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 자체직원, 그 첫번째 이야기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혹여는 간혹 곳곳에 있는 대학신문이나 서울대저널의 표제에서 ‘자체직원’이라는 단어를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다른 학교 혹은 회사에서 자주 들어볼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니 자체직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특히 우리가 본부를 방문하거나, 아니면 각 과의 사무실을 방문하더라도 직원 명패에 ‘나는 자체직원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도 않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더욱 힘듭니다. 그렇기에 자체직원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 실체부터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자체직원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어 있는 수치와 사람들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2020년 고용노동부에서 공시한 서울대학교의 직원 수는 3,214명에 달하지만, 같은 해 서울대학교 통계연보에 기록된 직원 수는 1,814명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될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는 직원으로 집계되지만, 서울대학교는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1,310명은 누구일까요? 여기서 바로 “자체직원”의 실마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서울대학교 인력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들이 바로 서울대학교만의 이원화된 고용 구조에 따른, 이른바 ‘자체직원’입니다. 이러한 구조의 출발을 알아보기 위해서 시계를 2011년 서울대학교 법인화 당시로 돌려보도록 합시다. 법인화 이전 학교에는 공무원, 그리고 이른바 ‘기성회비’를 통해 인건비를 보장받은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국립서울대학법인이 출범하면서 이들은 자연스레 ‘법인직원’이 됩니다. 이들 법인직원은 대학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인사 및 노무관리가 이루어지게 되며, 상대적으로 안정된 근무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자체직원’은 각 단과대, 연구시설 등 서울대 소속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채용한 근로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자체직원들은 서울대학교 본부로부터 관리를 받지 못하고 기관마다 일관적이지 못한 관리 아래에 있어 지속적인 불안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글에서는 그러한 ‘불안과 차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자체직원의 문제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요?
여기서는 간단하게 자체직원 분들이 실제 직장 생활 중에서 어떤 차별을 겪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크게 보자면 이들은 신분 차별, 복리후생, 인건비, 건강장려휴가, 취업규칙 등에 있어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자체직원들의 불분명한 업무 분장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자체직원들은 서울대학교 본부에서 총괄하는 기준에 따라 인사 및 노무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각 기관에서 일관적이지 못한 기준에 따라 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자체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일관되게 정해져 있지 않아서 실제로 자체직원들의 업무분장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바뀌어 불안한 업무 수행 환경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규직 법인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조직도상 역할을 ‘업무보조’로 명시하는 등, 자체직원들은 정규직 법인직원들에 비해서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자체직원들이 받는 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교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직원 번호가 있습니다. 교원은 ‘A’로 시작하고, 법인직원은 ‘B’로 시작하는 반면에 자체직원은 마지막 알파벳인 ‘Z’로 시작합니다. 직원 번호를 부여받는 것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처우가 가시화되어 있는 것이지요.
서울대학교 본부 측에서도 직원 번호에 의한 신분 차별의 문제를 인식했고, 2020년 서울대학교 국정감사에서는 직원 번호 문제를 개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순한 전산상의 구분자에 불과하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정규직 직원들과 실제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자체직원들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Z”라는 직원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전산상의 구분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2. 일하는 사람인데 돈은 인건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앞서 누누이 강조했듯, 서울대학교 교직원 고용체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누더기 고용’ 형태입니다. 학교에 직접 고용된 법인직원 외에, 각 처국 별로 별도 고용된 자체직원은 이미 서울대학교 산하 기구의 운영에 불가분한 역할을 담당하며, 심지어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유사한 직무를 담당하는 경우마저 존재합니다. 조각보를 방불케 하는 이런 누더기 고용체계로 인하여 서울대학교는 현재 고용 중인 교직원 수를 제대로 집계하지도 못하여, 자료마다 들쭉날쭉한 수치를 발표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서울대학교의 「2021년도 법인회계 세입세출 예산」 공시입니다. 여느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예비비 등을 분류하여 작성했습니다.
이 가운데 운영비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운영비에는 시설관리비, 장비관리비, 용역비, 임차료, 유지비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의 운영비 내역에는 독특한 항목이 눈에 띕니다. 바로 직원급여, 상여금, 수당, 법정부담금입니다.
물론 서울대 측에서는 법인화 이전의 국가공무원, 직원 정원을 계승하여 법인 정관에 명시한 정원인 1,200명 내에서 법인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이와 같은 이원화 고용구조가 정착했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각 부서나 학과별로 발생하는 인원 소요를 적시에 대처하기 위하여 산하기관 별 자체 고용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각 기관별로 고용하는 체계로 인하여 직원 간 복지 수준이 천차만별로 차이 날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자체직원의 복지 수준이 개선되지 못하게 압력이 가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가 지난 3월 공시한 「2021년도 법인회계 세출예산 집행지침」 내 운영비 항목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자체직원의 급여에 관한 지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반면 시설관리비와 법인직원 여비, 숙직비, 업무추진비는 철저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021년도 예산안의 ‘인건비’ 항목에서는 교직원의 충원율과 급여 인상률을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자체직원의 급여가 포함된 ‘운영비’ 항목에서는 오히려 “경상적 경비절감을 위하여 처·국 운영비, 공공요금 등은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하였음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운영비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자체직원 급여·수당 역시 도매금으로 “동결”되어버린 것입니다.
드넓은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 흩어진 자체직원들의 처우는 작년과 올해 국정감사에서 연달아 다뤄졌지만, 오세정 총장이 약속한 바와 달리 자체직원의 처우 개선이나 법인직원과의 형평성 달성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간극은 더욱 벌어졌습니다. 여느 부문과 마찬가지로, 혹은 더욱 가혹하게 서울대로 들이닥친 코로나19 때문이었습니다.
3. 자체직원은 건강 장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차별은 한국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코로나 19 상황에서 더욱 명료하게 드러났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건강장려휴가’ 문제입니다.
코로나 이전, 법인직원에게는 “조합원의 건강유지 및 체력증진”을 목적으로 하여 ‘건강장려휴가’가 특별히 부여되어 왔습니다. 이는 자체직원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특별휴가였으나, 코로나 19 상황이 시작된 2020년 3월에 자체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장려휴가가 새롭게 부여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 상황을 맞이하여 직원의 건강유지를 목적으로 하여 확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직 자체직원의 경우에는 1년 이상 재직한 경우에만 부여하고, 계약직 자체직원에게는 건강장려휴가를 원천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차별적 양상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1년 이상 재직하지 않았거나 기간제로 일한다고 해서 코로나 19가 그 사람을 피해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코로나-19 관련 자체직원(무기계약직) 건강장려휴가 부여 안내(2020.3.9.). 서울대학교는 심지어 본부 인사교육과가 각 기관에 공문을 내려보내 "부여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대상이 건강장려휴가를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 철저"할 것을 당부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에 대해 오세정 총장은 2020년부터 이런 문제가 이미 개선된 상태에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답변은 거짓이며, 그때 당시에도, 2021년 11월 현재에도 여전히 자체직원은 건강장려휴가에 있어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동종 혹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정부의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동용 위원: 코로나19에 대한 위협도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은 차별을 받았습니다. (중략) 무기계약직 자체 직원은 2019년 중 임용되어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에게는 건강장려휴가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인직원은 2019년 중 임용되어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어도 건강장려휴가를 부여한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자체직원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않습니까?
◯국립대학법인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 (중략) 건강장려휴가의 경우에는 작년에는 그렇게 됐는데 2020년부터 개선을 해서 같이 주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윤영덕 위원: 그다음에 앞에서 존경하는 서동용 위원님이 여러 가지 지적을 하셨지만 건강장려휴가도 같이하시겠다고 하니까……
◯국립대학법인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 그것도 바뀌었습니다.
※ 2020년도 국정감사 교육위원회회의록(2020년 10월 22일) 중 발췌
2.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금지
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의 임금,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지 않는다.
※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2020.11)
이렇듯 지금도 학교 곳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자체직원 분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불필요한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각자가 수행하는 업무나 처한 상황이 워낙 다르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에도 비교적 어려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본부 측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책임 있게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이러한 의식이 발현되기 쉽지 않기에,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요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더더욱 자체직원 분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