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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Dec 28. 2021

거꾸로 쓰는 음식점 방역패스 매뉴얼

마찰의 소지를 줄이면서도 쉽고 편리한 방역패스 적용

방역패스 적용 때문에 속 끓이는 음식점이 많다. 백신을 제때 잘 맞아서 안전한 사람들만 식당에 출입하게 만들겠다는 정책인데 현실 적용에서 이런 저런 말썽이 생긴다.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 것으로 인식된 가게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시한 업데이트하는 앱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 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고 처음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 같으나 언젠가 나비효과가 발생하여 무시 못할 바람으로 닥쳐올지 모른다. 어쨌든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성가신 것을 만들어서 좋을 게 없다.


질병관리청에서 접종증명, 음성확인제를 적용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침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다보니 복잡하고 엉성하다. 별의별 손님들이 다 찾아오는 현실에서 공무원식의 지침이라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홍보 자료를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나오지 않는다. 장사와 아무 상관 없는 질병청에서 지침을 내고 일선 구멍가게에서 그 지침을 알아서 시행하는 세상이다. 지침에 따라 사람이 기계적으로 움직여줄 리가 없다. 문제가 생겨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제도가 엉망으로 운영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가 음식점을 위한 방역패스 표준 매뉴얼을 만들었다.


사업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방역패스 적용 방식은 품이 많이 들어서 추천하지 않는다. 많은 업소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식은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고 여차하면 불신을 가져온다. 내 사업에 독이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계속 지금처럼 적용하면 내게 좋을 것이 없다. 개인이 만들었지만 질병청의 지침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적용하기 바란다. 정말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한다면 질병청 지침(접종증명 제2-2판)과 대조해보기 바란다.


1. 가게 입구에서 QR 인증을 하지 않고 테이블에서 조용하게 확인하면 된다. 

많은 분들은 음식점 입구에서 반드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줄 알고 있는데 질병청에서 이런 것을 강제한 바가 없다. 추운 날씨에 점포 내에 들어온 고객이 선 자세로 QR을 찍게 만드는 행동은 바보짓이다. 다들 이렇게 하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 손님을 테이블에 편안하게 모시고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QR을 찍는 것도 불필요하다. 단지 종업원이 스마트폰이나 종이에 인쇄된 증명서를 육안으로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2. 증명을 잘못 확인했을 때 사업주가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받는다는 주장은 헛소문에 가깝다.

접종증명과 관련해서 점주가 해당 사실을 회피했을 때에나 책임을 지는 것이지, 까다로운 지침을 잘못 적용했다고 해서 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코 자영업자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지침을 만든 공무원도 그런 것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영업자의 의무를 어느 정도 제한했다. 단지 증명서를 아예 확인하지 않고 그 사실이 적발되었을 때에야 처벌을 받는다. 어쩌다 몇몇 손님이 QR 찍는 것을 놓친 것까지 점주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벌벌 떠는 경우도 봤다. 너무나 순진하고 바보같은 생각이다.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이 모두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사업주도 볼 일 보러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할 수도 있다. 기계처럼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완수해야 과태료 150만원을 내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어깨에서 힘을 빼기 바란다.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 아니니 비현실적이고 고지식한 자세는  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증명서의 위변조 여부까지 사업주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질병청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3. 일일이 QR찍으라고 고객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안내문 한 장 붙이면 된다.

음식 조리하고 서빙하기도 바쁜데 손님들 QR, 방역패스 적용하라고 부탁하는 사업주들보면 한숨만 나온다. 점포 내외부 적절한 위치에 질병청에서 나온 포스터 한 장 붙여놓으면 끝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업주는 공무원이 아니다. 점주가 손님한테 애걸할 필요가 없다. 한글 다 읽을 줄 아는 게 우리 국민이다. 안내문에 다 써놨는데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점주의 책임이 아니라 손님의 책임이다. 

무인점포나 점주 1인 사업장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아니 3인 이상 종업원이 있는 음식점이라 해도 홀에 서빙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게들 행정지도를 받을까? 결코 아니다. 바보 같이 손님 따라다니면서 방역패스 물어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인건비가 아깝지 않은 모양이다. 한글을 잘 읽을 수 있는 손님들을 믿고 맡기면 된다. 읽고도 제대로 처신 못하면 그건 손님이 책임질 일이다.

그럼 점주의 책임은 무엇인가? 단지 QR 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정상적인지 확인하면 된다. 가끔 종이 문서나 화면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으면 슬쩍 보면 된다. 그게 전부다. 세종이 한글을 제대로 창제했는데 계속 고생할 필요가 없다. 


4. 접종증명을 거부하는 고객이 굳이 식사를 달라고 하면 싸울 필요 없다.

그런 손님들 없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음식점을 소란하게 만들어 좋은 것이 없는 사업주라면 돌발 상황이 와도 태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일단 음식을 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면 손님과 대립해서는 안된다. 일단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타당하며 혹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취식 직후 고객의 인적 사항을 확보한다. 예를 들면 종이에 연락처를 적어두는 것도 좋고 카드 영수증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음식은 어쩔 수 없이 팔지만 말썽꾸러기 고객을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이다. 시끄럽게 현장에서 그러지 말고 나중에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만 하면 사업주에게 책임이 없다. 고객의 연락처가 잘못되었거나 카드 소유주가 다르더라도 상관 없다. 그저 신고만 하면 사업주의 의무를 200% 다 한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까지는 없겠지만, 돌발사태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좋다.


5. 나이 어려 보이거나 키가 작은 고객이 오면 접종증명이 불필요하다.

분명히 질병청에서는 18세 이하처럼 보이는 사람이 오면 신분증이나 접종증명을 적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공지하였다. 단지 육안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음식을 많이 팔아야하는 점주의 입장에서 그 식별 기준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찰을 일으켜서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6. 1인 취식 고객을 받지 않을 때에는 사유를 명확히 밝힌다.

혼자 오는 손님들 중 상당수는 방역패스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분명 규정에 따르면 문제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 다만 혼자 큰 테이블을 차지해야 하니 바쁜 점심시간에 오면 불청객이 된다. 그러니 정중히 말하는 게 좋겠다. 당신은 방역 지침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우리 가게는 점심시간에 1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미접종자들을 중심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있는데 운이 나빠 여기 등재되는 것은 곤란하다. 혹시 여기에 등재되는 일이 생기면 무시하지 말고 사이트 관리자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여차저차 설명을 하면 알아 들을 것이다. 


7. 쓸데없이 방역 지침을 강화하여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을 쫓아내는 것을 달가워하는 점주가 어디 있을까? 하나마나한 소리겠지만 그래도 써볼 필요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방역패스 적용하는 것이 복잡해서 단순히 전자적인 방식의 백신패스 1개 종류만 허용하겠다는 점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과태료나 벌금은 없다. 코로나에서 안전한 가게라고 소문나서 장사가 더 잘될 거라고 믿는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개똥이든 소똥이든 우리 가게에 많이 와서 많이 팔아주기만 한다면! 이렇게 힘든 시기에 단 한 명의 고객도 고맙지 않을까? 그렇다면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정부 지침을 가장 약삭빠르게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종이 한 장으로 정부에서 부과한 방역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방역패스 처음 실시할 때 잠정적인 임시조치라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 제도는 분명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은 유지될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수백만 사업자들이 정부 지침 몇 장으로 규율될 수 있을까? 도대체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사업주들도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처신하면 사업주 자신만 다친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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