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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Jan 03. 2024

올해의 거짓말


지난 한 해 38개의 글을 발행했다. 잠잠했던 한 두 달을 제외하면 그래도 꾸준히 한 달에 3-4개의 글을 썼던 셈이다.


작가 김겨울은 <철학자의 거짓말>이라는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쓰면서는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글로 구현된 ‘나'는 이미 내가 아니라 나로부터 기원한, 나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삶이 드러나는 나의 이야기, 여행기, 읽은 책과 영화에 대한 소감을 쓴다. 그리고 이 글들은 분명 어떤 왜곡이 있는 글이다. 글에서의 나는 현실의 나와는 거리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좀 더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종종은 삶에 대한 통찰력을 보이기도 한다. 현실의 나는 자주 혼란스럽고, 혼돈의 상태인데도 말이다.


이런 글과 현실의 간극이 아마도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상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도 꾸준히 이곳에 와서 무언가를 남기게 되는 이유 말이다. 누구나 어떤 경험을 하는 당시에는 두서없이 혼란스럽기 마련이고, 모든 일이 끝나고 돌이켜보는 과정에서야 우리는 그것이 어떤 경험이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경험은 조금 더 짙어지고, 조금 더 의미 있어진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자판을 두드리기 전, 있었던 일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여러 감정의 층위가 가라앉고, 머릿속에서 경험은 조금씩 정돈되어 간다. 그런 성찰의 끝에는 그 경험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맥락을 발견하곤 한다.  


얼마 전 브런치의 통계 페이지에서 일별 조회수가 아니라 글별 조회수를 볼 수 있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날짜별 통계’ 옆에 있는 ‘글 랭킹'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이제껏 발행한 글들 중에 조회수가 높은 순으로 글의 랭킹을 보여준다 (다른 분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2023년에 발행한 글 가운데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은 <나폴리에서는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커피를 산다>라는 글이었다. 나폴리 여행 때 경험했던 카페 소스페소 문화에 대해서 쓴 글이었는데, 무려 7만 5천이 넘는 조회수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글을 발행했던 시기에 나폴리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와서, 사람들이 나폴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았다.



그다음에는 얼마 전에 발행했던 미식축구에 빠지게 된 계기에 대한 글인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이유>와 치앙마이 여행기 <치앙마이, 삶이 허무할 때 떠나는 여행>, 그리고 <시칠리아 한달살기>에 대한 글도 5,000에서 8,000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게 다 알고리즘으로 인한 노출의 영향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에게 더 중요한 건 이런 일시적인 결과와는 별개로 꾸준히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인데, 늘 감사한 마음이다. 사적인 경험이 녹아든 글이기 때문인지, 종종은 내 삶에 대한 응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브런치에서 쓰는 글은 일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의 맥락을 발견하는 일인 것도 같다.


2024년에도 삶을 돌아보며, 다독이며, 현실보다 조금 더 나은 글을 내어놓는 일을 계속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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