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Oct 01. 2020

위아래가 없는 경진이네

조롱 (嘲弄): 비웃거나 깔보면서 놀림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다.



"경진아!! 동키가 나 조롱했어!!!"



세 자매로 북적이는 지붕 아래, 언니 동생의 호칭 대신 서로를 부르는 애칭 아닌 애칭이 존재한다. 세 달 전에는 박구수, 두 달 전에는 정민이, 그리고 이제는 동키가 되어버린 언니. 밥 먹을 때 항상 냉장고 깊숙하게 자리 잡은 야채들을 통으로 꺼내와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습 덕에 생긴 또 다른 별명이다.



"그래?? 동키, 너 일로 와봐."



그렇게 엄마(경진이)는 동키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는 한바탕 혼내주고 오겠다고 큰소리 쳤다.


사실  '조롱했다'라는건 언니(동키) 옆에서 장난치다 동키가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을 때, 괜히 상처 받은 척하며 던지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 집에서 '조롱'은 정말 아무 상황에서, 본인이 불리하거나 말로 이기지 못할 때, 그런 때에 통용되는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방 문 너머로 한바탕 혼내주고 오겠다는 경진이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체 무얼 하나 열어본 문 틈 사이로 나는 경진이와 동키가 서로를 마주 보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나한테 들키지 않으려 소리 내지 않고 껄껄 웃으면서 말이다.


그 뒤로 시도 때도 없이 '조롱'을 외치는 세 자매 덕에 매번 혼내러 다니느라 춤만 열심히 추게 된 경진이는, 아직도 집에 위아래가 없다며 툴툴거리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운 나이 24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