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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Aug 13. 2021

기후변화, 다 너 때문이야

기후변화로 내 인생은 너무 불편해졌다.

기후변화가 모조리 바꾼 내 인생, 너만 아니었다면 사는 게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텐데.


책상에 앉아서 눈을 감고 2 전을 떠올렸다. 하늘은 오늘처럼 푸르고 여름은 항상 더웠는데 우연하게 들은 기후변화 강연에서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조천호 박사님은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고   안에 기후는 돌이킬  없는 지경이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지구온난화 같은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귀를 닫았지만  거짓말 같던 사실들은  일상 곳곳을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내 꿈은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기'였는데 지금의 나는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산불,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기후난민 등등 그들의 불행에 일조했다는 일말의 죄책감은 나를 서서히 옥죄였다. 누군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건만 기후변화는 알면 알수록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남의 불행에 웃음을 짓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외면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어느새 나는 이 불편함이 익숙해졌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깡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아주 많이 변했다. 자동차만큼이나 탄소발자국이 큰 동물들을 먹지 않고, 옷을 소비하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킬 때는 메뉴보다 음식과 함께 올 플라스틱 쓰레기를 걱정한다. 내 주위는 연애, 드라마, 취업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보다 자연스레 전국 각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내 인맥의 절반을 차지하고 집에서는 덕후처럼 기후변화 뉴스와 정책들을 열심히 읽는다. 입만 열면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고 공부를 싫어하던 나는 올해 기후변화를 공부하러 영국으로 떠난다.


2 전의 나라면  자리에서 도망쳐라고 말했을까? 아마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을 테지만 도망치는  나의 선택지가 아니다.


아무튼 나는 본래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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