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하는 게 두렵다.
시행착오와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망설인다.
실패를 한다고 해서 실패자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그 벽을 넘는 것이 어렵다.
성공과 성취를 좇는 것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며
성공과 실패, 이기고 지는 것의 이분법적 사고를 학습한 나의 머리에서는,
성공이 외의 모든 것이 부정적인 무엇이 된다.
낙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나 좋았는지, 왜 감동적이었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서였다 - 성공을 대하는 그의 태도.
좀 더 정확하게는 성공하지 못한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에서 주인공 로드리게즈는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성공의 잣대’에 욕심내지 않는다고 했다.
성공과 패배의 패러다임보다 더 큰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초연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봤다.
사회적 기준에서의 실패가 그의 세계를 무너트리지 않았듯이
돈과 인기, 성공을 경험하는 지금이 그를 들뜨게 하지 않았다.
그의 세계는 변하지 않았고, 원래의 소박한 삶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의 가치를 ‘직업'이나 ‘성취'에서 찾도록 배우는 실력주의 meritocracy를 사는 우리가
성공하지 않고도 나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나.
‘사람들의 인정’처럼 외부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데 익숙한 우리가
외부의 인정없이 내 삶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그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회의 변두리에서 그렇게 견고하게 구축된 그의 세상에는, 그의 음악적 가치를 앨범 판매량이나 저작권료로 쉽게 가늠하지 않는 편안한 자신감이 있었고, 세상이 그려낸 성공의 방식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오롯이 열정에 몰두하는 자의 초연함이 있었다. 쉽게 성공과 실패,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인생의 복잡함과 미묘함을 지적인 선에서 이해한 사람의 지혜로움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에서 좌절하지 않고, 시니컬해지지 않고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좋았다.
실패해도 좋다, 괜찮다는 말보다
무엇보다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을 산다는 건,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자주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이분법적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서, 그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는려는 노력을 하며 만족하며 살면 된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궁극적인 만족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까.
크고 작은 걸림돌에 넘어질 때, 새로운 시작을 할 용기가 안 날 때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또 찾아볼 것 같다.
혹시라도 영화가 좋았다면 분명 음악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의 음악은 깊고, 투명한 그의 내면이 느껴진다.
(나의 경우엔 해외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한국에서는 왓챠플레이에 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Dw7OqVBT-w
Dancing Rosemary, disappearing sister Ruth
It’s just your yellow appetite
That has you choking on the truth
You gave in, you gave out, outlived your dreams of youth
I saw my reflection in my father’s final tears
The wind was slowly melting, San Francisco disappears
Acid heads, unmade beds, and you Woodward world queers
- Jane S. Piddy 앨범 ‘Cold Facts’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