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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of SNU Oct 17. 2021

2021년,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현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이창수 부지부장님과의 인터뷰

서울대학교 학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는 노동자 방문 취재,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 진행, 노동 관련 세미나 및 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인권봉사분과 동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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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모두가 똑같은 노동자 아닌가요? 서울대 학생들도 일을 시작한다면 노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입직 경로가 다르고 받는 돈이 다를지언정 근본적으로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모두가 같은 노동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차별하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는 노동자들이 일할 만한 공간일까? 지난 14일, 서울대학교 제75주년 개교기념사에서 오세정 총장은 대학의 근본적인 사명이 “대학이 만들어내는 엄밀하고 깊은 지식으로 생명을 구하고 사회를 되살리는 것”에 있다고 썼다. 그러나 대학이 그리는 미래에 노동자들의 자리는 얼마만큼일까. 서울대학교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대학이자, 생활협동조합 조리 노동자 10명 중 8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일터, 2년 동안 두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자리로 남아 있다. 


그리고 9월 26일,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의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은 천막을 쳤다. 10월 6일, “생협 이대로라면 다 죽는다”라는 구호와 함께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왜, 무엇을 위해 천막을 지키고 있을까? 천막 농성의 중심에서, 〈빗소리〉가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의 이창수 수석부지부장을 만났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사무실에 만난 이창수 부지부장님



-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창수입니다. 대학노조는 전국 160여 개의 국사립대학이 가입된 민주노총 총연맹 산하의 산별노조예요. 41개의 국공립대, 120여개의 사립대학 노동조합이 가입해 함께 대학 내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천막 농성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지난 4월부터 생활협동조합 본부와 임금교섭을 실시해 8월 말에 임금교섭이 결렬됐어요. 노조 측에서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 사항으로는 단일호봉 단일직급제, 식대, 명절휴가비, 초중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식당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협 사무처는,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난 뒤에야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42,000원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어요. 그러면 3호봉 임금은 2022년도 최저임금보다 13,000원 높은 수준이고, 1호봉·2호봉 금액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거예요.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 들어갈 때까지도 생협 측은 기본급 42,000원 인상 외에 명절 휴가비, 위험수당 같은 여타의 교섭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8월에 교섭이 결렬된 뒤 9월 15일에 쟁의행위 투표를 실시했고, 조합원 90.1%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 생협 측과 교섭은 진행되고 있나요?


9/27 사후조정 이후 다시 교섭했고, 생협 측은 기존 인상안인 42,000원에 추가로 36,000원을 더해 총 78,000원을 인상하는 교섭안을 제시했는데, 그게 1호봉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100원 더 많은 수준이에요.

191만 4540원. 우리의 노동이 겨우 최저임금 수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은 정부에서 설정한 말 그대로 최저 수준인데, 노동자들은 어려운 현장에서, 아주 녹록지 않은 노동 환경에서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아요. 연 30%의 명절휴가비를 제외하곤 수당이 없고, 식대가 포함되지 않은 최저임금을 받는데. 생협은 코로나로 식수가 감소되는 등 사정이 어려워 식대 제공을 못 한다는 입장이고, 2020년도에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식사 질 개선에 대한 조정 합의가 있었지만 1년간 식사 질 개선에 대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지금도 주메뉴가 없는 식사를 하고 있고요. 닭다리 없는 닭백숙, 연어 없는 연어 덮밥, 함박스테이크 없는 함박 오므라이스 등 급식실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부실 급식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켓을 들고 출근길에 나섰고, 텐트를 치고, 부분 파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되도록 학생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는데….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문제도 있고, 총학생회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로 협조를 구할 상대도 마땅하지 않아 상황이 좀 어려웠죠. 파업 하루 전인 10월 5일에 당장 오늘이라도 새로운 교섭안을 만들어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3시간 정도 부분파업을 하게 됐습니다.



- 생협 측의 이유는 코로나 19로 인한 재정 악화인가요?


맞아요. 그런데 생협 경영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미 18년부터 나왔어요. 생협이 식당, 매점, 카페만 운영해서 수익을 내기가 힘들잖아요. 정부 주도하에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했을 당시에도 월 150~170만 원 수준이었는데, 그 역시도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있었어요. 이후에도 생협 사무처 등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결국 학생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식대 인상안을 내세웠고, 노조 측에서는 학교가 나서서 구성원들에 대한 복지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로 2020년에 식대 인상 저지 투쟁을 했죠.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중년의 여성들이에요. 보통 여사님들이 이르면 40대, 늦으면 50대에 식당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그분들이, 어떻게 보면 ‘험한 노동’을 하면서, 근골격계 질환을 얻어가면서 20년을 근속해야만 월급으로 257만원, 4대보험 및 세금을 제외하면 약 2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계십니다. 과연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생협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해요.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생협으로서는 학교발전기금에 돈을 지불해야 하니 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아는데. 그래서 우리도 요구사항을 많이 줄였어요. 올해 어려우니 기본급 동결하자, 다만 단일호봉 단일직급제 적용하자고 얘기했습니다. 7만 6천원을 올려도 최저임금보다 100원 더 받을 바에는..


늘상 노동자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어요. 정부에서 올리는 최저임금 정도로 받을 바에는 비싼 노동조합비 내지 말고 노조 탈퇴해도 된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노조가 굳이 무슨 필요가 있나? 그것보다는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해야 하지 않나? 서울시에서 정한 생활임금이 대략 230만 원 정도예요. 최소한 1호봉이 생활임금 수준에는 미쳐야 한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그걸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식사 질 개선해서 제대로 먹고 일하자, 위험한 일을 하니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달라, 대학 본부 직원들에 한참 미달하는 생협 노동자들의 명절휴가비를 인상해 달라 그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데…. 생협의 상황도 어렵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알려야 하지 않나?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인력 부족 및 노동 강도의 문제도 심각해졌습니다


생협 노동자들이 신림동 주변에 있는 한의원이나 정형외과들을 꿰고 있어요. 그 한의원에서 침 맞아보니, 정형외과에서 치료하니 좋더라 서로 추천도 많이 합니다. 2020년에 비해 생협 급식노동자들이 27% 감축되었는데, 올해 2학기에 대면 수업을 계획하면서 인원을 조금 보충하기는 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얼마 가지 못하고 그만둬요. 노동 강도가 워낙 세니까. 다들 물리치료 받으러 가서 칸막이 너머 목소리를 들으면 “아 누가 왔구나” 서로 알아요. 그 적은 월급으로 병원비를 내고, 일한 지 20년 되는 분이 달에 250만원 받으면서 1년에 3~4번 15만원치 주사 맞으러 가는, 그런 식이에요. 그렇게 열 명 중 여덟 명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면서 일하는 거예요.



서울대학교 본부와 중앙도서관 사이에는 연대의 의미로 대학노조의 각 국립대 지부로부터 온 깃발이 걸려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셨어요.


예전에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산재 신청을 잘 하지 못했어요. 예전에 초등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나서면서부터 근골격계 관련 산재 신청이 수용되기 시작했고…. 이번 한노보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는 노동자들에게도 산재를 많이 알리고, 산재 신청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생협의 급식노동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일하고, 40%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빠져버리면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가 힘드니까 계속 일은 합니다. 80여 명의 인원이 일하고 있으니 한 명이라도 빠지면 일이 무척 힘들어져요. 조금 더 여유롭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하고, 무급 병가 신청을 하더라도 치료를  받는 게 맞는데…. 인원이 없으니 현실적으로 다들 그러지를 못해요. 난감한 부분입니다. 학교 측에서 인력 보조를 해준다든가 정식으로 충원해야 하는데 여전히 어려워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발간한 자료 中 

"신체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유병률을 NIOSH 기준에 따라서 살펴보면, NIOSH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호소자는 81%였다."  (요약문 中) 

"특히 근골격계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응답이 74.4%였고, 이료비는 본인이 부담했다는 으답은 98.4%로 나와 특히 관리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요약문 中)


"최근 들어 생긴 문제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인원이 줄면서 남은 노동자들의 일이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식수인원이 줄어든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동료 노동자 수가 줄면서 업무령이 상당히 늘었다고 답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에는 어느 정도 역할이 나뉘었던 식당들도 이제 더 많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p.51)



한편 학교 측에서는 10월 18일부터 대면 수업 전환을 예정하고 있는데요.


생협 측 집행 이사를 만났을 때 인원을 30~40명 정도는 더 뽑아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노동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다들 그만둬요. 올해 188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데, 이걸 받으면서 고된 일을 할 인원이 과연 그 정도 있을까? 이제 다들 오려고 하지도 않아요. 저임금 계약직, 고강도의 노동, 낮은 직장 안정성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미 서울대가 ‘나쁜 일터’로 소문이 나버린 거죠. 급여라도 올렸으면 좋겠는데, 본부에서 급여라도 지원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급식노동자들을 직고용하기도 해요. 판매 수익금을 전적으로 음식에 투자하다 보니 식사의 질도 좋아요. 그렇게 해야만 학교 구성원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질 텐데 사실상 우리는 가격보다 훨씬 부족한 식사를 하는 거죠. 



일시적으로 인원을 충원하다 보니 문제도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자하연이나 농생대에서는 서로서로 일을 도와주면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공대나 기숙사 식당은 인원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거죠. 학관 식당도 인원이 많이 줄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고요. 특히나 생협 측에서는 시간외근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시차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어요. 새벽에 나가는 사람이 점심을 다 준비해야 하는데 많아야 5명 정도의 인원이 그 일을 해요. 남아 있는 사람 자체가 적으니 일을 배우기도 어렵죠. 서로 누가 누굴 도울 수가 없는 상황인 거예요. 가끔은 서로가 컨베이어벨트에 들어오는 식판을 받는 기계 같기도 한데…. 학생들에게 웃으면서 배식할 수도 없고 눈을 마주칠 수도 없고, 앞도 안 쳐다보고 배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요. 수년 일한 숙련 노동자들도 힘든데, 어떤 신규 노동자가 와서 이 일들을 감당하겠습니까? 



현재 서울대학교 곳곳에는 이와 같은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파업에서는 생협 이대로는 다 죽는다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서울대의 노동자로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위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20년 3월, 경영대 소속의 어느 교수가 “생협을 외주화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어요. 생협 사무처에 있는 사람들이야 편하겠지만, 생협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발언 하나하나에도 고용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죠. 생협 구성원들의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근본적인 수익 구조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쪽은 생협인데, 곳곳에 산적한 문제들을 코로나 19나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로 치부하고 있어요. 올려봤자 최저임금보다 100원 더 받는 수준인데, 노조의 요구가 과도한 건가요? 20년 정도 근속해서 세전 257만 원 받는 사람들이 290만 원 정도 받게끔 하는 것이 너무 큰 문제일까요? 노동의 가치가 최소한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다보면 노동조합의 잘못으로 책임이 전가돼요. 구성원에게 복지를 하는 건 생협 사무처의 역할인데, 학교에서 위탁한 매장들 수수료만 받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제대로 운영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대로 가면 생협이 죽을 것이라고 본 거고요. 수익 구조를 잘못 운영하는 경영 문제로 인해 노동자들과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받습니다. 외주를 준다 해도 수익 문제는 여전한데, 그러면 자연히 식사의 질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이 죽고, 생협 조직 자체도 죽어 나가는 거예요. 



말씀하신 문제들은 생협 직영화라는 노동조합의 장기적 목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노동자를 천시하는 대학, 대학 본부 측의 태도가 가장 큰 어려움 아닐까요. 의식주 중 食 아닌가요? 학생들이 먹는 음식을 개선하겠다는 대학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예전서부터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을 천시했어요. 구성원의 건강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낮은 직급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러한 문화가 있기에 대학도 노동 문제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있고요. 결국, 구성원에 대한 책임을 버리려 하는 겁니다. 생협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18년부터 4년째 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학교 측의 의지가 보이질 않고 있어요.


성낙인 前 총장은 ‘천 원의 학식’을 만들었지만, 그냥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양질의 식사를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3,000원짜리 식사에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모든 식사의 질을 보전하도록 한다면 굳이 생협 직고용까지 안 가더라도 수익 구조나 구성원 복지가 나아지질 수 있는 거죠. 배곯고 어려웠을 적에 60~70년대 상황만 생각하면서 굳이 천 원 식단에만, 바깥 매체에 알릴 만한 식단에만 투자하는 행동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협 직고용 같은 어려운 길을 가지 않더라도 그런 식으로 학교 측에서 지원하면, 정말 몇천 원씩만 하면 식사 질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자들의 처우가 올라가고 인건비 보전도 될 거예요.


생협을 없애고 노동자들을 직고용하려면 1만 명 전체 총회가 필요한데…. 솔직히 하기 힘든 어려운 싸움이에요. 다만 학교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단지 생협을 도와준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학교가 책임을 지고 구성원들의 복지를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원금을 주면 어떨까? 노동자는 “나의 삶”을 위해 투쟁하고, 학생들도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소리 내면 어떨까? 저는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는 학교를 생각해요. 그러면 노동자들이 단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아니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는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천막이 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서울대는 일할 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서울대학교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현장직에 있는 노동자들을 천시하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청소 노동자, 그분들이 없으면 학교가 돌아가기 힘들어요. 꼭 필요한 분들이고, 꼭 필요한 노동인데, 노동의 가치는 사실 똑같지 않을까요? 노동에 있어 누구나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데, 같은 일을 하면서도 ‘너희들은 이만큼 받아야 해’하면서 실질적인 차별이 존재해요. 생협 노동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년의 여성들은 직장 생활 퇴사 후, 육아 후 돌아갈 곳이 없어요. 그런 분들이 일터에 나와 일하는 것을 천시하지 않고 “내 가족이 일한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댓글을 보다 보면 식구들도 왜 그런 일을 계속하느냐고 물어봐요. 그런데 일부의 학생들이, 몇몇 사람들이 본인의 생각에 대해 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나는 그 댓글을 보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하는 것이고, 동료를 위해 하는 것인데 일부가 그렇게 평가한다고 해서 사실이 바뀌겠는가? 진실은 언젠가 알려지겠죠. 학교가 바뀌었으면 좋겠고, 학교의 구성원들이 생협과 우리 공동체 내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아셨으면 좋겠고, 실질적으로 이분들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래요.

나가면 여러분들도 똑같은 노동자 아닌가요? 서울대 학생들도 일을 시작한다면 노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입직 경로가 다르고 받는 돈이 다를지언정 근본적으로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모두가 같은 노동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차별하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받고, 못 받고의 차이가 좀 더 줄어들었으면 좋겠고요. 인식 개선을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데에도 모두가 성원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한노보연에서 발행한 보고서(‘서울대 생협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 환경 및 건강 영향 실태 조사연구 보고서’)에 구체적인 자료가 담겨 있어요. 이번 결과로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도 더 많은 주목을 받고, 더 이상 이곳에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울대는 일할 만한 공간인가? 처음의 물음은 다시 “서울대는 일할 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미래형의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덜 다치는 일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일터, 학교와 노동자들의 약속이 지켜지는 일터.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일하고 삶을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런 노동자들의 꿈은 얼마나 가까이 왔을까. 또 얼마나 멀게 느껴질까. 



“조합원들이 인터넷 댓글만 읽으면 다들 의기소침해져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피켓을 들고 나와 있는데 한 대학원생이 와서 투쟁 기금에 보태 달라며 5만 원을 보태 줬고요. 때때로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 또 희망을 봐요.”



인터뷰의 시작과 끝에서 그는 인터넷 댓글을 읽으며 의기소침해진 조합원들이 가장 걱정된다며, 그럼에도 위로하고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웃었다. 사람에게 좌절하면서도 결국 사람에게서 희망을 보는 것. 그렇게 작은 마음들을 모아 무쇠를 자르고 길을 터 내는 것. 그런 믿음으로 그는 27년 동안 서울대에서 일해왔고, 그 일터에서 여전히 싸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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