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바리스타 - 아무도 믿지 마
졸업은 했지만 뚜렷한 꿈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전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카지노 딜러’ 면접이었다. 외국어 가능자를 뽑는 자리였다.
1차로 일본어 신문 읽기 같은 개인 면접을 보고, 그중 합격한 사람만 2차로 합숙 면접에 갔다.
1박 2일 동안 연수원에 묵으며 조를 짜 활동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팀 미션을 하는 기분이었다.
조 활동과 개별 면담에 이어, 다음 날 아침에는 6km 달리기까지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오래 달리기를 꽤 잘한다는 사실을.
마지막엔 추천할 조원의 이름을 적어야 했는데, 친해진 지원자들 중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는 게 잔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종 면접까지 올랐다.
사장과 임원 다섯 명, 그리고 지원자 다섯 명이 마주 앉았다.
열심히 대답했고, 무난하게 마쳤다.
그런데 내 옆 지원자 차례가 되자, 사장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나 ○○○ 알아. 너희 아버지 맞지?”
공기가 달라졌고, 순간 직감했다.
'아, 나는 떨어지겠구나.'
결과는 그대로였다. 간절하지도 않았던 직업인데 괜히 아쉬웠고, 그런 나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그 무렵 카지노 채용 비리가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씁쓸했다.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고 지원 횟수도 줄었다.
깡만 있으면 붙던 인턴 면접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집에만 있자니 눈치가 보였다. 용돈벌이라도 하며 준비할까 싶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다행히 카페는 한 번에 붙었다.
그때 커피 만드는 모바일 게임을 즐겼는데, 막상 일해보니 그 경험이 의외로 도움이 돼 신기했다.
나는 늘 마음에 새기고 있던 ‘월급값 하는 직원’이 되고 싶어 매뉴얼을 집에 들고 가 달달 외웠다.
사장은 흡족해했고, 점장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아르바이트생보다 일이 빨랐고, 혼자 오픈과 마감도 하면서 단순한 일상에 익숙해져 갔다.
점장은 가끔 사장 험담을 했다. 나는 남 얘기하는 게 싫어 대충 흘려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점장은 사장의 ‘아들’이었다.
그때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장은 형사 출신이라고 했는데,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종종 보였다. 그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른 곳에 이력서를 냈고,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도망치듯 그만두었다.
그럼에도 카페 바리스타 일은 나와 잘 맞았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커피를 만드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바리스타를 평생 업으로 삼기엔 모험 같았다.
그래서 서비스직이면서 일본어도 쓸 수 있는 면세점을 다음 직장으로 정했다.
그렇게 겁 없이 여초회사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