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한지민의 매력
매력있는 사람이 있다. 성별을 떠나 관심이 가는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보통 그런 사람들은 여유로운 태도, 호감가는 외모, 자신감 있는 말투, 개성있는 말과 행동, 엉뚱하다 싶을 정도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에도 종종 이런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의 매력이 넘쳐나면 넘쳐날 수록 그 캐릭터를 보고 싶어 드라마를 보게 된다. 주객이 전도되어 드라마 내용보다 이 등장인물이 더 궁금하다. '캐릭터' 를 보기 위해 드라마를 보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에 '눈이 부시게' 를 봤다.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인데 추천을 많이 받아서 이번 기회에 봤다. 1화부터 김혜자 역의 한지민에 빠져버렸다. 개성있는 말투, 현실감 넘치는 대사, 발랄한 행동 등 매력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서 이 캐릭터를 보려고 드라마를 보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났다. 김혜자는 철없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밝고 명랑하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걸크러시한 면모도 보이는데 가장 큰 장점은 제 주제를 잘 파악한다. 또한 내뱉는 대사가 개성이 넘친다.
에로영화 녹음을 하는 현장에서 (연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선배의 말을 오해해
'저 완전 쓰레기였어요. 저 경험 많아요!' 라고 말한다.
이준하와 술 마시면서 고충을 토로할 때 미용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빚이야 햇빛할 떄 빛 말고 빚 영어 debt, b묵음' 이라고 말하며
고민을 꺼내면서
'재능이 없다는 걸 아는데 이걸 버릴 용기는 없는거야. 이거를 버리면 또 내가 다른 꿈을 꿔야되는데. 그 꿈을 못 이룰까봐 겁이 나요'
'헛된 꿈 꾸지말고 그쪽 처럼 일이나 열심히 할걸 아나운서되겠다고 한 거 후회해요. 그 꿈만 아니었으면 지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거 같애.'
여러 대사들이 캐릭터 매력을 극대화하고 또 그 진정성이 느껴져서 웃으면서 살짝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혜자는 발랄하면서 한도가 있다.
나는 그 입체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도 사람인데 한 가지 성격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감정이입이 됐다.
계속 정주행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김혜자는 순식간에 늙어버렸다. 25살의 김혜자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계속 돌렸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25살인데 할머니로 변해버렸다. 한지민은 사라졌다.
극 중에서 김혜자는 순식간에 늙어버린 본인의 모습에 좌절하고, 심지어 죽어버리려고 한다. 충격이 워낙 심했을 것이다. 근데 충격을 받은 건 김혜자 본인뿐만 아니다. 나 또한 충격이었다. 25살 김혜자를 따라서 드라마를 봐왔는데 그 매력적인 캐릭터를 볼 수 없다니. 그 때부터 나는 김혜자가 언제 다시 본 모습을 찾을 지 궁금함 때문에 계속 드라마를 봤다.
그리고 10화쯤 반전이 나온다. 이 이후로는 눈물샘을 자극할만큼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나왔던 반전이 와닿지 않았다. 드라마를 따라가면서 어떻게 다시 젋은 혜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결국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어려지는 일, 갑자기 나이 드는 일 같은 건 없었다. 현실에서는 없는 이야기였다.
나처럼 언제 김혜자가 다시 어려지는지 궁금함에 드라마를 봐왔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드라마는 정면 반박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젊은이라는 것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애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이 뿐만 아니라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도 디테일을 줬다. 혜자 오빠 김영수의 찌질한 연기도 감초역할을 했고, 준하 집에서 식사 할 때 파김치가 너무 길었던 것, 아나운서가 된 방송국 후배를 '숲 속에 숫사슴' '들판에 코끼리' 등으로 표현한 것도 깨알 재미였다.
간만에 재밌는 작품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