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이 Jan 05. 2023

초기 스타트업 프로덕트팀이 일하는 방식

행복하게 일하며 성장하는 팀의 경험에 대해


5번째 멤버로 회사에 입사해 1년 반 만에 70명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잘 되는 스타트업은 초기에 어떤 모습이었으며, 어떻게 그렇게 성장해 왔는지.


물론 아직 우리 회사도 아주 ’잘 되었다' 라고 말하기엔 이르다. 또 나는 대표가 아니다. 전 팀을 운영한 경험을 다 이야기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 회사 프로덕트팀의 시작과 중간을 보고 있는 팀원으로서.

1년 뒤의 나를 위해, 혹은 1년 반 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초기 우리 팀의 모습을 끄적여볼까 한다.




시작


약 1년 9개월쯤 전, 함께 일하던 타 팀 리더가 창업한 회사에 5번째 멤버로 입사했다.


대표, 디자이너인 나, 개발자 하나, 마케터, 운영팀 둘. 이렇게 총 6명인 회사였다.

프로덕트를 빌드할 ‘프로덕트 팀’은 사실 디자이너인 나와 개발자 하나. 이렇게 단 둘이었다.


대표는 UX 베이스인 나에게 PM을 하라고 했다.

못한다고 했다.

왜냐면 진짜 못하니까. 모르니까. 기획까지는 하겠는데, 프로덕트 로드맵을 짜고, 팀을 꾸리는 일은 생소했다. 간접 경험조차 거의 없었으니까, 할 수 있다고 우기는 게 우리 회사에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PM을 모셔왔고, 이어 개발자를 채용했다. 이렇게 나름 그럴듯한 팀이 꾸려진 게, 입사하고 2개월 만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망하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우선 완성하자. 고객에게 평가받자.’ 그렇게 두 번째 프로덕트(이미 어느 정도 사업성이 보이는 서비스를 하나 더 두고 있었다.)를 출시했고, MVP는 보기 좋게 망했다.




번아웃과 스프린트 세팅


여러 시도를 거쳐 개발 중인 프로덕트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쯤, 앞만 보고 달렸던 우리 팀, 특히 개발자들에게 번아웃이 왔다. 밤새 개발하고 가장 먼저 출근했으니까. 그럼에도 버그는 자꾸 생겨나고 완성도를 챙길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이 없었으니까.


우리는 지속가능한 팀을 위해 스프린트를 세팅했고, 회고를 세팅했다. 2주 단위로 목표지표를 향해 달렸고, QA와 배포는 주기 내에서 애자일 하게 수시로 했다. 2주가 끝나면 회고를 했고, 회고에서 뽑은 액션 아이템을 다시 다음 스프린트에 적용했다.


이 안에서 당시 4명이었던 우리 팀은 두말할 것 없이 끈끈하고 또 치열했다.

의견은 솔직하게 또 자주 짧게 이야기했으며, 그때마다 치열하게 논의하고 수용했다. 그리고 회고에서는 술자리에서만큼 진솔한 이야기를 했으며, 매번 탁월한 액션 아이템을 뽑았고, 그를 통해 점진적이고 또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론에 충실한 보편적인(?) 애자일 프레임 워크로 시작했던 우리 팀은, 매 스프린트마다 우리에게 더 적합한 방식과 룰을 만들어갔고, 팀과 개인은 끊임없이 성장했다.


개발자가 먼저 기획과 디자인에 의견을 제시했고, PM은 개발 로직에 관해 끊임없이 물었다. 디자이너는 데일리 스크럼을 진행했고, 개발자와 끊임없이 기획에 관해 논의하며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만든 프로덕트는 빠르고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했으며, 신청 수나 회원가입 수 상승과 같은 눈으로 보이는 지표 상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며 팀이 커지고, 유관 부서가 늘어났다.

우리는 고객에게 주는 가치와 유관 부서로 부터 오는 공급자 중심 요청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고 우선순위를 탁월하게 관리해야 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우리 팀의 가장 큰 숙제가 된 시점에, 나는 우리 팀의 목표 설정과 우선순위 관리를 하며, 디자이너에서 PM의 역할로 점차 영역을 넓혀갔다.




이후 회사의 성장과 함께 4명 남짓의 프로덕트팀은 15명의 프로덕트 그룹이 되었고, 동시에 나는 9명의 팀을 이끄는 PO가 되었다.


초기에 함께 일한 4명은 모두 다른 팀으로 찢어졌고, 나는 운영팀, 영업팀, 마케팅팀 등 수많은 유관 부서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내가 맡고 있는 우리 팀은 여전히 한 몸처럼, 그리고 치열하게 일한다.

그때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품질과 가치를 지향하며 더 많은 뛰어난 사람들과 가치를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고 일한다.


그럼에도, 초기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일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 작은 조직에서 끈끈하고 치열하고 아주 솔직하게 일했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내 커리어 성장의 자양분이다.


누군가 초기 스타트업 프로덕트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거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팀원들의 신뢰와 열정과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그리고 팀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터에서 UX디자이너에서 PO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