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 오려는지 여기저기에 꽃이 핀다. 봄이면 길을 가다가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아유 예쁘다' 탄성을 짓는 사람은 늘 엄마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방과 옷은 예쁜 줄 알아도 꽃이나 하늘 같은 자연이 예쁜 줄은 몰랐던 어린 나의 눈에는 그런 엄마가 늘 신기했다. 나와는 다른 심미안을 가진 엄마가 부러웠던 것도 같다. 마치 나는 모르는 세상의 비밀을 엄마는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던 나에게도 엄마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는 좀 더 따스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엄마는 세상을 더 크고 따뜻하게 대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 꽃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공원을 지나다가 괜히 나도 소리를 내서 아유 예쁘다 하고 말해보았다. 요즘 다정함이 필요한 기분이니까, 내가 먼저 다정하게 다가가면 되는 거 아닐까.
어쩐지 그 순간, 마음을 어지럽게 했던 어두운 생각들이 한걸음 비켜간 것 같다.
봄이 오면 또 이렇게 생각이 나겠지. 그래서 이렇게 어리석은 나를 다시금 깨우쳐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