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루루루 Jun 06. 2020

정신이 아파요...

영혼 수선공 리뷰

 영혼 수선공이라는 작품을 봤다. 


미쳐버린 세상의 정신과 의사들의 이야기라는 홍보문구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간 정신과 의사 캐릭터는 한국 드라마에도 꽤 있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킬미힐미' '하이드 지킬 나 ' 등등 

'킬미힐미'는 끝까지 봤었는데 오리진 역의 '황정음'이 정신과 의사였다는 사실은 방금 검색해서 알았다... 

정신과 의사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임팩트 있지는 않았나 보다. 


흔치 않은 소재다 보니 기대가 꽤 됐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정신과 의사 분들이 쓴 에세이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작품을 읽었다.

이 때문에 정신과 치료에 대해 호기심이 극대화된 시점이라 더욱더 기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4화까지 봤는데 보면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드라마 시청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정신 질환과 치료 과정을 영상화할 수 있을까? 

드라마에선 갈등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고 다른 의학 드라마랑 다르게

정신 질환이라는 건 보여주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다른 의학드라마에선 '외상'이 존재한다. 

다리를 다치거나, 손이 베이거나, 총상을 입거나, 갑자기 쓰러지거나 등등

다른 의학드라마에서, 특히 외과를 주제로 한 드라마에서는 사건은 꾸준히 일어나고 이를 영상화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는 tv 화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수 있고

이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도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수술'이라는 명확한 해결방안이 있다. 갈등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과정이 영상으로 충분히 납득이 된다.


허나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이 작품은 물론 환자의 정신 질환을 보여준다.

걱정 때문에 걷지 못하는 축구 선수는 그 불안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행동이나 두려워하는 연기로 보여준다.

본인이 경찰이라고 착각하는 환자는 경찰복을 입고 경찰 흉내를 내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한우주는 화를 내거나 야구방망이로 차를 부수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여기까지는 납득이 된다. 허나 이 환자를 치료하는 방안은 다소 공감하기 힘들었다.

정신과 의사의 치료가 과연 영상화되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뿐만 아니라 납득 가능한 치료방안이었나 하는 의문 또한 들었다.


축구선수 갈등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다리를 자른다고 겁을 줘서 도망치도록 만들고

사실은 걸을 수 있었는데 너의 정신문제다!라고 일침을 주는 것이 불편했다.

나로서는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해결이 너무 쉽게 이루어졌다.

정신의학 문외한인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치료였다. 


<못 걸어?? 아니야 너 사실 걸을 수 있어!> 이런 착한 느낌.


또 경찰 흉내 내는 환자가 퇴원하는 과정 또한 그랬다.

의료진들이 환자를 경찰로 인정해주고

환자는 갑자기 정신을 되찾고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이것도 너무 쉽다. 물론 그 치료과정까지 본인의 잘못을 반성하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과정도 들어있지만 

이게 시청자들에게 와 닿았는지는 의문이다.


영혼 수선공의 환자 치유 과정은 너무 쉽다.

<그냥 잘하면 돼> 이런 느낌

<공부 잘하려면 수업 열심히 듣고 교과서에 충실하면 됩니다> 이런 느낌


물론 드라마 제작진 분들이 어려움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신과 진료에는 '수술'이 없다.

다른 의학드라마는 이를 통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지만 

영혼 수선공에서는 환자를 감동시키고 이입시켜야 된다.


내가 알기로 정신과 치료에는 '약'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드라마 상에서 '약'으로 치료하면 정말 보여줄 게 없을 거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상담치료, 대면 치료, 공감, 감정이입, 연극 치료 등 다양한 수단으로 표현하지만

갈등이 너무 단편적이고 해결방안은 단순하다. 

착한 드라마였다. 어떤 역경도 결국 위로와 공감으로 이겨낼 거란 생각이 든다. 


디테일적인 면모도 조금 아쉬웠다.

분노 조절을 잘 못하는 한우주에게 해결 방안으로  까만색 비닐봉지를 주려고 하는 장면에선 '설마'... 했다.

 차라리 까만색 봉투 말고 개성 있는 봉투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 더 재밌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좀 더 참신한 방법은 없었을까


너무 단점만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 수선공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정신의학은 현대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의학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정신과에 가본 적이 있고, 예전만큼 정신과에 가는 것 자체가 터부시 되는 사회 분위기도 아니다.


정신의학에 대해서 조금 가까워지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드라마의 시도는 아주 좋다.

그리고 주인공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 설정도 좋았다.

사실 완벽한 인간이 어딨겠는가.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내면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조명한 이 작품은 내가 얘기했던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볼만하다.

앞으로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만 남아서

남은 후반부에 반등하는 드라마가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양연화를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