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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Nov 14. 2020

코로나 불황에도 기업 원가상승이 확실시되는 이유

자본론의 개념을 적용한 생활경제(2)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일종의 베팅이나 도박의 일종이라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세상이다. 그래도 그런 투자행위가 일단 한자어 그대로 돈을 넣는 것이니 투자가 맞는 것 같지만 자본론의 저자 마르크스는 그런 것은 자본이 아니라 ‘유사자본’ 정도로 인식한다. 공장의 기계가 돌아서 생산이 개시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돈의 흐름은 역사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에서의 자본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 가격 자체가 올라서 도시서민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전셋집 하나 구하는 것도 버거워지고 있지만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활활 타는 불길을 끄기는커녕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의 시간이 예전보다 5년, 10년이 길어지게 생겼으니 정부가 책임지라는 식이다. 집을 산다는 것은 거대한 화폐를 땅 밑에 묻어둔다는 뜻인데 이게 최종 목적지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멀쩡하게 잘 살아가던 무주택자에게까지 초조함을 준다. 집과 땅에 퇴장화폐를 묻어두는 일은 결코 인생의 목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부동산 폭탄돌리기는 투자가 아니라 오직 베팅일 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합리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말하자면 퇴장화폐는 경제의 피가 고여서 굳은 것이다. 살아있는 피, 순환하고 있는 경제를 보려면 생산수단 구입에 들어간 화폐를 봐야 알 수 있다. 요즘 자주 쓰는 말로 바꾸면 설비투자가 될 것인데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코로나 전부터 대폭 감소하고 있었다. 2018년, 2019년까지 2년 연속 설비투자 마이너스인 국가는 OECD 국가 중 아이슬란드와 한국, 딱 두 군데라고 한다. 그 감소폭은 올해 더욱 확대되었으니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상태는 무려 3년을 경과하고 있다. 그 마비의 후과는 경제의 말초신경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까지 전파되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

자본가의 경영 행위는 결코 잉여가치를 창출하지 못하지만 토지소유자의 영리행위는 자본가의 경영보다도 더 뒤에 서 있다. 올해 대량 생산이 된 마스크를 생각해보자.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를 현장에서 만들 때 이미 가치는 창출된다. 어머니의 태 안에 아이가 있듯이 가치는 이미 거기 있었다. 마스크를 공장에서 꺼내어 판매할 때 마스크 공장의 이윤도 실현되고 공장이 서 있는 땅의 지주도 월세를 받는 것이다. 공장부지 즉 토지라는 요소는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살아있는 경제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생산에 가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본론 3권에서는 지대(장기 임대료)가 매우 중요한 챕터로 다뤄지고 있다. 농업 생산이 괴멸된 우리 사회에서는 패스해버려도 될 것 같지만 차액지대의 개념 정도는 꼭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형편없는 위치에 있는 땅은 임대가 안 되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의미의 농업경영은 불가능하다. 임대가 안 되므로 자영농 형태를 제외하면 농작물 생산도 불가능하다. 멀쩡하던 토지도 경작을 안 하면 불모지(최열등지)가 된다.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지대(임대료)가 형성되려면 제대로 된 생산이 먼저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임금, 자본, 지대라는 3개 요소가 기독교의 성삼위일체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단지 그 순서를 명확히 하라는 것이 자본론의 설명이다.

서울의 장기전세주택과 같은 공공임대를 대폭 확대하고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부동산 가격 불안은 쉽게 잠재울 수 있다. 해결책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해결하기 싫은 것이 정부 관료들의 본심이다. 똑똑한 정치인들은 이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어릿광대 같은 지도자는 아무 것도 모르고 통치를 한다. 진정한 투자는 해봐도 소용없으니 죽어서 퇴장된 화폐로라도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 경제의 동맥경화 3년 차에 이르러 꽉 막힌 돈의 흐름이 몸서리를 치는 것이다. 사회가 멀쩡하게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생산된 가치를 이래저래 약탈하고 말자는 생각이 지금 부동산 가격 폭등에 반영되어 있다.     


부동산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게 되면 경제주체들의 잉여가치의 분배 균형에 금이 간다. 장사가 안 되면 월세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월세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장사가 꽝이면 임대인들이 임차인들을 모시지 못해 안달해야 정상인데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임대시장의 자연스러운 수요 공급 곡선마저 무너뜨리게 되었다. 뜬금없는 고정비 지출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여력을 더욱 갉아 먹는다. 다른 나라와 달리 매출하락과 원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 격렬한 고통을 수반한다. 코로나에 따른 경제 효과가 결코 아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나 정부의 기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고 그 겨울의 끝은 언제쯤 끝날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문제 자체의 혹독함도 문제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없다보니 지금의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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