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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 감성지기 Jan 25. 2022

7살 아들 데리고 여탕 가고 싶다

조숙해지는 아이들

 일본에서 ‘7살 아들 데리고 여탕 가고 싶다’라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존 만 11세까지 혼탕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202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만 11세에서 만 6세로 낮추었다고 하는데 물론 일부 지자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는 보통 '혼욕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시작한 나이'를 묻자 '6'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7'라는 응답과 합치면 전체 응답의 절반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 혼탕 나이가 만 6세로 낮추었는지 오래되었습니다. 1961년 처음 해당 법률이 제정될 때 혼욕 금지 마지노선은 만 7세로 2002년까지는 만 7세 미만이라면 부모 동반하에 이성의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2003년에는 이 기준이 만 5세로 낮춰졌다가 이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 수정됐으나 출입 허용 나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202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만 4세로 조정되었는데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따라 만 4세가 되는 남자아이는 여탕에, 여자아이는 남탕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발육 상태가 좋아서 네 살만 되어도 어린이 수준인데 관습적으로 만 5는 생일이 지나지 않은 7까지 포함되고대중목욕탕에서 아이의 생년월일이 적힌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여탕을 출입하는 남아의 실제 나이는 아이의 보호자만 알 수 있습니다사실상 규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지요.



  예전 우리가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여탕에 온 남아는 부끄럼을 타 엄마 뒤로 몸을 숨기곤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는 나이만 되면 컴퓨터, TV, 스마트폰을 통해 성적인 것을 포함하여 스펀지처럼 어른들의 행위를 빨아들입니다보고 듣는 게 정말 많아졌습니다또한 옛날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갑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약 18개월 무렵에는 어렴풋이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인식하기 시작하고, 두 돌이 지나면 확실히 알게 된다는 것. 따라서 이미 6∼7세 초등학교에 입학할만한 나이가 되면 이미 알만한 것은 다 아는 나이라는 것.     

 저도 2000년 초반 6세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주위에 눈치가 보였습니다. 자녀를 키워 본 부모라면 그러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니스코 세계교육장관 회의(1994)에서 21세기 교육개혁의 모델로 선정된 발도르프교육법에 따른 성교육에 따르면만 5세가 되면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즉 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을 구별하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게 되는 거죠그러므로 자신과 부모친구의 신체를 탐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또한 만 4세나 5늦어도 만 7세 무렵이면 아이는 저절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여아는 만 4세쯤이 되면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고 다니지 않으려고도 합니다.


  아동기 초기(만 5세~ 만 7세)는 성적기관의 발달이 거의 완성되지 않았으나 몸의 이곳저곳을 탐색하는 시기이며 그 과정을 통해서 몸의 각 부분의 감각을 알아가게 됩니다. 아이는 무엇이든지 만져 보고 자기 신체는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모양인지를 알아갑니다. 또한 아이들은 남녀의 차이를 눈으로 세밀하게 탐색하지요.     

  이처럼 아이의 발달 단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목욕탕에서 당황한 경험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가 여성의 몸을 만진다거나여성의 몸을 일일이 관찰하는 경우부모에게 항의하지만보통의 부모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데 민감하게 군다든지, 장난을 좀 친 것 가지고 너무 요란스럽게 구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아이 엄마는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공중목욕탕에서는 특히 배려가 필요합니다.


  공중목욕탕은 알몸을 드러내는 매우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입니다. 이런 곳에선 서로 배려해야 합니다. 특히 남아를 목욕탕에 데려가는 부모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다 큰 남자아이를 데려오는 막무가내 엄마들이 종종 있다는 것.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드는 남자아이도 문제지만, 다 안다는 듯 자꾸 쳐다보는 아이는 더 싫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에 변화된 성 인식으로 여자아이를 남탕에 데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지만 남자아이를 여탕에 데려오는 경우는 아직도 많다며 엄마들 스스로가 자제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학술적 지침은 만 5세가 넘으면 같이 목욕하거나 함께 옷을 갈아입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한 만 5세가 넘으면 가족 목욕을 할 때는 속옷을 입고해야 한다”라며 “이성인 부모가 목욕시킬 때는 최소한의 속옷은 입는 게 맞고 전신 노출은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생식기를 깨끗하게 씻겨야 할 때 이성 부모가 손을 대지 않는 게 원칙”이며 만 5세가 넘으면 언어로 지시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낳은 자식이더라도 아이의 소중한 부분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양육자는 경계를 정해서 아이가 상징적으로 배워가도록 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려하는 것들을 배우는 첫걸음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부모들은 여탕에 남아를 데리고 갔을 때 여성 손님 쪽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다른 손님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겠습니다. 만 4 이상의 남녀가 혼탕을 할 수 없다는 법을 지켜야겠고, 우리 아이는 어려서 괜찮다는 착각에서부터 벗어나 엄마들 스스로가 자중하고 지켜야 할 예절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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