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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Jun 06. 2021

치사하게 떼먹는 소득세 환급금

백전백승하는 최팔룡의 영업일기(17)

송파구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방 사장님의 가게 터는 내가 잡아 주었다. 명당자리라서, 장사가 정말 잘 되는 곳이라서 알선해주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장사를 하던 사장님의 부탁으로 양도 양수를 진행했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 장사하시던 분은 정말 형편없었다. 가게를 오후에 열지도 않았고 반찬 재고 관리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가게가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런 가게를 물려받았으니 단골손님까지 양도받는 개념의 양도양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난 올해 초까지 방 사장님께 떳떳하지 못했다. 잘 안 되는 가게를 연결해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내가 사기꾼인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랬는데 이번에 특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방 사장님과 나의 관계가 개선되었다. 세상일은 한치 앞도 모를 일이다.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온라인으로 하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20년도 근로소득세 기납부내역에서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었다. 방 사장님은 20년 11월까지 K가 운영하는 미역국집에서 근무를 했다가 퇴사하면서 소득세, 퇴직금 정산을 했다. 그런데 소득세 정산금에 대한 실제 통장 입금 내역이 없다는 것이었다.    

 

직장인들의 소득세는 연말정산에서 세부적인 사항까지 따져서 정산을 할 수 있지만 연중에는 원천징수 형태로 세무서에 납부하게 되어 있다. 매달 떼어 가는 돈이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이런 원천징수는 아까울 것이 없다. 세금을 하나도 납부하지 않고 월급을 받게 되면 나중에 연말정산할 때 목돈을 납부해야 하니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이야 그렇다 치고 국세청에서는 그런 자투리 세입이 중요하다. 연중 고르게 소득세를 징수하겠다는 계산이리라.     


이러한 소득세 정산이 연말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에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양심 없는 사업자들은 일종의 함정처럼 사용한다. 바로 40대 중반의 여성 K가 그런 자였다. 퇴사 처리를 하면서 정산을 해보면 소득이 낮은 근로자들은 틀림없이 환급이 발생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떼먹은 것이다. 세무사가 정산을 해놓은 사항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은근 슬쩍 가로채는 수법을 쓴다. 일반인들의 무지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퇴사하자마자 조그만 반찬가게를 11월에 개업한 방 사장님의 당해연도 종합소득세가 60만원이 발생한 것부터 어쩐지 수상했다. 가족도 없고 공제 사항도 없었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조리 근무자가 60만원이나 소득세를 납부할 리가 있겠는가. 절반 이상의 우리 국민들이 소득세 면세라는 점을 생각해도 60만원의 소득세 계산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을 찾다가 전 근무지인 사업장의 근로소득세 정산 내역에서 수상한 대목을 발견한 것이다.     


방은 K에 대해 치 떨리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너무 돈만 밝히는데 넌덜머리가 났고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두려워 직접 통화를 난감해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전화를 해서 따져주었다. “K 사장님, 소득세 환급금은 방OO 님에게 언제 주셨습니까?” “ 당신 누구신데요?” “저는 방OO 님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퇴사할 때 60만원 격려비로 준 거 있어요.” “ 그거 말고 소득세 환급금은요?” “누구신지 모르겠고 무슨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내가 돌려줄 돈은 없어요. 띠디디디.”     


아무래도 K는 이런 방식으로 여러 퇴사자들 돈을 떼먹어 본 것 같았다. 담당 노무사, 세무사와 통화해본 결과 K는 해당 사항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체불한 것이 분명했다.       


즉시 고용노동부에 임금 외 체불 금품이 있다고 신고를 했고 담당자의 확인을 거쳐 K가 추궁을 당했던 모양이다. 문제를 제기한 지 약 2주 만에 방 사장님은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근로자 지위를 잃은 사람들이 퇴직금을 받으면 회사에 볼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근로소득세 환급금이다. 모르면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다.     


방 사장님은 퇴사 이후 인수받은 가게를 정상화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은폐된 착취를 발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겠지만 K와 같은 세기말적 세태는 불행이다. 방 사장님의 전언에 따르면 K는 ‘방OO씨가 깡패 같은 것한테 통화를 시켜서 꼬투리를 잡고 신고를 해서 돈을 뺐어갔다’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런 깡패라면 나는 영광이다. 근로자든 누구든 약자의 곁에서 쇠망치 들고 얌체 같은 자들을 후려칠 수 있다. 세무사도 못하고 노무사도 못하는 일, 경영지도사로서 더욱 보람을 느끼면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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