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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Sep 11. 2022

나는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나나키 작가의 자기 자신을 키우는 이야기

나는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나나키란 ‘나는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의 줄임말이다. (이하. 나나키) 이 문장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책을 읽으며 만든 창조성 문장이다.   

  


 매년 다가오는 생일이지만, 2020년 10월 30일 문득 ‘다시 태어난다면 난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하는 일처럼 아이들이 커 가는 과정을 보듯 나를 잘 돌보고 잘 키워가고 싶었다. ‘잘’이라는 말이 참 어렵지만, 이 날부터 ‘새롭게’ 살고 싶었다. ‘오늘부터 1일이다.’ 0에서 1이 되는 순간. 0.00000000001이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것, 나를 잘 돌봐야겠다고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나를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     

 생일날 아침. 딸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구수한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시는 엄마에게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물었다. 엄마는 “너는 내가 집 근처에 있는 조산소에서 낳았지. 아침에 진통이 있어서 외할머니에게 이제 곧 아이가 나올 것 같다고 전화를 드리고, 조산소에 걸어갔어. 아빠는 그 당시 가게 문을 열고 일을 하고 있어서 엄마 혼자 갔지.     


 조산소에 가서 조금 있으니까 조산사분이 아이가 곧 나올 것 같은데 유도제를 맞겠냐고 물어보더구나. 침대에 누워서 유도제를 맞았는데 진통도 오래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조산사의 말에 호흡을 하고 힘을 주는 순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거지. 엄마는 그날 크게 힘들지도 않았는데, 네가 나와서 기뻤어. 그리고 외할머니와 함께 태어난 너를 포대기에 싸서 안고 집으로 왔었지.”라고 말씀하셨다.     


 엄마의 이야기는 담백했지만, 그 속에서도 엄마의 침착함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TV나 영화, 다른 사람들의 출산 에피소드를 들으면 그 순간순간의 고통과 급박함이 느껴졌는데, 나를 낳은 엄마의 출산 후기는 ‘걸어가서 나를 낳았고, 건강하게 집으로 귀가하셨다’는 것이다. 엄마의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담담함과 고통을 감내하고 아이를 출산한 강인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도 내 곁에서 다정하고, 든든하게 있어 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맞다. 내가 태어난 곳의 조산소 이름은 ‘박 조산소’였다. 시골의 작은 동네의 조산소. 나는 어릴 때 매번 ‘박조산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났다. 어린 나는 조산소가 뭘하는곳인지도 모르고 한글을 배울 때였다. 어릴 때 이 말을 듣고 참 많이 웃었었는데. 내기 태어난 곳이지만 태어날 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날을 머릿속으로 그 장소와 그 장면을 그려 본다.     


 루이스 L헤이는 “당신은 이 세상에 매우 중요한 이유로 태어났다.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이든 생명이든 태어나는 탄생의 과정은 매우 신비롭고 귀하다. 우리는 분명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엄마의 뱃속이 작으니까 이제 밖으로 나와야지.’ 엄마의 몸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존재가 된 것이다.     


 ‘나나키’라는 문장을 매일 한번 이상 말을 하고 적는다. 내가 나의 보호자가 된다면 어떻게 키울까? 우선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고 정서적인 안정이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생활패턴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맞춰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추가로 독서 습관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점점 적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맛있게 적당량을 먹고 소화가 잘되게 하는 것이다. 때에 맞춰서 규칙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 남편은 식사를 할 때, “많이 먹어.”라고 말하고, 나는 “맛있게 먹어.”라고 말한다. 나는 점심시간에 닭 가슴살과 샐러드를 챙겨 먹었고, 불필요한 간식을 끊고, 정말 필요한 단백질, 채소, 비타민 등을 챙겨주었다. 20대 후반까지 물을 잘 먹지 않아 변비나 속이 더부룩한 경우들이 있었는데 운동을 하며 물을 300ml부터 점점 늘려 하루에 1리터씩 마셨다.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된 습관으로 자정이 지난 후에 잠이 들었고, 퇴근 후 새벽을 즐겼다. 새벽에 잠이 들기 때문에 새벽 기상은 꿈도 못 꿀 정도였고, 출근 전에 겨우 일어났다. 늦게 자니 당연히 늦게 일어나는 법.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한다는 것을 30대가 넘어서 알았다. 그토록 자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했을 텐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잠이 많던 어린 시절, 청소년기에도 아침에 엄마에게 버럭 “왜 이렇게 늦게 깨웠냐고, 지각이잖아.”라고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엄마는 내가 일어날 시간에 깨워주었지만, 나는 30분만, 10분만, 5분만 하며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이젠 스스로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지만 엄마의 다정했던 목소리가 참 그립다. 이젠 앞으로의 30년 동안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나라는 아이는 아침에 모닝 페이지를 적는다. 아침의 모닝 페이지는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3페이지 정도 적는 것이다. 때론 그림을 그리며 내가 살아갈 하루를 그렸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마음가짐과 해야 할 일들도 쓰게 되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변화된 것은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마음을 보았고,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글로 풀어내며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관심 가지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주기 시작했다. 아티스트 데이트인 샘이다.     



 새벽 기상을 하면서 새벽하늘 바라보기, 따뜻한 물 마시기, 모닝 페이지 쓰기, 폼롤러 스트레칭하기, 아침 강의 듣기, 출근길 독서, 산책 등 다양한 루틴들을 시도했다. 루틴은 자신의 흥미와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자기 계발에 끝이 없었고, 나에게는 ‘Must’와 ‘Work’이 있었다. 해야 한다와 To do list들이 일처럼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재미는? 좋아하는 것은?이라는 물음이 따라 나왔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책처럼 그저 하루하루를 채워서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라는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며 스파르타로 키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정한 어머니의 상, 그리고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스스로를 믿고 책임을 지며 사는 삶을 꿈꾸었는데 루틴을 만들고, 해야 할 일 들이 늘어나다 보니 강도가 높았다. 습관을 길러주었지만 점점 지쳐갔다. 앞만 보고 달리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 맞게 구성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리셋(reset)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루틴 중 지속해야 할 것과 빼고 다른 것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넣자고. 이제 여유도 생기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생겼는데도 바쁜 삶만 쫓다 보니 추구하는 삶 속에 본질을 잊었던 것이다.   

  


 20대엔 사회복지, 아동, 청소년을 전공했고, 30대 심리 상담을 배우고, 내가 살고자 코칭을 배웠다. ‘모든 사람은 창조적이고, 자원이 풍부하고, 전인적이다’라는 코칭철학과 코칭 원리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 안에 가능성이 있고, 창조적인 존재라고 믿으니 한번 해볼까?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항상 내가 어떻게 해. 나는 잘 못하는데. 너 먼저 해봐’하며 한 발 짝 뒤로 물러 섰는데, ‘한번 해볼까?’라고 마음먹고, 글로 적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조금 더 가까이 현실이 다가왔다.     


 반복해서 가져가야 할 습관도 있지만, 삶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욕구와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삶을 계획하면서 작은 것부터 꾸준히 하면서 나와 신뢰를 쌓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번에 세팅한 나의 루틴은 휴식도 포함이 되어있고, 나에게 의사를 물어본다. 의무, 강제가 아닌, ‘너 오늘 책 읽고 싶어? 어떤 책 읽고 싶어?’하며 물어봐주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눈이 피곤할 때는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하기 싫은 것은 속도가 안 나고, 더디기만 하다. 루틴도 나의 삶도 ‘목적, 목표, 흥미, 욕구, 필요성’ 다섯 가지 요소가 포함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누구보다도 자신을 아껴주고, 이해해 줄 것이다. 또한 거짓보다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진실도 스스로 인정해주며 살아가고 싶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몸 마음 건강히 부디 잘 살아주길 바란다.     



어린 나를 사랑해 주기를

여린 나를 보듬어 주기를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기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기를

몸과 마음이 편안하기를

좋은 먹거리와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를

해맑게 웃는 얼굴로 마주하기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자애명상으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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