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7시 불경 소리가 들리기 전에 일어났다(우리 동네는 오전 7시가 되면 기상 알림처럼 스님들이 불경을 읽는 라디오가 들린다.) 일어나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콘도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에서 30분을 뛰었다. 새해 들어 3번째 달리기다. 달리면서 이 근육 뭉친 걸 풀려면 조만간 마사지를 받아야겠네,라는 행복한 생각을 하면서 뛰었더니 시간이 금방 갔다. 얼마 전에 뉴스 기사에서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함께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읽은 생각이 나서, 러닝 머신 뒤에 있는 팔/다리 운동 머신을 잠시 쳐다봤다. 역시 마음이 안 내켜서 살포시 시선을 거두었다.
간단하게 시리얼을 먹고 노트북을 챙겨서 집 앞 커피숍에 갔다. 치앙마이의 겨울(11월-1월)은 날씨가 너무 좋다. 아침에는 얇은 가디건을 걸칠정도로 바람이 선선하고 (치앙마이 사람들은 두꺼운 후드나 점퍼를 입기도 한다), 낮이 되면 햇살이 비쳐서 봄에서 여름을 넘어가는 정도의 따뜻한 날씨 (25도 내외)가 된다. 그러다 보니 야외 생활을 하기에 딱 좋다. 오늘은 야외 좌석이 있는 곳들만 찾아다녀봐야지.
9시 전에 커피숍에 오면 사람들이 없어 한가하다. 도착하니 바리스타가 한가롭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태국스러운 이미지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길거리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며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짓는 태국사람들. 원래 강아지 파라서 고양이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왠지 눈빛이 무서워), 태국에서 지내면서 달라졌다. 고양이들의 새침하고 귀여운 매력을 알아버렸다. 여전히 처음 만나는 고양이에게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쓰다듬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나도 기다렸다가 기회가 나면 쓰다듬고 안아준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시켰다. 오늘은 아이스라떼로 정했다. 이곳은 우리 콘도 주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옆 도시인 치앙라이에서 유기농 커피빈을 공수해 온다고 했다. 커피는 잘 모르지만, 이곳의 라떼는 꼬숩고 맛있다. 바리스타인 남자는 수줍음이 많은 눈빛을 하고 있다. 말수는 적지만, 손님들을 다정하게 챙겨준다. 예를 들면, 물 잔이 비어 가면 어느새 다가와서 물 잔을 채워준다든가, 날씨가 조금 더워진다 싶으면 혼자 밖에 앉아있는(태국 사람들은 햇볕에 타는 걸 싫어해서 대부분 안에 앉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나를 위해서 조용히 선풍기를 틀어주고 간다던가 하는 식이다.
점심은 자전거를 타고 3분 거리에 있는 채식식당에 갔다. 맛있고 저렴해서 인기가 많지만, 점심시간을 조금 비껴간 2시 정도에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도착하니 자주 보이는 프랑스 남자와 여행객으로 보이는 요가복을 입은 여자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은 커리와 볶음밥이 맛있다. 두 메뉴 중에 고민하다가 볶음밥을 시키고 마지막 남은 세 번째 테이블에 앉았다.
오래지 않아 모두의 음식이 나오고 우리 셋은 말없이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신기할 만큼 평화로웠다. 너무 적막하지도 않고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맛있는 음식들 앞에 조금 신이 난 숟가락질의 리듬이 느껴진다. 프랑스 남자는 샐러드와 볶음밥을 먹고, 요가복의 여인은 옐로우 커리와 파파야 쥬스를 먹고 있었다. 역시 다들 초짜가 아니었어. 그들은 이곳의 대표 메뉴를 간파하고 있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가게 한쪽 벽에 붙은 칠판이 보이는데 거기에는 마인드풀 식사 Mindful Eating 에 대한 글이 쓰여있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구성된 것이니 무엇을 먹는지가 결국 우리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는데, 대화나 핸드폰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집중해서 식사를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허겁지겁 먹지도, 꾸역꾸역 먹지도 말고, 천천히 씹어 온전히 맛에 집중하고, 그렇게 몸으로 음식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렇게 몸에 영양을 주고 그 몸으로 우리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쓰여있다.
밥을 먹고는 책을 읽으려고 또 다른 커피숍에 갔다. 타이밀크티를 시켰다. 타이밀크티는 내가 태국을 사랑하게 된 중요한 계기 중에 하나이다. 처음 타이밀크티를 만났을 때 달콤 쌉쌀하면서, 오묘한 맛의 매력에 빠져서 매일 한잔씩 마시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태국음식을 먹고 나서 마시는 타이밀크티의 조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다. 맵고 시고,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내는 태국음식에서 받은 자극 이후에 달달하고 부드러운 밀크티가 입안을 달래준다.
내가 주문하는 방법은 “아이스 타이밀크티, 덜 달게”이다. 태국 사람들은 연유와 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덜 달게"라고 주문을 하면, 보통 일반보다 대략 반 정도 덜 달고, 딱 기분 좋은 농도의 달콤한 밀크티를 마실 수 있다. 태국어로는 “차타이옌 완 노이카"라고 하면 된다. 태국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기본 태국어가 있다면, 사와디카도, 컵쿤카도 아닌, “차타이옌 완 노이카”이다. 이것이 바로 태국스러운 매력의 정수로 가는 주문이다.
차타이옌 ชาไทยเย็น : 아이스 타이 밀크티
완 หวาน: 달콤한
노이 น้อย: 적게, 덜하게
오늘의 지출 : 아침 커피(80밧) + 점심(100밧) + 타이밀크티(70밧) = 250밧 (대략 9,500원)
오늘 하루도 만원 한 장으로 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