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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Apr 19. 2023

홍콩에 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숨겨진 장소들


홍콩 뮤지엄 오브 아트
Hong Kong Museum of Art


홍콩의 아트 뮤지엄이 얼마 전 몇 년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재오픈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미술 전시가 아닌 다른 데 있는데, 그건 바로 통창 유리로 보이는 엄청난 하버뷰 때문이다. 침사추이 페리 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보니,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시그니처 하버 뷰를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널찍하고 모던한 내부 공간에 들어서면, 로비층부터 무려 5층까지 다양한 전시관이 있다. 전시 자체는 마치 교과서에 나올법한 고전 중국 미술작품이라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각 층의 전시관 앞에 통창으로 보이는 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창가 앞에 벤치가 있어서 쉬어가기에도 좋다.


얼마전엔 비교적 한가한 주중 오후에 가서 벤치에 앉아 한참을 책을 읽었다. 고개를 들면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 보여서 너무 예뻤다.


복작복작 정신없는 침사추이에서 잠시 물멍이 필요할때, 이곳에 와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입장료: 무료

*홍콩 모던 아트 뮤지엄 M+ 와는 다름 주의

 https://goo.gl/maps/vNCY9ah1nW2np9te9


마이 컵 오브 티
My Cup of Tea


완차이의 한 골목에 위치한 차찬탱이다. 관광객들에게는 란퐁유엔이나 미도카페, 캄와카페가 유명하지만, 여기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로컬 맛집이다.



나는 이 작은 공간에 코너 자리에 앉아 홍콩의 소음 속에 파묻히는 것을 좋아했다. 홍콩말은 못 알아듣지만 이런 서민식당에서 들려오는 광동어는 더 구수하게 느껴진다. 제각각 큰 목소리로, 드라마틱한 감정을 섞어서 말을 한다. 밀크티 제조 코너에서 달콤 씁쓸한 밀크티의 향이 폴폴 풍기고, 주방에서는 김이 펄펄 나면서 끊임없이 샌드위치나 스크램블 에그, 차슈덮밥이 만들어진다. 음식이 나오면 번호가 불리고, 자기 음식을 확인하는 손님들의 대화가 웅성웅성인다. 이런 차찬탱의 소음들이 나에게는 늘 흥미로웠다.


이곳에서 포슬포슬한 스크램블이 들어간 파인애플번과 달달한 밀크티를 먹으면서, 이걸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딤섬, 우육면이나 완탕면 같은 대부분의 홍콩음식이 내 입에 맞지 않았는데, 종종 나는 그 사실이 음식 취향의 이상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곳과 맞지 않는 사람인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여기서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홍콩적인 무엇이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흐물하게 만들어버리는 습도는 싫지만 달콤씁쓸하게 맛있는 밀크티가 있다. 개인적인 공간 따위 존중하지 않는 길거리의 인파는 싫지만, 겉바속촉인 파인애플번을 한입 베어 물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게 계산대의 직원은 손님들에게 빨리 주문하라고 무례하게 소리치지만, 당황하는 나에게 다정하게 메뉴를 설명해 준 로컬 직원도 있다.


이곳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오물조물 씹으며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일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나를 안심시킬 수 있었다.


추천메뉴: 아이스 밀크티, 파인애플번(Bo Lo Bao with butter/scrambled egg)


https://goo.gl/maps/qxPbTyRuUs1j6f3Q6


홍콩공원 Hong Kong Park


센트럴의 압도적인 도시의 씬은 밤에 근사한 야경을 만들지만, 사실 한낮에 그 안에서 걸어 다닐 때는 몰려드는 인파에 벅찰 때도 있다. 그럴 때 한걸음만 벗어나면 이렇게 숨통이 트이는 오아시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홍콩공원은 홍콩의 진정한 히든 스팟.


나는 점심시간이나 머리를 식혀야 하는 날들에 이곳을 정처 없이 걸었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에서 앉아 쉬기도 하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또 그대로 시원해진 공기를 맡으며 걷는 맛이 있었다. 어떤 날에는 친구랑 근처에서 점심을 사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수다를 떨며, 광합성도 해가며 밥을 먹기도 했다.

  


주말에는 이 공원을 통과해서 빅토리아 피크까지 하이킹을 하기도 한다. 구글맵에서 홍콩파크를 시작점으로 설정하고 도착지점으로 피크 타워를 찍고 가면 된다. 보태니컬 가든을 지나 올드 피크로드를 통해서 가는데, 2.5km에 50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아서, 홍콩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하이킹 루트이다.


https://goo.gl/maps/puiTyBkXKYkTRWw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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