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루루루 May 29. 2020

화양연화를 보고..

 

 요즘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된 순간 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내가  챙겨 보는 드라마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다. 주변사람들이 추천할 때,  인터넷 반응이 좋을 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을 때, 로그라인이나 설정이 참신 할 때 선택한다. 화양연화는 인터넷 반응이 좋아서 선택했다.

 첫 화 마지막 부분에 이보영, 유지태의 투샷 구도 그리고 그 투샷을 찍는 색감에 끌려서 시작하게 됐다. 또 이보영, 유지태라는 배우 때문에 드라마를 보게 된 것도 있다. 두 배우는 시청자들을 후킹하는 매력이 있다. 어떤 역할을 맡을 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동시에 쉽사리 예측은 안되는 게 특징이다. 배우의 이미지가 한정되어 있지 않고 무궁무진한 느낌이다.      


 유지태와 이보영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나를 매료 시킨 건 젊은 지수역의 ‘전소니’와 젊은 재현 역의 ‘진영’이었다. 진영은 누군지 몰랐었는데 각인이 됐다. 특히 학생운동을 하는 ‘재현’ 보다 사랑에 서툰 ‘재현’ 연기를 할 때 몰입이 되고 감정이입이 됐다. 지수에게 쩔쩔매면서 선을 긋는 내면 묘사, 선을 긋긴 하는데 희미한 점선만 긋는 그 아리송한 태도는 사실 좀 이해안 됐다. 저렇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왜 자꾸 거절하지? 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전소니가 맡은 ‘젊은 지수’ 캐릭터는 당돌하고 적극적인 신여성이다. 그간 드라마에 많이 나왔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게 느껴진 건 이보영과의 괴리, 명확히 말하면 어른이 된 윤지수의 모습과 20대 윤지수가 극명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수는 조금 어둡고, 조용하며, 본인 주관이 뚜렷하고 차갑게 묘사되는데 젊은 지수 캐릭터는 그에 반해 밝고, 긍정적이고, 당돌하고, 엉뚱하고, 발랄하다.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밝음이 극대화 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20대의 재현, 지수 역할과 현재의 재현, 지수가 각각 싱크로율이 안 맞는다 생각했다. 성격도 다르고, 체격도 다르고, 외모도 다르다. 비슷한 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서 실패한 캐스팅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이를 의도한 게 아닌가 싶었다. 과거와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심지어 성격마저 바뀌어버린 모습을 보여주면서 찬란했던, 그리웠던 과거를 생각하게 하고, 추억하게 하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까지도 세월이 만들어낸  두 캐릭터의 간극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 겠어” 란 대사, 내가 요즘 느끼는 감정이다. 페달을 막 밟고는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느낌, 심지어 난 앞으로조차 가지 않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 대사가 인상 깊다.


 또 지수가 말한 “선배가 내 편이고 내 세상이고 내 신념이다”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재현 때문에 세상을 배웠고, 신념을 배웠고, 그리고 그 세상과 신념은 계속되어 지금 현실은 조금 궁핍하게 사는 지수의 모습, 그리고 그에 대비되게 지수의 세상을 만든 ‘재현’은 부잣집 사위로 살며, 그 신념을 저버리는 일을 하는 것도..     

 나 또한 세월이 지나면 내가 가진 가치관이 바뀔까?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매력있는 캐릭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