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미국이 있는 딸이 불현듯 ‘리얼돌(Real Doll)’ 수입에 관한 의견을 묻는 카톡을 보내왔다. 리얼돌(Real Doll) 수업 허가에 관한 국민청원이 등장하였는데 ‘성감성지기’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왔다. "리얼돌(Real Doll) 수입금지는 행복추구권 침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2021년, 1월). 이유는 ‘정당한 사유 없이 헌법이 부여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위반하고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한다.
성(性)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성(性)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때로는 이처럼 토론도 하게 된다. 리얼돌(Real Doll)에 관한 주제는 나 또한 관심이 있던 주제라서 생각을 적어본다.
‘리얼돌(real doll)’이란 겉보기에 사람과 몹시 흡사하며, 인간의 피부, 체모 등을 질감까지 재현한 인형이다. 사람 체온과 비슷한 것도 있다. 무엇보다 리얼돌의 가장 큰 특징은 성기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머리 없는 리얼돌은 있지만, 성기 없는 인형은 리얼돌이 아니다. 주된 목적이 성행위이기 때문이다. 리얼돌의 형태는 다양하다. 패션형 마네킹에서부터 리얼돌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리얼로봇’도 생겨나고 있다. 주로 ‘리얼돌’이라고 부르며, ‘섹스돌’, ‘러브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 기준, 국내에서의 제작, 유통, 매매는 합법이며, 해외에서의 수입도 하반신+성기, 상반신+성기, 몸통+성기인 경우는 합법이다. 오직 문제가 되는 것은 ‘전신 리얼돌의 수입’이다(네이버 나무위키).
‘리얼돌(real doll)’은 1990년대 말에 일본에서부터 유행한 것이다. 기존의 인형과는 달리 사람의 피부와 질감이 흡사한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며 사람의 등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남성들의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리얼돌은 단순한 성적 일탈을 해소하는 도구에서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동반자로 격상되고 있다. 인간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지만, 인간에게서 느끼는 이기적인 모습은 없고, 오로지 나만 주체가 되어 편하게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고 한다.
리얼돌(real doll)을 주문할 때부터 고객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신체 사이즈, 체형, 머리나 피부의 색깔 등을 정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붙이고, 원하는 옷을 입히며, 원하는 성격인 것처럼 가정한다. 내 취향에 따라 리얼돌(real doll)의 모습 역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 가짜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모형’을 ‘진짜’라고 여기며, 몇 번만 새 걸로 교체해주면 평생을 동반자로 같이 늙어가는 데 문제가 없을 듯하다.
음지의 취향에 머무르던 리얼돌(real doll)이 이제 한국 사회에 여러 과제를 던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의 사회적 윤리의식과 법 제도가 준비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리얼돌과 관련하여 관련 전문가들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킨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이용한 성매매 등 법적 사각지대에서 리얼돌이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얼돌의 문제점 1. 성적 대상화 우려
리얼돌의 첫 번째 문제점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이다. 인형을 통해 여성을 대하다 보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성에 대한 왜곡된 가치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실제 특정 인물이나 지인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질 때는 개인의 인격권과 초상권 침해 문제, 특히 아동 형상 리얼돌이 만들어질 때는 아동 성폭력과 연결될 수 있어서 문제가 된다.
이에 리얼돌에 대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아동 형상 성 기구를 제작·판매할 경우 처벌하는 법안도 발의되었지만, 현재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2021년 1월 여가부에서는 아동, 청소년 형상을 제작, 판매에 관한 법률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리얼돌의 문제점 2. 체험방 등 유사 성매매의 우려
리얼돌의 두 번째 문제점은 ‘유사 성매매’의 우려이다.
개인이 사서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인 자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음란물과 성매매 영업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돌 사용에 있어서 개인이 은밀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텔레그램 등에서 관련 음란물이 유포되기도 하고, ‘인형방’,‘리얼돌 체험방’등 유사 성매매 형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5월 CBS 김현정 뉴스쇼에 따르면 리얼돌 체험방이 다시 부활해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리얼돌 체험방’은 돈을 내고 일정 시간 동안 리얼돌을 대여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주로 불법 오피스텔 성매매와 유사한 형태로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실제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는 ‘리얼돌 체험 후기’와 같은 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이 중에는 교복을 입은 리얼돌 등 청소년을 연상시킬 수 있는 리얼돌의 체험 영상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리얼돌은 사람이 아닌 인형이다 보니 성매매 방지법 위반 적용이 어렵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가 한 개의 인형을 사용할 때 성병에 걸릴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의 정립과 더불어 제도적 대안 마련이 필요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성매매는 2004년에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생겼다. 성매매에 관한 법은 이것이 전부이다. 현행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는 성매매를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등을 수수하기로 하고 성교행위·유사 성교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리얼돌은 사람이 아닌 인형이기 때문에 체험방 역시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리얼돌로 인한 유사 성매매인 체험방 등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현재 없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규제나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리얼돌 관련 법안을 마련하여 아동 형 리얼돌 판매 및 소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나라들도 있다고 한다.
미래의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인공지능이 여러 문화 속에 침투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의 사랑이 앞으로 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리얼돌의 문화가 어색할지 모르지만, 미래의 세대는 나의 취향과 사랑을 인형에게 나의 욕망을 투사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사회의 현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에 대비하여 리얼돌, 리얼로봇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여 법적인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라텍스 인형과 인간 여성을 분간하지 못하는 일군의 환자·범죄자들도 분명 위협적이지만, 리얼돌이 제기하는 이런 의문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영국 인공지능 연구자인 데이비드 레비는 2007년 〈로봇과 나누는 사랑과 섹스〉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2050년쯤에는 로봇과 성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도 흔히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 〈특이점이 온다〉로 잘 알려진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점을 2029년으로 예상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 ‘물건’은 어느 날 문득 인간 사회에 외통수를 둘지 모른다.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던지, 리얼돌이던지,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도 예의를 갖추고, 예의를 벗어나지 않은 형태의 행위가 되었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라도 이에 알맞은 법 제도를 마련하고, 올바른 사회 문화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리얼돌, 아무리 애정을 주고 옆에 끼고 있어도 무표정한 그 얼굴에 반추되는 것은 내 자아와 내 욕망일 뿐이다. 실리콘 피부를 한 꺼풀만 벗기고 나면, 생소하고 신선한 타인의 모습이 아닌 빈 곳밖에는 없을 것이다.
사랑은 언어를 통해 표현하기도 하지만 비언어적 요소를 활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비록 인형에 불과하지만, 사랑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성행위에 있어서는 성폭행 등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주의하여야 한다. 사랑이 없는 성은 동물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리얼돌 사용에 대한 사회적인 문화가 긍정적으로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