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등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참담한 결과였고, 절망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건 아닌가봐' 라고 자책했다가도
'열심히 했으니깐 그나마 이정도인거야' 라고 위로하기도 했다가
기분이 오락가락 했던 하루였다.
그렇게 기분이 누그러들고 밤에 잠을 자려는데
문득, 이러다가 내가 의사는 될 수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성적을 받았다고 나쁜 의사가 되는걸까?
1등 받은 애가 나보다 좋은 의사가 되는걸까?
그게 아니라면 왜 우리는 이렇게 아등바등 1등이 되려고,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받으려고 하는걸까.
그러다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어 도달한 결과,
왜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공식을 만들어 놓은걸까?
우리가 읽어온 수 많은 위인전들, 자기계발서, 자서전의 대부분은
남들이 쉬운 삶을 택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할 때,
자신은 몇 시간 더 일찍 일어나고, 몇 시간씩 더 시간을 투자해 남들이 이루지 못한걸 이뤘다고 한다.
그게 성공인것은 맞다. 그렇게 노력해야지만 성공하는것도 맞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더 행복했을까?
인생의 목표를 쫓고자 그들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냅두고 질주하며 갔을까?
남들은 인생의 소소한 행복을 챙겨가는 순간에 그들은 수 많은 것들을 놓고 갔을 것이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나 역시도 무엇인지도 성공인지도 모른체, 거기에 행복이 있을거라는 굳은 믿음하에
공부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잠도 못자게 괴롭히며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인생을 다 살아본건 아니지만, 당장 내일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내 추억이 그저 자책과 후회로만 가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마라톤에 뛰어든걸 깨달았는데, 이젠 마라톤을 1등으로 완주하기 보단,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을 가져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