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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May 07. 2024

리스본에서 보내는 편지

아름다운 바다 마을, 여기는 리스본

EP. 4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기사 아저씨가 운전석으로 돌아오셨고,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내 옆에 계셨던 아주머니께서는 힘을 내어 내려둔 배낭을 다시 메고 버스 난간에 기댄다. 엄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버스는 울렁울렁 달려 우리를 태워줄 비행기 앞에 멈췄다.


버스 창밖으로 먼저 탑승 중인 비즈니스석 승객들이 보인다. 이제 리스본으로 가는구나!

 

드디어 리스본으로 간다!

리스본행 비행기 객실 좌석은 여유가 있었다. 어떤 운 좋은 승객은 양옆에 아무도 앉지 않았는지 팔걸이를 올리고 누워 혼자 세 자리를 모두 쓰기도 했다. 그 행운은 엄마와 나에게도 찾아왔다. 세 자리를 둘이 사용할 수 있는 행운이! 추가 좌석의 공간 덕분에 나는 빈 좌석 쪽으로 다리를 뻗기도 하고 졸릴 때는 누워 자며 긴 비행을 누릴 수 있었다. 엄마 무릎에 눕기도 하면서.


이번 여행 중 제일 포근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나는 고민 없이 말할 수 있다. 4시간 지연된 리스본행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이라고. 와이파이를 쓸 수 없어 SNS 없이 8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어떤 방해도 없이 좌석에 앉아 영화와 글쓰기에 몰두하는 감각이 스마트폰이 없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방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책상 앞에서 미래를 고민했던 아날로그식 추억을 오버랩시켰다. 하루에도 확인할 공지가 너무 많아 한 시간도 카톡 없이 살 수 없던 나에게는 SNS가 없는 세상에서만 가능한 체험이었기에, 이를 차단해 준 비행기에서의 시간은 기묘한 경험이기도 했다.


곧 있으면 리스본에 도착하니 기쁘면서도 비행기가 너무 아늑하고 포근해서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분명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보고 있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고개를 들어보니 창문에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다. 날이 밝았다. 리스본이다.


인천 공항과 달리 리스본 공항은 참 한가롭다. 성수기를 피해 여행해야만 느낄 수 있는 정취.



리스본에 도착한 나의 첫 임무는 호텔로 가는 Bolt를 잡는 것이었다. Bolt 부르기는 카카오택시처럼 간단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카택처럼 간편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긴장했었다...) 공항에서 bolt 승강장은 택시 승강장과 달라서 Kiss&Fly parking lot을 찾아가야 했는데, 정확한 안내판이 없어서 헤매었다. 카카오 택시처럼 기사님께서 내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게 아니라면, 혹시나 bolt 기사님과 엇갈릴 수 있으니 반드시 Kiss&Fly parking lot에 정확하게 있고 싶었다. 지나가는 모든 staff에게 물어 Kiss&Fly parking lot 가는 길을 거듭 확인하고, 도착한 후에도 경찰 아저씨께 여러번 물어 확인해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그럼에도 기사님이 오지 않으시면 어떡하나 무한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가 호출한 bolt의 차 번호가 보이고 기사님께서 창밖으로 인사를 하며 우리 앞으로 나타나셨다. Bolt를 탄 이후에야 리스본의 파스텔 색깔 건물들이 보이고, 바람에 실려 오는 달콤 고소한 빵 냄새가 느껴진다.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맑고, 차 안은 너무나 눈부시게 밝다. 햇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Bolt에 타자마자 설렌 엄마는 카메라를 들고 이런저런 감탄을 내뱉는다. 그런데 못된 딸인 나는 엄마한테 손가락으로 쉿! 주의를 줬다. 핑계를 대자면.. 외국어는 잘 들리니까, 아직 이 나라에 대한 경계 때문에, 그래서 혹시라도 엄마를 좋지 않게 볼까봐, 그런 걱정때문이었다. 엄마는 내 말 때문에 살짝 풀죽은 채로 힘없이 택시 창밖만 내다봤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한 번 보는 기사님한테 좋은 인상 심어주겠다고 엄마의 설레는 마음에 생채기를 내버렸다. 엄마의 감탄에 공감해 줄걸. 하늘이 너무 이쁘다고 말해줄걸.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줄걸.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가 리스본에서 3박 4일 보낼 숙소는 <Tesouro da Baixa Boutique Guesthouse>. 숙소를 선택한 기준은 Rossio역 근처이면서 구글맵 평점 4.5점 이상인 것으로 두 가지였는데, 기준을 모두 만족한 곳 중에서 제일 저렴해 선택한 곳이다. 숙소를 고르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텔 크루들께서 정말 프렌들리하시고 친절하셔서 환대받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리스본에 간다면 또 예약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한 곳이니, 아직 숙소를 결정하지 못한 리스본 예비 여행자들은 이곳도 선택지에 넣어보시길.


포르투갈에 온 것을 환영해, 너의 첫 해외여행을 축하해, 너의 첫 리스본 방문을 축하해, 너의 리스본 여행이 행복하게 흘러가도록 우리가 도와줄게.


엄마와 나의 리셉션을 담당해 준 슈밤은 리스본 지도에 펜으로 경로를 표시해주며 여행 일정 세우는 것을 도왔다. nata(에그타르트) 집부터, 사진찍기 좋은 거리, 쇼핑하기 좋은 곳, 산책하기 좋은 정원까지. 덤으로 viva viagem 카드 종류까지 설명해줬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슈밤은 우리가 호텔을 나가는 순간까지 격려하고 배웅했다. 리스본 하늘은 구름 없이 맑다. 우리 여행도 그렇게 흘러갈 것 같은 기분.


viva-viagem 카드를 사러 밖으로 나와 마주친 풍경. 


아직도 내 지갑속에는 엄마와 내가 리스본에서 사용했던 비바 비아젬 카드가 있다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샀다. 일회권보다 충전되는 걸 사는 게 더 이득이라는 슈밤의 조언도 있었고, 무엇보다 리스본 관광지는 모여있어서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데다 포르투를 갔다가 다시 리스본에 돌아오는 일정이었기에 필요한 만큼 충전해 사용하는 옵션이 더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걷는 걸 좋아하면서 우리처럼 포르투갈에 오래 머무는 여행객이라면, 충전식 비바비아젬 카드를 추천한다. 아직도 내 지갑속에는 엄마와 내가 리스본에서 사용했던 비바 비아젬 카드가 있다. 이 카드가 우리를 리스본으로 다시 데려가주었으면.


우리의 첫 행선지는 <Confeitaria Nacional>, 리스본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 Figueira Square(피게이라 광장)으로 나가면 바로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과 그 시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테리어로 건물이 참 근사하니, 음미하며 들어오시길.


리스본의 빵과 커피는(특히 빵) 첫 입에 감탄이 새어나올만큼 맛있는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1.5유로면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마찬가지로 1유로 정도의 가격에 나타를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리스본에서는 관광객과 마을 사람들이 카페 테라스에 앉아 느긋한 오후를 즐기는 그림책같은 장면이 자주 보인다. 올라! 인사로 시작되는 대화는 덤. 이 분위기에 어우러지다보니 나도 어느새 리스본에 스며든다.


나타 두 개, 홈메이드 아이스티, 아이스 아메리칸 커피 한 잔. 나타 한 입에 깜짝 놀랐으면서 왜 다른 빵 맛볼 생각을 못 했을까. 여행에서는 식비에 너그러웠어도 괜찮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식비에 너무 인색했다. 엄마한테 여러 빵을 맛보여줄걸, 후회한다.


Confeitaria Nacional에서 나타를 먹고, 테주강을 향해 걸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엄마랑 리스본 거리를 거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하게 채워지는 이유는 이 아름다운 바다 마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생 사진을 건져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두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대체로 여유롭게 흘러간다. 엄마와의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대신, 우리를 자연스레 비추는 거울, 창문, 그림자를 향해  

핸드폰을 든다. 우리는 너무나 여행자지만, 여행자 모드를 잠깐 종료한다. 오감을 활용해 리스본을 담아간다.


구름 없이 맑은 하늘,

마음이 주름지지 않은 사람들,

바람에 실려 오는 고소한 빵 냄새,

경쾌한 소리로 달리는 트램.


삼각대는 잠깐 안녕이다.

리스본 거리는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데, 물론 라이브다. 곳곳에 거리의 악사가 있고, 악사의 노래가 여행자에게 낭만을 더해준다. 테주 강에 도착했을 때, A Thousand Years를 너무나도 멋지게 부르는 음악가가 있었다. 가사를 외우고 있는 노래가 얼마 안 되는데, 그중 하나인 곡이라 조용히 흥얼흥얼 따라 불러본다. 지이이인짜 행복하면 눈물이 난다는데, 리스본에 오니 그게 어떤 말인지 온 마음으로 느껴졌다. 엄마에게 나는 못 말리게 이성적인 딸이라, 간신히 참아낸 눈물이 1리터는 될 것.


어떤 여행자는 파인애플 칵테일을 옆에 두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행지를 이렇게 누릴 수도 있겠구나. 지금까지 아름다운 장소에 가면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며 더 나은 컷을 위해 버둥거릴 때.. 누군가는 이 풍경을 온전히 누려왔겠구나. 남는 건 사진이야! 를 외치며 사진에 끌려다녔던 나의 지난 휴식은 어쩐지 피곤했다.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소중한 사람과 전화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엄마와 나도 테주강에 앉아 그 기분을 그려본다. 강 위를 달리는 배를 바라보고, 강이 들려주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나 혼자 리스본에 온다면, 파인애플 칵테일을 옆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기념사진을 남기는 여행자들이 많다며 슈밤이 추천해준 곳. 정말 literally pink street였다. 나와 엄마의 감성을 건드리진 못했기에 핑크 스트리트구나!! 라는 것만 확인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식사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다이닝이 휴식 중이라 어쩐지 활기가 없었던 곳.


이제부터는 엄마랑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걸었다. 골목들이 조용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유럽 드라마와 유럽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영화 주인공이 된 듯한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엄마에게 부탁해 사진을 남겼으나, 포토샵에서 누끼를 따서 붙인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다 된 밥에 소이 뿌리기...) 여행 기념사진에 여행자가 있어야만 한다는 편견을 내려둔다. 대신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담아,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리스본의 골목은 길도 좁고 경사도 있지만, 걸어 올라갈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올라! 인사 한 번에 피로가 녹기도 한다.

산타루치아 전망대 옆 노상 카페. 엄마가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는데, 그 작은 요청도 들어주지 못한 나는 나쁜 딸이다. 계획을 다 내려두고 마음가는대로 발걸음하자고 결심했는데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눈부셔서 두 눈을 찡그려서 겨우 바라본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테주강은 눈부시게 반짝였고, 이 풍경을 마주치자마자 저항 없이 감탄이 새어나왔다. 고된 등산 후 마주한 정상이 더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듯, 여러 번 숨을 고르며 이곳까지 오른 엄마와 나에게 선물 같은 장면이었다. 수월한 여행을 위해 리스본 여행 브이로그, 걸어서 세계 속으로, 그 밖의 리스본 관련 여행 다큐를 섭렵하며 수십 번 본 장소였음에도 마치 처음 본 듯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난 아직도 눈을 감으면 이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슈밤이 왜 제일 좋아하는 전망대라고 했는지 너무나도 알 것 같다.


전망대 뒤에는 이렇게 아줄레주로 장식된 벽이 있다. 리스본에서 남긴 사진 대부분에서 나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의도한 연출이 아니다. 이곳의 햇빛은 너무나 눈부시다. 리스본의 겨울은 우기라고 해서 흐릴 줄 알았더니만, 모든 날이 참 맑았다. 리스본 여행을 계획한다면 썬글라스 꼭 챙기시길.


전망대를 구경하고 정원을 구경하기도 했다. 여기는 Jardim Julio de Castilho

리스본 골목길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개성 있는 정원도 한몫한다. 잘 보이지도 않을 화단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꿔두는 리스본 사람들 덕분에 10분 걸리는 길을 통과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린다. 여행자의 눈은 너무나 바쁘고,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질 틈이 없다. 사람 손길이 닿은 듯 닿지 않은 듯 마음대로 자란 식물들. 언젠가 리스본에 다시 오면 마을 사람들과 두런두런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정원을 가꾸면 이렇게 근사한 마당이 탄생하는 걸까. 그 이야기를 수집해 인터뷰집을 만들고 싶다는 소소한 꿈을 품어본다.


집마다 널어둔 빨래도 골목 구경하는 재미 중 하나. 빨래가 이렇게 감성적일 수 있는 거냐며 감상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이 빨래를 보며 도대체 어떻게 널었을까 가설을 세우고 사고실험을 해보고는 아찔해한다. 허리를 숙여 빨래를 너는 장면을 상상하면 너무 무섭다는 엄마. 생각해보니 저 빨래 걸려있는 것만 봤지, 빨래 너는 장면은 보지 못했구나.


꼭 평점이 높은 식당을 갈 필요가 없었다.

해진 뒤 리스본은 쌀쌀했다. 길고 긴 비행 후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만 두고 나온 우리는 아직도 리스본 골목을 걷고 있다. 엄마랑 나는 너무 지쳐서 어느 곳이든 들어가 몸을 녹여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와중에도 평점이 좋은 식당에 가겠다고 엄마를 데리고 한참을 더 걷고 걸었다. 엄마는 리스본 거리를 구경하며, 또 웃으며 나를 격려해 줬지만, 많이 지쳤던 것 같다. 다툼은 너무 사소한 데서 시작됐다. 식당이 너무나 이뻐서 기념사진을 부탁했는데, 수평과 구도 어느 하나 맞지 않게 찍어준 엄마의 사진이 속상해 화가 났다. 나에게 사진은 중요했지만, 엄마의 기분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퉁명스러운 말로 엄마 기분을 상하게 해버렸다. 식사는 어색하게 시작됐지만, 고맙게도 음식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다. 예상하지 못한 맛에 엄마와 웃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분위기가 풀어졌고, 식사를 다 한 우리는 다시 손을 꼭 잡고 리스본 골목을 걷는다.


이후에도 내 과실 99%로 엄마와 몇 번 다투고 손 잡기를 반복한다. 여행을 돌아보면 엄마에게 미안한 기억이 너무 많은데, 엄마는 리스본을 생각하면 행복한 기억, 고마운 기억뿐이라고 한다. 엄마는 아직도 리스본 이야기만 나오면 아이처럼 좋아한다. 엄마의 너무나 후한 감상이 나에게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게 한다. 


이 화살표를 따라가면 정말 영화관이 나올까.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보고 싶은 저녁이다.


이 장면이 좋아서 한참을 바라본다.


리스본 사람들은 오롯이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것 같다. 세상의 시간에 본인의 시간을 맞추지 않고, 자연스레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아저씨는 그림자가 들어오니 벤치 옆에 둔 가방을 들고 책을 덮어 계단을 내려갔다. 아저씨가 떠난 벤치에 괜히 앉아 분위기를 잡아본다.


여행지에선 모든 순간이 다 여행이다. 엄마 여기에 좀 더 앉아 있다가 갈까? 우리 여기서 노을 보고 들어갈까?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걸어 돌아왔다. 호텔에 들어와 몸 좀 녹일 겸 따뜻한 우유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셨다. 키를 받아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엎드려 진한 코코아를 한 잔 마시며 오늘 하루를 다시 재생해본다.


내일은 엄마를 행복하게 해줘야지, 내일은 절대로 엄마한테 속상한 말을 하지 말아야지.

그런 결심을 하며 나는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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