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셔틀버스 기사님
서울대학교 학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는 노동자 방문 취재,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 진행, 노동 관련 세미나 및 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인권봉사분과 동아리입니다.
SNS를 통해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의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빗소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isten_rain_sounds/
빗소리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nurainsound/
Q. 버스 운행 일은 얼마나 오래 하셨나요?
A. 저는 이제 거의 한 10년 넘어가고 있어요. 많이 배워가는 중이에요. 버스를 여기에 들어와서 배우면서 주변 선배들한테도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제가 버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상태로 들어온 게 아니라 여기서 배우면서 일을 시작한 거기 때문에 ‘이거는 조금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부분이 있으면 선배들한테 한번 여쭤보고, 반장님이라든지 동료분들한테 한번 물어봐서 해요. ‘이런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아니면은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런 거 물어보고요. 하면서 고쳐나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Q. 버스 운행 일은 서울대에서 처음 시작하신 건가요?
A. 네. 그전에는 알바식으로 스키장에서 배달 알바는 했었어요. 운송 쪽은 아예 여기서 처음 시작한 거죠.
Q. 현재 서울대에서만 버스 운행을 하고 계신가요?
A. 지원 같은 경우에만 따로 외부로 나가고요. 그게 아니면 그때 보여드린 것처럼 시간표가 정해져서 나와요. 정해지고 나온 데서 조금씩만 변동이 있고 거의 틀 안에서 일하고 있어요.
Q. 점심은 보통 학교에서 드시나요?
A. 대부분 학교 구내 식당에서 먹긴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도시락을 따로 싸와요. 어차피 시간이 저희가 점심시간을 딱 준다고 해도 다들 그 시간에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12시에 먹는 경우가 있고 11시에 먹는 경우가 있고 1시에 먹는 경우가 있어서요. 편안하게 도시락을 싸와서 저희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학생분들이 저희한테 지원하셔서 1년에 식권이 몇 장씩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걸로 드시는 분도 있고, 식권이 없으시면 할인 혜택도 있어서 따로 식당 이용하시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Q. 기사님들 사무실이 따로 있으신 거 같은데 어디에 있나요?
A. 301동에 파워플랜트 그 공간 안에 있어요. 사무실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분실물을 찾으시면 저희가 사무실 쪽으로 알려드리거든요. 일단 저희가 습득하면 갖고 있다가 찾으러 오는 학생 없으면 청경실에 넘겼다가 그다음에 없으면 폐기하거나 그러거든요. 그래서 학생분들이 분실물을 찾으시기에 저희한테 한 번 여쭤보는 게 가장 빨라요. 같이 운행하는 차들이 있으면 그 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바로 찾는 게 가장 빨리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학생은 ‘저 뭐 잃어버렸는데 혹시 같이 일하시는 분들한테 한번 연락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말하는 학생이 있더라고요. 그런 경우는 진짜 빨리 찾는 경우죠. 언제 잃어버렸는지 알면 어떤 버스가 같이 운행한 시간인지 그런 게 바로 나오니까. 근데 나중에 ‘며칠 전에 잃어버렸는데’ 이렇게 하면 정말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없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게 있어요.
Q. 최근에도 셔틀 버스에서 가방에 달려있는 인형 같은 걸 잃어버렸는데 다른 학생이 그걸 그냥 자기가 가져갔다고 하더라고요.
A. 그런 경우 꽤 있어요. 그런 좀 소소한 거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옛날에 그런 그런 경우도 있다고 했었거든요. 누가 버스에서 노트북을 후다닥 들고 나갔는데 그 당일 날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신고가 들어 왔던 적도 있어요.
Q. 301동 쪽 사무실 건물은 여러 선생님들이 이용하시기에 공간이 잘 되어 있나요?
A. 네 협소하지 않고요. 1층은 저희 반장님이 있는 사무실 공간이고, 2층하고 3층이 저희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3층에는 운동실도 만들어주셨고 샤워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어서 이용하기에는 편해요. 그리고 의견이 조금 나뉘어서 아직 안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 전부터 몇 번 사무실 개편도 해 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Q. 10년 동안 버스를 운행해주시면서 학교 곳곳을 다 아실 것 같은데요, 기사님이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시고 마음에 들어하시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A. 저는 무조건 정문이요. 정문이 탁 트이잖아요. 가을에 풍경이 좋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어서 좋아요. 또 이번에 정문이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잖아요. 그래서 멋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 길이 일자로 되어 있어서 그전보다 다들 속력이 조금 빨라져서 조금 무섭기도 해요. 거기가 저녁이 되면 조금 위험한 공간이 되긴 해요. 어둡잖아요. 금방 개편해 주시겠지만 저희도 대학동 나가는 경우나 그런 식으로 나가면 사람이 언제 튀어나올지 잘 안 보여서 아직까지는 걱정이에요. 멋있는 곳인데. 거기를 (청원경찰 분들이) 통제해 주실 때는 그나마 안심하고 다녔는데 그 시간대가 끝나면 조금 두렵더라고요. 이게 긴장하면서 나가야 되니까.
Q. 셔틀 버스라는 것 자체가 학생들이나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직접 대면하는 쪽인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선생님이 있으신가요?
A. 처음 들어왔을 때 제가 맡았던 버스가 앞문만 있는 조그마한 버스였어요. 옛날에 있던 작은 버스였고. 그때는 정말 정신없이 일을 했는데, 왜냐하면 앞으로 타면 앞으로 내려야 되기 때문에 ‘내릴 학생이 있어요’ ‘조금만 비켜주세요’ ‘먼저 내리고 탈게요’ 그런 걸 제가 다 했단 말이에요. 그러다가 이제 양문 차를 이용하니까 그런 경우가 확 줄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더 대화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제 불편 사항들이 있으면 직접 얘기를 해주기도 하세요. 예전에 자기가 타려고 할 때마다 버스가 출발한다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런 건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야 하니까 얘기를 해 봤죠. ‘어떤 일이 있으셨냐’ 그랬더니 ‘저번에도 내가 타려고 하니까 출발을 하고 정문에서 타려고 해도 출발한다’ 그래서 ‘그러셨냐. 언제 그랬는지 기억하시냐. 수정하겠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이해해 달라’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렇게라도 한번 말씀을 해 주셔서 저도 언제 그랬는지 생각을 하다 보니까, 저희가 일반 버스하고 다르게 2교대를 하잖아요. 거의 1시간에서 2시간마다 계속 교대를 하는데 제가 이제 교대를 넘겨줄 때 저는 빠지면서 차를 출발해요. 아마 제 생각에는 그럴 때 버스가 보고도 그냥 갔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한번 말씀해 주신 게 저희한테도 공부가 되고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Q. 운전하시면서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긴 한데 컴플레인 말고 대화 같은 거는 잘 안 나누시나요?
A. 네. 가끔 일하시는 분들은 ‘날씨가 많이 춥다.’ 이런 식으로도 말을 거시는데 학생 같은 경우는 거의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말 거시면 알려드리겠는데
Q. 일하시면서 뿌듯할 때도 있으실 것 같고, 힘들고 지친다고 느끼실 때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A. 지치는 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그럴 때 말고는 없고요. 뿌듯한 경우는 제가 학교 안을 오래 다녀도 완벽하게는 잘 모르는데 지도까지 찾아가면서 알려드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감사하다고 하시는 경우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좀 더 알면 더 잘 알려드릴 텐데’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 팜플렛을 제가 가지고 다닌 적이 한 번 있었어요. 신입생분들에게 나눠드리면 잘 찾아가시는 데 좋으니까 그랬던 적이 있었죠.
Q. 기억에 남는 동료가 있으신가요?
A. 다 기억에 남죠. 오래 같이 생활을 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최근에 한 학생이 기절했는데 선배님이 인공호흡을 하셨어요. 요즘 같은 경우도 사람 가까이서 인공호흡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멋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학생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는 업무를 맡았지만, 만약 그 상황이 닥쳤다면 ‘119 부르고 다가가기 힘든 상황이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멋있더라고요.
Q. 시내 버스의 경우 기사님들이 서로 인사도 하시던데, 혹시 학교 셔틀 기사님들께서 친분을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도 많이 나누시는 편인가요?
A. 저희 사무실 안에서는 이야기를 나눠요. 그런데 차 운행 중에는 만나기가 어려우니까, 그때는 이제 도로 상황이 특이한 점이 있으면 전화로 ‘지금 좀 막힌다. 공사 중이다. 사고가 났다.’ 이런 점을 알려줘서 서로 운행하는데 지장이 없지요.
Q. 그럼 혹시 주변 동료 기사님들이나 아니면 선배 기사님들한테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는 점이 있으실까요?
A. 지금도 발전하는 중이라서 솔직히 지금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동차는 이 정도면 됐어. 이 정도에, 이렇게만 하면 돼’라고 생각하면 바로 사고가 일어나거나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계속 배워야지요.
Q. 학생들한테 뭔가 이렇게 좀 지냈으면 좋겠다거나 그런 게 있으실까요?
A. 제가 여기서 맡은 일은 학생들을 안전하게 운송해드리고 하는 일이니까, 안전하게 다녔으면 좋겠고요. 핸드폰을 요즘에 많이 사용하다 보니까, 이어폰을 쓰고 핸드폰에 집중하니까 위험하지요. 승차할 때도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서 조금 미끄러지시는 분도 있고, 최근에는 킥보드도 많이 타시잖아요. 버스 자체가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많기 때문에 저도 긴장을 하는 편입니다. 학생분들은 다치면 평생 안고 갈 수 있는 거니까 그거는 조금 주의하셨으면 좋겠어요. 안 다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요.
Q. 일 자체에 대해서도 말씀을 여러 가지 나눴었는데, 일 자체가 나한테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 혹시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그렇게 깊게는 안 해 본 것 같습니다. 이게 나름 재밌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학생들이 조금 기분 나빴다 이런 부분도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저희도 오해된 부분도 말씀드리고 괜히 꼭 안고 쌓아두시는 것보다는 말씀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혹시 이제 연말이니까 내년에 약간 바라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A. 바라시는 게 딱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요. 코로나 빨리 끝났으면 하는 것, 정말 그게 가장 베스트인 것 같아요.
Q. 자제분이 있으신가요?
A. 올해 결혼했습니다. 이제 자녀 계획 잡고 있습니다.
Q. 안 그래도 신혼이시면 놀러 다니셔야 할 텐데요.
A. 그렇죠 그래도 와이프가 많이 이해해줘서 고맙죠.
Q. 직장인처럼 일과 시간이 있으신가요?
A. 저희가 기본적으로 9시간 근무이긴 한데, 하루에 평균적으로 1시간반씩 초과근무를 하지요. 어제는 야간까지 일을 했고, 돌아가면서 합니다. 작년에 눈이 많이 와서 회사에서 자는 경우도 많았었어요. 작년에 너무 힘들었어요. 작년에 운행을 하다가 301동에 고립되어서 못 내려온 적이 있었어요. 신소재로 가서 유전자공학 쪽으로 우회해서 운행했는데, 학생들이 많이 모르시고 ‘안 올라가는구나’ 아쉬워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도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