있는게 아니라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가 결국 가장 마지막에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길을 가는 것이 망설여질 때는 내가 쌓아온 경험들과 좋아하는 것과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못 해낼까봐 겁나서 그런 것인지 다시 생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그 길이 가고 싶지만 못 해낼까봐 망설이는 것인지 알고 싶다면, 다양한 진로를 택해서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케이스를 보면서 ‘부럽다…나도 저러고 싶다…’ 생각하게 되는지, 그리고 왜 부럽다고 생각했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다소 찌질(?)해보일 수도 있지만 초반에 감이 아예 안 잡힐 때 써먹을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위 글을 읽고 나면, 단 몇 주만의 고민으로 ON/OFF 스위치가 바뀌듯이 갑자기 ‘유학가자!!!!’ 이렇게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유학에 대한 다짐이 20%에서 60% 정도로 올라온 수준입니다. 겨우 ‘시작’을 결심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제출해야하는 서류들 특성상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왜 가고 싶은지 이유에 대해 더 구체화하고 생각해볼 기회들이 많습니다.



방향 정하기: 어떤 연구실을 갈까?

   저는 여름 방학에 부랴부랴 GRE와 TOEFL 성적을 만드느라 지원할 연구실을 알아보는 것은 8월 중순에 시작했고, 9월 말에 SOP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나 그래서 뭐 연구하고 싶지?”였습니다. 3학년때 학부 인턴을 하면서 관심있던 연구주제에 참여해보았지만, 제가 했던 주제에 하나에 대해서만 자세히 알고 있고 그게 어떤 큰 맥락 속에 있는지, 제가 가려는 세부 분야에서 현재 어떤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교수님들 웹사이트와 논문들이었습니다. 교수님들 웹사이트를 처음 보면, 제가 그랬듯이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계속해서 “내가 인턴 때 참여했던 연구에 이 교수님이 관심을 보여주실까?”라는 걱정이 물밀려와서 스트레스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조사하는 과정은 잘만 활용하면 관심 분야에 대해 많이 배우고 SOP 작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마다 진학하려는 학과의 웹사이트에서 Faculty 혹은 Research Area 같은 탭에 들어가면 세부 분야별로 교수님들과 교수님들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웹사이트에는 지금 그 교수님들이 가장 관심있는 주제들을 적어놓기 때문에, 본인이 가려는 분야에 계신 각 학교 교수님들 홈페이지를 모아서 정리하다보면 지금 그 분야에서 뭐가 주목을 받는 주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들 웹사이트는 그 분야를 자세히 연구하게 된 배경보다는 어떤 것에 관심있고 관련해서 무엇을 해왔는지 나열하는 식으로 적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도 특정 주제에 대해서 ‘왜 이 연구 주제가 중요하고 어떤 배경 속에서 이런 연구들이 이뤄졌는지’를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 주제와 관련된 논문의 초록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초록에는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시도가 있어왔고, 여전히 어떤 문제가 잔존하는지’가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왜 이 교수님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 내막을 좀 더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관심있는 분야가 어떤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배울 수 있어서 저는 이 과정이 유학에 대한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류 준비하기: SOP

   SOP는 Statement of Purpose로, 대학원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학하며 대학원에서 어떤 것을 연구하고 싶은지 적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SOP를 준비하는 과정은 ‘재료 준비하기’ 단계와 ‘큰 그림을 그리고 재료들을 엮기’ 단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료 준비하기

본인이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싶은 세부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Logic Design이라는 과목과 Computer Architecture 과목을 들으면서 연산을 물리적으로 구현한다는 개념과 소프트웨어에 맞게 하드웨어를 최적화한다는 개념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Computer Architecture 수업이 끝날 때 교수님께서 연구실 여름 인턴을 선발하신다고 하여 이에 지원하였고, 다음 해 여름에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을 가졌던 딥러닝 가속기 설계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해당 분야에서 이뤄지는 다른 연구들을 접해보기 위해서 대학원 수업인 Advanced Computer Architecture를 수강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그 과정은 다르겠지만 본인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자하는 세부 분야를 찾아 수업을 듣고 인턴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쳤다면 SOP에 쓸 재료는 준비되었습니다!


재료 엮기

   그저 그간 무엇을 해왔는지 나열만 해도 된다면 이야기가 훨씬 쉬워지겠지만 SOP는 하나의 잘 조직된 글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재료들을 엮을 큰 그림이 필요합니다. 그 큰 그림을 위해서 제일 필요한 질문들은 아래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직업적/학문적 측면에서)

   (2) 내가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 기여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인만큼, 하루 아침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SOP를 쓰는 데 시간을 넉넉잡아 투자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도 9월 말에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막막했지만, SOP를 쓰기 위한 재료들을 확보하고 이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원할 연구실을 찾기 위해 논문을 읽고, 교수님들 웹사이트를 뒤져보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생각이 잡혀갔습니다. 그 큰 그림이 잡혔다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엮을지는 본인의 자유입니다. 본인의 강점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흐름이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흐름을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의 최종 SOP를 보면, 첫 문단은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기반으로 왜 대학원을 오고 싶은지 기술했습니다. 그 후에는 재료들을 하나의 과정으로 엮어서 왜 이 세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적고, 마지막에는 그래서 앞으로 대학원에서는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은지를 기술했습니다. 쓰는 과정 자체는 고민도 많이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보고 생각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저는 왜 유학을 가는지에 대해 더 확고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SOP 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필요한 고민들을 많이 해본다면 유학 준비 과정에 더 방향성을 갖게 해주리라 생각됩니다.


학기 중 서류 준비하기

   저는 4학년 2학기를 다니면서 지원서를 준비습니다. 저처럼 졸업하지 않은 채로 유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그럴 경우 4학년 2학기를 계획함에 있어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로드를 적당히 가져가자”입니다. 미국은 9월부터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1학기까지 하고 졸업해도 무관합니다. 저처럼 남은 학점이 많다면 무리하게 4학년 2학기까지 끝내려고 하기보다는 5학년 1학기까지 염두에 두고 미리미리 로드를 분배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둘째로 “2학기에도 충분히 새로운 스펙을 추가할 수 있다”입니다. 앞서 로드를 가볍게 하라고 해놓고 이런 소리를 하니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2학기는 지원 당시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학기입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성적 때문에 불안해서/여유가 없어서 듣지 않았던 것 과목들을 분배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이렇게 2학기를 부족한 2%를 채우는 시기로 활용하면,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SOP에 보강할 내용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결정하기: 대학원 결정

    저는 1월부터 2월초까지 일부 학교들이랑 인터뷰를 진행했고 2월~3월에 걸쳐서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그러면 이제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저도 최종 2개 학교가 고민되어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혼자 고민도 많이 해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이 2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대학원생과의 대화였습니다. 고민되는 연구실 몇가지가 있다면 각 연구실의 대학원생과 이야기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면접이나 웹사이트에서만은 확인하기 어려운 교수님의 지도방식이나 그 연구실에서 대학원 신입생들이 어떤 식으로 본인의 연구 주제를 찾아가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와 동시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은 제 추천서를 써주셨던 교수님들의 경험담이었습니다. 먼저 유학을 다녀오셨던 교수님들의 경험을 듣다보면, 교수님들께서는 어떤 기준으로 연구실을 고르셨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고민 중인 학교 중 하나에서 학위를 받으셨으면 해당 학교에서 학위를 받을 때 어떤 점이 힘든지, 그리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면 남은 건 본인의 결정입니다! 저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건 정말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들어가는 결정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어떻게 하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결정을 좀 더 마음 가볍게 내릴 수 있게 도움이 되었던 생각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엄청 고민을 하고 있을 때에 한 교수님께서 대학원 시절에 기억에 남았던 말을 저한테 들려주셨습니다. "선택을 신중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드는 것은 그 선택지 자체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라는 말입니다. 유학 준비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던, 그걸 좋은 선택으로 만드는 힘은 그 선택지 자체가 아니라 여러분에게 달려있으니 모두 겁먹지 말고 과감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길을 가시길 응원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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