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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 감성지기 Jan 29. 2021

‘섹스링(sexring)’ 무엇일까?

'섹스링(sexring)'은 놀이가 아닌 범죄이다.

   어느 날 ‘섹스링(sexring)’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를 발견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이다. 어떤 뜻일까 찾아보니, ‘섹스링(sexring)’이란 특정 집단에서 원(Ring)처럼 둘러앉아 장난과 범죄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지르는 각종 성범죄를 의미한다. 즉 집단(ring)으로 성희롱, 촬영물 공유 등을 하며 놀이로 장난하듯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미국연방수사국(FBI)에서는 스마트폰 등을 매개로 벌어지는 음란물 및 몰카 공유, 성희롱 등을 ‘섹스링(sexring)’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버닝썬 사건으로 단체 대화방에서 일어난 단톡방 성희롱은 사이버 성범죄로 ‘섹스링(sexring)’에 속한다. 섹스링은 성폭행, 성추행과 다르게 불특정 다수가 장난과 범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간접적으로 성 관련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놀이 삼아하는 장난인 것이 문제이다.          



  

  몇 년 전(2017년)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생겼다. 같은 반 단톡방에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익명의 사진을 올려서 함께 보고, 음담패설을 하게 되어 학교에서 사건 처리를 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스마트폰 기기 등이 친숙한 학생들이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모르고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경우이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실시간 채팅 등 디지털 소통에 익숙하여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고 점점 저 연령화 되고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번지다 보면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버닝썬 사건(2019년)과 더불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2018년)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여성의 특정 신체를 부각해 찍은 사진을 올리고, 회원들이 댓글로 평가하는 이른바 ‘여친 인증’ 사건이 터져 13명이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청소년들은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어려서부터 사용하면서 성장한 세대로서 컴퓨터나 인터넷 등을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손에 익은 장치 정도로 여기면서 쉽게 활용한다. 그만큼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에 친숙하지만 사이버 세상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디지털 성폭력을 포함하여 사이버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이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시스템화 되어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또래, 선후배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래 형성으로 분위기에 휩쓸리고 이로써 자신들의 남성 정체성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래 형성으로 집단을 구성하여 집단의 힘으로 죄책감과 책임 의식을 분산시키기는 기능을 해서 범죄임에도 일종의 장난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집단화로 인해 죄의식이 없이 점차 심화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불법쵤영물


  ‘불법촬영물’ 또한 ‘섹스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불법촬영물’이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것을 말한다. 단체로 성을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문화에 익숙해지면 범죄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자연히 낮아진다. 그로 인해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하고, 사이버 성폭력이 된다.      



  또한 여성의 성적 대상화의 문제도 발생한다. 인터넷에 공유하는 몰카 속 여성 이미지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만든다. 몰카 속 사진을 공유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에 불과하겠지만 이미지 속 당사자는 끔찍한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함께 공유하는 이미지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놀이로 인식하는 심리다. 놀이에는 죄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찍힌 사람에게는 공포 그 이상이다. 자신이 찍힌 사진이나 영상이 도달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퍼져나갈 수 있으므로 더욱 문제가 된다. 특정의 이미지를 유희의 대상으로 삼고 공유하는 행위는 그 순간, 이미지 속 사람은 이제는 인격체가 아닌 존재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인격을 가진 객체로 여겨져야 함에도 말이다.     



   성 관련 전문가들은 초등에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단톡방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이벤트성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학년 때부터 섹스링이 단순히 또래 혹은 친구와의 장난이 아닌 명백한 범죄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시킬 수 있도록 정규 교과서 안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고 교육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아인세”라는 말이 있다. “아인세”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아주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때로는 아날로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풍부한 정보력에 때론 놀랍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세상도 온라인 세상도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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