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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Nov 30. 2024

아프지만 괜찮아.

아로마 마사지를 받으며...



지난 주말 연차를 내고, 우리 가족 셋이서 여수 순천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은 운전을 도맡아 했고, 나는 뒷좌석에서 아이를 케어했다. 아이를 낳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한 달에 한 번 가족여행이다. 가족여행을 못 갈 때는 카라반에서 1박을 하고, 수목원이나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갔다.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인터넷 서점에 예판이 시작되었다. 출간 예정일은 11월 28일이었는데, 10일이나 앞서 인터넷 서점에 출간이 되었다. 3년 동안 글을 쓰면서 꿈꿔왔던 순간인데, 오히려 담담하기만 하다. 꿈이었지만, 매일 꾸는 꿈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내 책을 보면서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어 본다.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다! (중략)



이번 여행은 여수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 순천만 국가정원 관람을 할 예정이었다. 차로 3-4시간 214km를 운전해서 왔다. 아침 일정이 있어서 늦게 출발했는데, 여수에 도착하고 나니 2시쯤이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어! 마사지받는 데가 있네. 오늘 저녁에 마사지받아 볼래?"

"응?? 생각지도 못했는걸? 받으면 좋지만, 음. 생각 좀 해볼게."


남편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버벅 거렸다. 

마사지받으면 좋지만, 대중탕도 안 가는 나에겐 내 몸을 보여주는 것과 누가 만져주는 건 어색한 일이었다.

마사지받은 기억은 대만 여행지에서의 발 마사지, 출산 후 조리원에서 전신 마사지뿐이었다. 


대만 여행지에서의 발 마사지는 너무 많이 걸어서 발이 퉁퉁 부은 상태로 받았다. 

그런데, 발바닥에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 발 마사지를 하면서 두 주먹을 얼마나 불끈 쥐었는지 모른다. 참다 참다 이 사람을 차면 어떻게 하나 불안 불안했다. 간지러울 때는 "아아.. 좀..... 간지러워요." 요정도? 


두 번째 출산 후 조리원에서의 마사지는 전신 마사지였다. 

나는 달랑 팬티만 입고 천장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부끄럽고 긴장이 되던지. 처지고 멍든 배. 

관리사님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 계속 말을 하셨다. 

젖몸살 하지 말라고 딱딱한 가슴을 주무르고, 피융 피융 하고 하얀 모유가 잘 나온다며 기뻐하시는데.

정작 나는 두 팔을 만세하고 벌거벗은 채로 천장을 보고 있는데, 수치심과 아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걸 경험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나중에는 '난 누구? 여긴 어디?' 포기한 채로 누워있었다. 


나에게 마사지는 우아하게 힐링하면서 받는 마사지가 아니라 아프고, 부끄럽고, 고통이 따르는 추억이 있다. 그래서 남편의 "마사지받을래?"라는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 글을 썼다는 건, 마사지를 받았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제 마사지받은 썰을 풀어 보려고 한다.




저녁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에 피곤했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눈이 다 풀렸었다. 다들 씻고 잘 준비를 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니 마사지 예약시간이다. 


남편은 "우리는 여기서 잘 쉬고 자고 있을 테니, 마사지받으면서 한숨 푹 자고 와. (뜸을 들이더니) 

음. 그런데, 아마 아파서 잠이 안 올걸? ㅎㅎ" 


나는 "나를 위한 마사지 맞니? 10월에 내 생일엔 당신이 좋아하는 곳, 당신이 먹고 싶은 걸 다 먹게 해 주었는데, 당신 생일 겸 온 여행인데. 나 맛있는 거 먹이고, 나 마사지받고 힐링하라고 해주는 거야? 당신 믿고 마사지받고 올게." 하며 마사지 샾이 있는 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하트배경에 곰돌이가 반겨주었다. 왼쪽으로 마사지샵 데스크가 있는 곳으로 갔다. 호텔 방문이 신발이나 발받침 같은 걸로 받쳐져 있었다. 안에 마사지 관리사님이 마사지를 하고 있는 듯했다.

조명은 어둡고, 마사지 샾의 분위기를 몰랐기에 무서움이 몰려왔다. 아무도 안 보이는데, 허공에다 대고, 


"저기. 예약하고 왔는데 밖에서 기다리면 될까요?"라고 허공에다 말을 걸었다.

부스럭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한분이 나왔다. 

무슨 마사지를 받을 건지 물어보아 아로마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 결제를 하고 따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팬티 입어" 하며 비닐봉지에 담긴 까만 팬티를 주고 나가셨다.


이곳은 어디? 또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스캔을 했다. 

침대 위에 커다란 수건과 팬티 한 장.

'내 팬티를 입고 이상한 부직포 같이 생긴 팬티를 입어야 하나.

샤워를 해야 하나.

옷을 입고 있어야 하나'  머릿속엔 물음표가 계속 떠올랐다.


다행히 샤워를 하고 갔으니, 샤워는 안 했고, 팬티 위에 팬티를 입고, 옷을 입은 채로 기다렸다.

10분 남짓 기다렸을까. 관리사님이 왔다. 옷을 벗고 팬티를 입은 채로 엎드려 누웠다. 

나는 그저 엎드려서 침대 속으로 난 구멍에 얼굴을 넣고 숨만 뻐꿈뻐꿈 쉬고 있었다.


(관리사님은 다년간 마사지 경험이 많겠지만, 전 어색하다고요.)


어디가 안 좋은지 물어보셔서 "목이랑 허리가 안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마사지를 받으면 받을수록 모든 곳이 다 안 좋았다. 

등을 만지는데도 정말 피곤할 때 등이 뭉치고 아픈 것처럼, 

관리사님의 마사지를 하는 주먹 쥔 손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무를 대패로 깎아 내는 고통이 느껴졌다. 

역시나 잠시 느끼는 수치심을 뒤로하고, 난 고통과 마주했다.

등도 안 좋고, 팔 마사지하는데도 상체에 딱! 독감 주사 맞는 윗 팔의 중앙이 너무 아팠다. 

분명히 손으로 하는 건데 손이 아니라 딱딱한 괄사처럼 손힘이 보통이 아니셨다.

내 가녀린 팔로 아기를 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많이 했던 순간순간이 지나갔다.

무거운 휴대폰도 자주 들여다보니 팔도 어깨도 매일 뭉치고 피곤했던 것이었다.


등, 팔, 허리로 내려갈수록 아팠다가 긴장했다가 고통스러웠다가 얼얼했다가 시원해지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듣는 말은 비슷했다.


"여기 아파?"

"아!!! 네.... 조금 살살해주세요."

"원래 여기 아파. 조금만 참아. 나중에 괜찮아. 시원해."

"어어.. 아. 어어. 아!"


(아. 그건 알지만, 고통과 마주하니 내가 괜히 받았나 싶었다가 고통스러움에 마사지를 시켜준다고 했던 웃고 있던 남편 얼굴이 떠올랐다! 날 골탕 먹이려고!!! ㅎㅎ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사지의 아픔을 잊고자 생각에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물었다.)

 

마사지 시간이 60분과 90분이 있었는데, 60분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빨리 이 고통이 멈춰줬으면, 고통이 빨리 사라졌으면 하고 기도했다.


허리 힘이 없으니 가끔 배가 이티처럼 나오고 허리가 쏙 들어간다. 

특히나 13kg이 넘는 아기를 안을 때의 내 팔이 버텨주던 고통이 느껴졌다.

허리가 아프고, 팔이 아프고, 무릎이 시큰하고, 다리가 붓는 건 아마도 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신호였다.


허리, 엉덩이, 다리, 발. 허리는 부러질 것 같고 욱신 거렸다. 엉덩이 마사지인데 다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엉덩이 근육이 많이 뭉친 것이다. 평소 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붓기였고,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던 나에 대한 복수와도 같았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반성중이다. 오래 책상 위에 앉혀두어서 미안한 마음.)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긴장을 풀면, 고통이 느껴졌다. 힘을 빼라고 하는데 어떻게 빼는 걸까. 발 마사지는커녕 발바닥에 손이 스치기만 해도 웃음이 났다. 


마사지 관리사님은 한국 분이 아니셨다. 태국분 같았는데. 

이 분이 한 말이 마사지가 끝나고도 귓전에 맴돌았다.


"여기 아파?"

"원래 여기 아파."

"조금만 참아."

"힘빼."

"나중에 괜찮아. 시원해."




내가 생각하는 마사지에 대한 30%의 망설임은 내 삶에도 동일하게 존재했다.

결혼하고 안전지대에서 지내고 싶어서 귀찮거나 고통스러운 일은 안 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육아와 살림과 책을 쓰는 일은 계속했으니.


우리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고통을 감내할 인내심이 필요하다.

고통이 없는 성공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인생은 고통을 감내하고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을 학대하듯이 하는 도전은 줄이려고 한다.


마사지에 경험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던져보자.

그래. 아프고 몸살처럼 몸이 으리으리하지만, 그래도 피로가 풀리잖아.

힘을 빼면 되는데 늘 긴장만 하고 살아왔네.

긴장을 푼다고 해도 내 몸이 긴장되고 경직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갈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과 이겨내야 할 고통들이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계속 긴장하고 살아갈 순 없잖아.
오히려 힘들 때, 고통스러울 때 힘을 빼는 연습을 하자.
괜찮아. 지나고 나면 안 아파, 시원해져. 해결되어 있어.


마사지가 다 끝날쯤에 몸이 전체적으로 시원해진 것도 있었지만,

눈을 다 풀렸고, 그 고통 속에서도 일부는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부스스해진 머리, 어딘가 맞은 것 같은 우리 함이 있었다. 


마사지를 받고 가족들 곁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시 깼을 때, 우리 가족 셋이 나란히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했다. 새벽 일정을 마치고 다시 곤히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당신아. 당신 자는 거 보니까. 피로가 다 풀린 것처럼 너무 행복하게 자던걸?"


남편은 내가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때론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23년에는 출산을, 2024년에는 출간을.

큰 산을 넘고 몸살을 앓듯 앓았던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내 몸은 어떻게 삶을 유연하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힘을 빼는 것, 고통을 즐기는 것, 쉬어가는 것'을 기억해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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