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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 감성지기 Jun 11. 2020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폭력 사이

NO는 NO, 상대의 의사표현을 존중하자

어느 날 동아일보 뉴스(2015년. 10월)를 보고 빵 터졌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흔히 남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접하지만 이에 반해 남편 성폭행한 아내 구속팔다리를 청테이프로 묶고 강제로 성관계라는 뉴스를 접하고 혼자 웃었다. 보통 여성이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처럼 결정할 권리가 불평등한 상태에서 아내가 성폭행하다니 의아한 일이었다.     

동아일보 뉴스(2015.10.22)

‘성적 자기졀정권’이란 ‘자유에 대한 권리보장으로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 자율적인 성행동을 결정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권리이다.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고 성과 관련된 사회적 상호인정과 존중의 규칙이 적용된다’라는 개념이다. 


즉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근거로 하며, 인간은 자기결정권의 주체로서 성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받거나 강요가 될 경우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성폭력이 심각한 시대에 성적 자기결정권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의제강간연령’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인 아동·청소년과 성인이 성행위를 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받는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인 아동·청소년과 성인이 성행위를 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인이 처벌받게 되어 있다. 이를 ‘의제강간연령’이라고 한다. 만 13세 미만은 동의와 상관없이 무조건 보호해 주어야 하는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설령 아무리 상대와 동의를 하고 성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13세 미만은 보호해 주어야 한다. 이를 모르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13세부터 19세까지는 청소년 본인의 동의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13세부터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셈이다. 하지만 만 13세란 나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비판 여론이 많다.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청소년이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성행위에 충동적, 무비판적으로 성행동을 할 것이라고 일반화하지 않고, 청소년의 개별적 특성과 욕구, 환경 등을 고려하여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책임 있는 태도가 전제되지 않는 '성적 자기 결정권'은 사려 깊지 않은 성적 행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고 성적 방종과 다르지 않다. 즉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낙태 등 생명 윤리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철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나는 우유부단한 편이다. 친구들이 하는 결정에 말없이 잘 따르고 남도 잘 배려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친구가 '라면 먹을래?' 하면 웬만하면 ‘그래’라는 대답을 한다. 이는 결정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니 이게 습관이 되다 보니 익숙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렇게 남을 의지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 시대이다. 스스로 결정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제는 자녀들에게도 아이의 결정권을 존중하고 자기의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마트에 갈 때 아이를 데려가 직접 물건을 고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아이가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구체적으로 정해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싱싱한 오이 5개가 필요한데, 네가 3개 골라줄래?”라고 말하는 식이다. 또한, 집 안 청소 시간도 아이의 결정 능력을 키우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우리 집 대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너는 신발 정리, 유리창 닦기, 책상 닦기 중 어떤 일을 하는 게 좋겠니?”라고 물어보고, 아이 스스로 자기가 할 일을 결정해 마무리할 때까지 여유 있게 기다려주도록 한다. 또한 '아빠가 뽀뽀해도 될까? 하면  머뭇거리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예를 들어  '볼에 하면 좋겠어' 라던지 '하기 싫어'라던지 의사를 표현하게 한다. 또한 아이가 결정했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듯 자기결정과 자기표현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성적인 문제와 같이 민감한 부분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NO MEANS NO',  이제는 NO는 NO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남편은 저녁 야식(통닭, 피자 등)을 먹으면서 꼭 같이 먹자며 나를 유혹한다. 먹고 싶지 않다고 거부해도 꾸역꾸역 입에 넣어준다. 야식 먹기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야식 먹기를 권유하는 건 옳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NO MEANS NO'라는 이야기가 있다. 싫다는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원래 여자들은 다 그렇게 말해, 진짜 싫은 게 아닐걸, 마음은 바라는 거 아냐?'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있다. 이제는 NO는 NO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성적 행동을 결정하고 선택하며, 자기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관행에 따르지 않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강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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