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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KTX타고 부산에 내려가는 법

20대 후반 취준생 일기(1)

by 소나

본격 ADHD의 일상


ADHD도 편입할 수 있어요..!!!!(쉽다고는 안 했어요.)

ADHD도 취업할 수 있어요...!!!!(여태까지 단기 직장생활만 3번째.)


하지만,,, 기차 혼자 타기는 어려워~~~~



오늘은 부산으로 내려가는 날이다.

오래간만에 붙은 서류로 인해 부산으로 필기시험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일단, 저녁엔 피곤하니 다음날 아침에 짐을 챙기기로 하구.. (벌써부터 미루고 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한다. 어젯밤에 먹은 약 (웰부트린 150, 아빌리파이 2mg) 기운에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어머나,, 일어나면 모하나 꾸물거리다 출발 30분 전에 씻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문제였다... 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기고, 버스정류장까지 전력질주를 한다. 와,, 시원하게 달리고 나니 폐가 시원하다 못해 얼어버리는 느낌이다. ㅎㅎ



버스에 타자마자

문제의 시작은 이때부터


아 맞당! 나 화장품 안 챙겼네?????????

내 필수품 선크림, 틴트, 쿠션 등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점점 불안해지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려고 올리브영에 들리려 한다.

이때까지 아주 거기에 꽂혀서 자꾸 그 생각만 했다. 머릿속에 화장품이 없다는 불안함이 가득 채우고.. 점점 머릿속에는 화장품으로 가득 차고,, 생각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자연스럽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일단 떨리는 마음으로 열차표를 확인한다.

...


다행이다. 열차는 8시 34분 출발...

올리브영으로 직행한다. 다행히 8시 15분에 서울역에 도착했고, 바로 앞에 있는 올리브영에서 사고 싶은 것만 빠르게 사고 나간다...(사고 싶은 것을 살 땐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 다행이다...!! 안 늦었네 드디어!!

이제 게이트를 찾아야 하는데...?? 어 왜 게이트 표시가 안 나오지???


” 아 맞당!! 기사님!! 부산 가는 00 열차 게이트가 어디죠???? “

“어디 보자.. 아이고~~ 정신을 어디다 두고... 떠났네 학생....!!!!

매표소 가서 환불 빨리 받아 “


하... 미치겠다. 내가... 내가 열차를 놓치다니..

다시 열차표를 확인해 보니 8시 28분 기차...

아이고.. 기사님... 제가 할 말이네요... 정신을 어디다 팔고 ㅠㅠ


아맞당..나 ADHD 지.... 또 대충 봤다.


아니 숫자가 하나도

안 맞는다 아니, 아예 비슷하지도 않다..

하.. 돌겠네.. 이런 적이 사실 한두 번이 아니다.

전엔 제주도 가는 비행기도 출국 수속 밟다가 놓치고 ㅠㅠ(ADHD는 시간계산을 잘 못한다. 시간이 얼마나 딜레이 될지 모르고 최단 시간을 기본으로 깔고 간다. )


아니다. 좋은 거 하나 알았다.

그래도 수수료 빼고 KTX는 환불해 주더라.. 취준생에겐 너무 소중해.. 내 돈....


화장품값 날려, 열차 수수료 날려

ADHD로 살기 힘들다....



다행히 다음 30분 뒤 열차를 예매해서 타긴 탔어요..


이런 사람이 바로 성인 ADH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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