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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Nov 07. 2020

골목상권 진입과 후퇴에도 합리적 기준은 필요하다

자본론의 개념을 적용한 생활경제(1)

어떤 사업을 해도 10년 전, 20년 전보다 마진이 적다. 이윤이 많이 나는 곳으로 투자가 몰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수준에서 해당 산업의 이윤이 평준화되고 나중에는 전 사회의 평균이윤율이라는 것이 형성되는데 요즘은 그 수치 자체가 형편없는 수준이 되었다. 돈이 갈 곳이 없다보니 공신력 있는 은행마저도 투기에 나서다 호된 질책을 받는 세상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도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준 까닭도 있지만, 산업 전체의 이윤율 저하경향이 매우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궁극적인 원인이 있다.     


무슨 업을 시작하든 해당 업의 평균이윤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미용실을 하든 식당을 하든 미리 재무적인 예상과 계획을 세워놓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가 창업자의 희망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경영 개념을 도입하여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세금까지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사회적인 평균 이윤율을 반영하지 않아서 앙꼬 빠진 찐빵처럼 된 걸 많이 본다.

장사를 시작도 안했기 때문에 이윤이나 수익 이야기는 시기상조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미용에 특별히 재능이 있는 분도 계실 것이고 음식을 기가 막히게 하는 분도 있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겠지만 업계 평균이라는 것은 무시 못 한다. 경험이 부족하고 초보자일수록 업계 평균이라는 것은 중력처럼 작용할 것이다. 음식점이라면 배달앱에 의존하고 네이버 노출의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중력의 영향은 더욱 커진다. 일시적인 히트는 노력에 달렸겠지만 장기적인 롱런을 본다면 역시 평균값으로 추정하는 것이 무난하다.     


평균이윤율의 형성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분석해놓은 것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3권에 나온다.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찾아 돈이 돌다 보면 평균이라는 위치로 수렴하고 마침내 이자율이라는 종착점에 도착한다는 정도의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 그의 논리를 이해한다면 단지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그 평균이윤율이라는 것이 잉여가치율이 전환된 것이라는 원리를 이해해야 전체적인 맥락까지 파악한 것이다.

물이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흐르듯이 돈의 높낮이도 일정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이야 당연하지 않느냐며 학문적인 개념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그래도 문제의 끄트머리는 잡고 계신다. 이는 가격의 결정을 나타내는 수요와 공급 곡선에도 마찬가지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다보면 어떤 가격으로 당연히 수렴되는 것인데 굳이 가치이론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가격이라든지 평균이윤율이 왜 하필 해당 지점으로 수렴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리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하여 학자들처럼 원리부터 시작해서 최종 가격이나 이윤율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추상적인 원리에서 시작해서 구체적 값이 도출되기 때문에 이것은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며 엄밀한 규정성을 가진다는 점을 알면 된다. 상반되는 모양의 그래프가 만난 교차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식으로만 말하고 끝내버리는 일반 경제학 개념은 과학의 포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주관적 뜬구름잡기가 되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든 대기업을 하든 추가적인 수익은 반드시 잉여가치, 사람의 노동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로 급격하게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택배회사들은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쥐어짜는 방식으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평균이윤을 형성하는 과정에는 사회적 자원이 총체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인 평균이윤율에는 노동력이 조그마한 요소로만 작용한다. 그런데 그 평균에서 추가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어떤 경제 체제를 취하든 어떤 장사를 하든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래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역량까지 총동원하여 점포를 운영한다. AI가 인간의 노력을 대신하는 세상에서도 믿을 것은 인간의 땀방울뿐이라는 것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목격된다.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내 개인 노동력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사장님 개인의 근무시간을 계속 늘리기는 어렵고 업무효율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용촉진장려금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충분히 활용하여 종업원 1인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도 유력하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개인의 노력은 결국 평균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그대로 두면 계속 하향평준화해서 생계비 지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노동력의 가치는 곧 생계비 지출인데 그 하위 평균값은 금년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개인이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영업의 평균 이익률은 계속 하락하기만 한다. 단지 그 규모를 키워서 버티는 것이다. 자영업보다 더 한 것이 석유화학, 반도체 같은 거대 장치 산업이다. 그렇지 않은 사업은 예외일 뿐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기본원가나 기대수익을 산정하여 골목상권의 출혈경쟁을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는 것이 적절하다. 실제 대형마트 진입을 차단하는 정책은 지금도 하고 있다. 아파트를 지을 때도 표준원가가 산정될 수 있는데 골목상권에도 어떤 기준이라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야 어려운 것이 있을까? 이것은 늘 정답이라고는 못하지만, 또한 시기에 따라 변화하겠지만 최소한 공신력 있는 참고 자료가 되어 시장에 진입하거나 빠져나가는 사업자들의 자기점검표 역할을 하게 된다. 일정 수준으로 장사를 할 것이 아니라면 진작에 진입도 하지 말라는 강한 신호를 줘서 기존의 소상공인들의 경쟁도 완화해야 한다. 준비가 안 된 창업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

인간의 노동력이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가 된다는 원리를 인정한다면 자영업 운영에도 사회적 기준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수 있게 된다. 쉽고도 단순한 이 원리를 놓치고 그저 현재 주어진 경쟁 자체가 평형상태를 낳게 된다는 믿음만 고수한다면 사실 아무 것도 안 한 것이 된다. 어떠한 중소기업 지원제도도 어떤 측면에서는 좀비기업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어떤 개별 기업에 대한 특혜로만 작용한다는 사실을 언제쯤 국민들이 인식하는 날이 올 것인가?     


이 글을 시작으로 ‘골목상권과 생활경제에 적용되는 자본론’ 시리즈를 구상, 집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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