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페스티벌 ‘원더랜드 피크닉 2024’
지난 5월 11일과 12일 양일간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다양한 뮤지컬 배우들의 특별한 무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원더랜드 피크닉 2024’ 페스티벌이 열렸다. 기존에는 실내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뮤지컬 음악을 야외 무대로 옮겨와, 마치 소풍을 온 듯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공연이었다.
‘원더랜드 피크닉 2024’는 극장 크기나 배역에 얽매이지 않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배우와 관객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개최되었다. 이에 걸맞게, 대극장 뮤지컬 음악부터 중소극장 뮤지컬 음악, 나아가 팝송과 힙합 음악 등 다양한 형태와 장르의 음악들을 여러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예기치 못한 기상 변화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던 11일 공연은 끊이지 않는 비에도 식지 않는 관객들의 환호와 무대의 열기가 돋보였다.
이날 공연은 강홍석, 이재원, 정원영 배우의 무대로 포문을 열었다. 과거 DJ DOC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 함께 출연한 바 있는 세 배우는 그들만의 친근하고 열정적인 케미를 한껏 발휘하며 활기차게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강홍석 배우가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오프닝 넘버인 ‘Road to Hell’과 작년에 발표된 싱글 ‘땀'을 공연하며 페스티벌의 열기를 고조시키는 한편, 이재원 배우가 공연한 빈지노의 ‘젖고 있어'라는 곡이 비가 쏟아지는 기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웃픈'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정원영 배우는 ‘앨빈' 역으로 참여했던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또 다른 등장인물 ‘톰'이 부르는 넘버인 ‘나비'를 부르며, 다른 배역으로서의 모습을 따뜻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민경아, 박진주 배우가 함께 꾸민 두 번째 무대는 마치 디즈니 공주들을 연상케 하는 옥구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하모니와 발랄하고 유쾌한 유머가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특히, 작년 뮤지컬 <레드북>을 통해 뮤지컬 데뷔를 맞은 박진주 배우의 개성과 가창력을 엿볼 수 있었다. 뮤지컬 넘버 및 애니메이션 OST 등 다양한 곡을 부르며 박진주 배우를 미처 뮤지컬 작품으로 접하지 못했거나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뮤지컬 배우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민경아 배우는 뮤지컬 <드라큘라>의 ‘If I Had Wings’와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Requiem’을 공연하며, 아직 맡아보지 않은 캐릭터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고훈정, 김찬호, 박규원 배우가 무대를 이어갔다. 주로 중소극장 뮤지컬 작품에 주로 참여하는 박규원 배우가 부른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자신만의 개성을 듬뿍 담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반적으로 중소극장 뮤지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배우들과 대극장 뮤지컬 작품에 주로 참여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다. 또한 과거 같은 작품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이들이 함께 부른 뮤지컬 <더 데빌>과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의 비밀>의 넘버는 강력한 하모니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페스티벌 첫날의 대미를 장식한 하이라이트는 바로 정선아, 유리아, 조정은 배우의 무대였다. 각 배우들의 개성 넘치고 섬세한 솔로 무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넘버, 또는 다른 곳에서는 해당 배우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던 곡들을 듣는 특별한 기회였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준비한 듀엣 및 트리오 무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정선아, 유리아 배우가 함께 부른 뮤지컬 <위키드>의 ‘For Good’은 각자의 음색과 가창력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는 두 배우의 우정이 돋보이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특히 이 두 배우가 뮤지컬 <이프덴>에서 같은 배역을 맡았던 만큼, 곡의 가사가 뮤지컬 속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피날레를 장식한 ‘Speechless’는 세 배우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밴드 편곡, 화음이 어우러져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냈다. 이번 기회에 ‘걸크러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조정은 배우의 말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였다.
이번 ‘원더랜드 피크닉 2024’는 이렇듯 중소극장과 대극장 뮤지컬, 대중음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음악을 다양한 뮤지컬 스타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배우의 이미지 혹은 평소 맡던 배역에 관계없는 선곡과 공연을 통해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를 충실히 엿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듀엣 혹은 단체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페스티벌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각 배우들의 매력을 깊이 알게 되고, 한편으로는 이들이 더욱 다양한 배역을 맡아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