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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Jul 03. 2024

15개월 아이의 첫 사회생활

어린이집에 가게 된 걸 축하해 


7월. 아기가 15개월이 되었다. 엄마의 복직으로 아이도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의 품을 떠나 어린이집이라는 곳에 가게 될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아장아장 걸어서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웃으며 가는 모습, 엄마 품에 안겨서 꽃 구경하며 가는 모습, 문 앞에서 엄마 바이바이~ 하며 인사하는 모습, 조금 더 커서는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모습, 때론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우는 모습, 떨어지지 않으려고 떼쓰는 모습, 어린이집이 좋아서 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 모습.


아이의 다양한 모습들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아이와 떨어지는 거니까 슬프고,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런 생각은 0.2%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적응을 잘할 거라고 믿어서였을까. 아이와 여행도 많이 다녔고, 마트, 놀이실, 문화센터, 외할머니네, 할머니네 다양한 곳을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걱정되지 않았다. 엄마가 운동 다녀온다고 했을 때도 아이는 아빠와 함께 했고, 엄마가 돌아왔을 때 마음껏 안아주고 놀아주었기에 '노 프로블럼(No Problem)'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TV나 매체를 통해서 어린이집 학대에 대해서 언급될 때마다 불신과 불안이 올라온다. 그럼에도 아이가 다니기에 안전한 곳인지, 선생님은 좋으신지,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인지 보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보내는 내 마음도 편하니까.


출근해야 하는 엄마는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시간도 아니라 아쉽기도 하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아빠가 있어서 든든하다. 나의 불안 요소를 줄여줄 사람이기에. 여름철 수족구가 유행이라고 하길래 걱정은 되지만, 아이가 면역력이 좋아서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첫날,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거부감 없이 같이 어린이집으로 들어갔고, 엄마 아빠와 자연스럽게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아이가 선생님과 같은 반 여자친구와 잘 노는 걸 확인하고, 아이의 반에서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10분 남짓 지났는데도 엄마, 아빠를 찾지 않는다. 남편은 아이가 찾지 않는다고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아빠는 찾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이가 노는 곳으로 나갔더니,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건네준다. 역시 엄마가 좋지? 1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머물렀고 아이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가기 싫어하는 표현도 아직은 잘 못한다. 내일은 문 앞에서 인사하고 헤어질 텐데 잘할 수 있을까? 내일이 기대가 된다. 이왕 하는 거 걱정보다 기대하며 설레고 싶다. 


둘째 날, 비가 많이 내려 우산을 쓰고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낮잠 이불, 기저귀를 챙겨가니, 그냥 갔다 오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지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 앞에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엄마 아빠 바이바이~ 말하는데도, 뒤도 안 돌아보고 쌩~ 하고 장난감 보고 들어간다. '요 녀석 어린이집에 장난감도 많고 재밌어하는구나! 엄마아빠는 안중에도 없구나.' 예상은 했지만, 주도적이고 호기심이 많다며 마음을 다독였다. 적응 기간이니 1시간 정도 엄마, 아빠 없이 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역시 울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친구와 누나와 잘 놀았다고 한다. 


아이가 또래보다 큰 편이어서 누나들이 아이보다 작거나 키가 비슷하단다. 누나들이 동생 보고 귀여워서 안고, 뽀뽀까지 하려고 했는데 어색했는지 뽀뽀는 피했다고 한다. 뽀뽀는 엄마 꺼야 ㅎㅎ "신기하고 재밌지? 내일도 가서 재밌게 놀자!"



셋째 날, 아이와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던 중. 외할아버지를 만났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니까 이것도 좋구나! 외할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인사하고, 신발을 벗자마자 쌩~ 하고 들어갔다. 장난감 싱크대를 만지며 재밌게 노는 아이. 집에 있는 장난감보다도 종류도 많고, 또래 아이들이 있으니까 더 좋은가보다. 아이를 보내고, 마지막 연차를 즐기기 위해 남편과 광안리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브런치 가게. 연애하듯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도 나누었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 달 일찍 보낼걸 그랬나? 그럼 엄마 아빠가 데이트하고 좋잖아~"

"그럴걸 그랬나? 그런데, 매일 어린이집 보내고 브런치 먹는 건 맛이 없을 수도 있어. 오늘이 마지막 휴가니까 특별한 거지. 나도 내일 출근하고, 당신도 아이 적응기간 지나면 또 새로운 걸 해봐. 자는 것도 좋지만 치과 치료도 받고, 배우고 싶은 거 있으면 배워봐."

"커피, 바리스타 배워보고 싶어. 국비 지원도 되고. 우리 청약된 곳에 이사 가서 브런치 가게 할까?"

"오! 그것도 좋다. 브런치가게 하면서 아이 마칠 때쯤 우리도 가게 마감하고 아이와 보내는 것도."


남편과 예전부터 이사 가면 가게를 오픈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은 브런치나 디저트 만드는 과정도 있으니까 남편이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시간 정도 카페에 머무르다 집 근처로 왔다. 2시간 반이 흐른 후 아이를 데리러 갔다.


엄마 아빠가 왔다고 해도 다른 장난감 구경하고, 형, 누나반에 아이에게 뭐라고 말한다고 바쁘다. (똑똑똑 저기요? 엄마, 아빠 안 보이니?) 드디어 엄마 아빠를 발견했다!  선생님께서 "오늘 요리활동을 했는데 치즈도 먹고 먹방을 찍었다"며 이야기하신다. 집에서 먹던 솜씨를 여기서도 발휘한 거야? 오늘은 아이가 오전 간식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왔다. 어제, 오늘 잘 먹었는지 응가도 많이 했다. 집에 와서 응가해서 천만다행이야.


아이 낮잠을 재우기 위해서 엄마가 침대에서 뒹굴 거렸다. 누워서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척도 하고, 사운드북을 보며 웃으니 자연스레 침대로 올라온다. 엄마랑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이 넘쳐난다. 즐거운 우리 집. 내일부터는 우리 가족이 각각 다른 곳에 있겠지만,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아빠는 집에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엄마는 직장에서.


아빠는 엄마가 없으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 '뭐. 엄마가 집에서 잔소리를 하니까 없으면 더 좋을 테지만. 같이 있다가 없는 집이 허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 가족은 주도적이고 씩씩하니까. 아빠도 물론 씩씩하게 하루를 잘 보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왜 아이를 걱정하지 않고, 남편을 걱정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에게.

지금은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곤히 잠이 들었지.


"어린이집은 어때? 재밌어? 선생님은 어때? 친구랑 노니까 재밌어?

오늘은 어떤 장난감 가지고 놀았어? 밥은 뭐 먹었어? 제일 재밌었던 일은 뭐야?"

물어보고 싶은데 너무 많아.

아직 말은 못 하지만, 어린이집 다녀온 너의 얼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

재밌어서 더 놀고 싶은 표정.

어린이집이든, 커서 학교든 네가 가서 놀고, 배우는 걸 좋아했으면 좋겠어.

엄마가 일과 중에 없으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책을 읽어주고, 눈 마주치고 이야기는 못해줄 거야. 

그래도 엄마가 회사 다녀와서 많이 놀아주고 안아줄게. 물론, 네가 좋아하는 책도 자기 전까지 많이 읽어줄게.

그러려면 엄마도 회사 가서 일 집중해서 빨리 하고, 빨리 퇴근해야겠지!

엄마가 회사 가서 돈 많이 벌어 올게. 그래야 네가 먹고 싶다는 것도 해주고, 재미있는데 놀러 다니지.

네가 엄마가 필요하고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할 때는 엄마가 언제든 너에 곁에 있어줄게.

지금은 선생님, 친구, 누나, 형들과 재밌게 놀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가 매일 말하는 거 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자."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 지금은 언제든 달려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아빠한테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빨리 데리러 가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고 했어.

아빠랑 둘이 데이트도 하고, 재밌는 곳에도 놀러 가렴.

매일 글을 쓰듯 너에게도 편지를 남길게.

커서 네가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수 있길 바라며


2024.07.03

사랑하는 엄마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면, 언제든 글을 쓰고 남길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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