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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 감성지기 May 21. 2021

'박카스 할머니'와 노인의 성

영화 '죽여주는 여자(윤여정 분)'의 박카스 할머니

‘연애하실래요?’

‘한 병 딸까요?’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년)’에 나오는 대사이다. 최근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그녀의 인기가 높아졌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죽여주는 여자’라는 제목의 영화가 새삼 생각났다.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인 노인의 고독사에 관한 내용이며, 주인공은 ‘박카스 할머니(윤여정 분)’인 ‘소영’이다.
 


 ‘박카스 할머니’라는 단어는 네이버 사전에도 설명이 나오는데, 내용은 주로 서울의 모텔 근처의 공원이나 광장에서 손님을 찾는 중년에서 노인 한국인 매춘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은 50대부터 80대까지 있으며, 이들은 전통적으로, 친구들과 바둑과 수다를 위해 고령 남성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박카스디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 소양(윤여정 분)은 주로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이다. 그녀는 외로운 노인들에게 성을 팔면서 노인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한때 자신의 단골손님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 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주인공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다.      



  노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죽여주게 서비스(성행위)를 잘하는 여성이다. 외로움에 종로로 모인 노인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며 먹고 살기 위하여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노인들에게는 박카스(성)를 파는 일은 노인들에게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행위이다.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외로이 살아가는 독거노인들, 더구나 섹스는커녕 성욕도 잃어가는 이들에게 죽여주는 서비스(성행위)는 생명을 불어넣는 일인 셈이다.  

   

  영화에서처럼 예전에 노인의 성과 관련된 뉴스를 접했다. 노인들이 많은 공원에서 ‘박카스 할머니’로 인한 성매매가 많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콘돔 등 성병 예방 기구 사용에 대한 인식이 낮아 성병 감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노인의 성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다.      




  노인이 되면

  무슨 성생활을 하겠나?

  그때는 성생활이 줄어들겠지?

  하는 우리의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60세 이상 성인들은 활발한 성생활을 하고 있음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2021. 4월)에 따르면,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가 성생활을 하고 75~79세의 58.4%, 80~84세 36.8%도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60대의 절반 이상이, 80대 노인도 20~30%는 성생활을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기준은 노인복지법 제26조 및 기초연금법 제3조에는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이란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가족부양, 부모 봉양, 직장 등에서의 사회적 역할 등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본인만의 행복한 삶·자아실현을 위한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성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을 무성적·중성적·탈성적 존재로 여기거나, 성적 욕구가 있다고 해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내재하여 있다.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유교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을 해 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노인들은 그들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없었고, 일부 노인은 성범죄에 연루되거나 매춘을 통하여 그들의 욕구를 채우려 함에 따라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노인들 자신도 내 나이에 무슨 ‘섹스’ 나의 성생활 수명은 끝났다고 결론짓고 성적 활동을 포기하거나 신체적인 애정 표현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늙어갈수록 성생활이 중요하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적절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이 더욱더 필요하다. 이유는 성생활은 고환 음경의 위축과 퇴화를 막고 뇌전두엽을 자극해 뇌의 노화, 치매, 건망증 등의 진행을 막아주고, 세포의 산소 이용률을 증가시켜 심호흡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 여성의 경우는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함으로써 행복감을 주며 몸에 이로운 여러 가지 체내물질을 증가시킨다.      


성생활이라는 것은 몸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무리해서 삽입한다거나 사정을 해야 한다는 성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노년의 성생활을 다양하게 즐기는 것이 좋다. 여유를 가지고 부드럽게 친밀감을 교환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노년기 부부들의 성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성생활은 쇠퇴해가는 생물학적 과정에 마지막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또한 노인의 성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는 때가 되었고, 그들 또한 당당하게 그들의 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들 스스로가 제일 먼저 그들의 성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인 자신이 이미 나이가 들었고 성적인 욕구가 있어도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애써 회피하거나 참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해소하기보다는 성적 욕구에 대한 적당한 표현과 적절한 해소가 노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신체 변화와 질병 등에 관해서도 의료기관이나 가족들과 의논하여 상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노년기의 신체적 변화와 성기능의 변화, 성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교육을 통해 노인 스스로가 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도록 하여 음성적인 성활동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인들의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TV나 비디오를 통한 시청각 교육이 제공되어야 하며 언론과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바람직한 성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홍보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인들의 노년 후기 건강 문제에 대비, 심리적으로 좌절하지 않도록 사회적인 지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노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장차 노인이 되면 누구에게나 다가올 우리 모두의 문제이므로 노인의 성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언제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할 수 있고 의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 기관의 활성화나 전문인력이 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에 들어와서 사회적으로 성의 무분별한 개방과 문란으로 성에 대한 도덕이나 성인지감수성의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의 성 또한 음성화되는 현실에서 성병에 걸리고도 수치심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적인 개입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는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과 가치체계의 혼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이 노년기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인의 긍정적 성생활 방향이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인의 성에 대한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건전한 성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노인복지법 제27조의 의한 노인의 건강진단항목에는 ‘성병’ 항목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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