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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 Jan 04. 2023

마케터에서 UX디자이너에서 PO로

PO, PM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커리어 이야기


현재 프로덕트 오너(PO)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처음부터 프로덕트 오너를 꿈꾸며 달려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 바닥에서 최소 몇 년은 구른 사람들이 가는 중간 목적지(?)인데, 그 사람들이 몇 년을 이 바닥에서 구르기 전까지는 생소한 직업이었으니까.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떤 커리어를 쌓아서 뭘 하다가 어떻게 프로덕트 오너를 하게 되었는지.




처음 시작은 콘텐츠 마케팅과 콘텐츠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하며 포토샵 과외를 하던 나에게 들어온 솔깃한 제안.


우리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해볼래요?


고민 끝에 나는 기회를 잡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과외를 위해 가입했던 탈잉이라는, 당시 전 직원이 10명 조금 넘는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스타트업 특성상 이것저것 할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 마케팅과 디자인부터 시작해 광고 및 이벤트 기획과 운영, 퍼포머스 마케팅, GUI 디자인, 인쇄물 그래픽 디자인 등등... 물론 초반엔 전공한 디자인을 살려 배너나 카드뉴스 등 콘텐츠 디자인 그리고 본래 취업한 직무인 콘텐츠 마케터의 업무인 아티클 작성이나 프로모션 기획, 광고 기획을 주로 하긴 했지만.


내가 맡았던 업무 중 가장 생소했던 건 퍼포머스 마케팅이었다.

한참 콘텐츠 마케팅 위주로 업무를 하던 중 퍼포먼스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하던 마케팅 리더가 퇴사를 했다. 그러면서 영상 제작 팀원들을 제외하고, 남은 팀원인 나에게 페이스북 광고 운영과 집행에 대해 인수인계를 해주고 그렇게 나갔다.


생각보다 재능(?)이 있었던 건지, 나는 그 일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다. 이제껏 짜인 문구대로 광고를 디자인하기만 했었는데, 이제 직접 광고를 태우고 성과를 보고 또 분석해 더 성과가 잘 나는 새로운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디자인 능력과 광고 카피 제작 능력 그리고 집행 및 분석 경험까지 더해져 cpc를 5배가량 절감하고 나니, 어느샌가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 담당자가 되어있었다.


대표님과 함께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를 오가며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가 커졌고 새로운 팀원들이 많아졌다. 본래 디자이너로 취업을 원했던 나는 기존에 하던 마케팅 업무를 모두 다른 팀원들에게 넘기고 디자인과 이벤트 기획에만 집중하며 그렇게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광고, 콘텐츠, 배너, 간단한 GUI 요소 작업 등 당장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인스턴트식 디자인에 지친 나는 퇴사를 하고 미처 졸업하지 못한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서는 듣고 싶은 수업을 대부분 들었다. 모션그래픽부터 금융수업까지... 그리고 본래 전공인 UX디자인을 살려 졸업전시를 하고 그렇게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 하려던 찰나에 같이 일했던 타 팀 리더에게 연락이 왔다.


창업을 했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겠느냐고.


그 길로 나는 UX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는 지금 회사다.


입사하자마자 기획부터 UX, BX까지 프로덕트를 위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PO가 짜 놓은 큰 그림과 전략 안에서 세부 기획과 디자인까지 모두 내가 혼자 해내야만 했다.

리서치부터 인터뷰, 그리고 와이어프레임, UT와 수정 그리고 최종 디자인을 거쳐 개발, QA와 배포까지 전 과정을 몇 달간 PO 그리고 디자이너인 나, 개발자 두 명까지 총 넷이 고군분투하며 달렸다.


고군분투하던 시절 이야기는 여기에​+​


PO가 CPO로 승진하던 시점, 우리 프로덕트를 책임지고 (그 당시의 방식대로) 스프린트를 플래닝 하고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디자이너와 PM 사이에서 고민했고 기획롤에 더 가까운 PM을 택했다. 이후 회사가 커지는 시점에 디자이너를 채용했고, 프로덕트 팀이 2개로 분리되며 나는 우리 팀을 리딩하는 PO이자 팀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프론트 개발자 3명, 백엔드 개발자 3명, 프로덕트 디자이너 1명과 QA 한 명이 소속된 총 9명의 애자일 팀을 이끄는 리더로 그리고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맡는 게 커리어를 망치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저것’이 나중에 결국 모두 내 자산이고 경험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의 경험들을 끝내주게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불안하거든, 혹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불안하거든 내 5년 뒤 혹은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20년 뒤에도 지금의 경험이 쓸모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버려도 좋지만, 언젠가 내 자양분이 될 경험들을 잘 가꿔나가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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