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선라이즈'에서 나오는 에단 호크의 대사처럼 '그 때 그 사람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러면 떠오르는 몇명의 사람들에게 나는 안부가 묻고 싶어진다. 이미 옛적에 지나간 인연이라 번호도 ,주소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왠지 언젠가 연락이 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상대방도 가끔은 나를 떠올릴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꿈처럼 젖어든다. 영화 속 연인이 된 기분.
허나 우리가 그때 만났더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리 오래 만나진 못했을 것이고 설령 꽤 오래 만났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같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내 연애는 줄곧 그래왔고 내 감정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끝날 인연이었다고 생각이 들면 아쉬움이 그리고 호기심이 퍽 사라진다. 영화는 끝이 나고 극장 밖으로 나갈 시간.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들 결국 비슷한 사람이고 그 때의 나는 이러나저러나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시기의 우리는 - 아무래도 정해진 대로 - 그 시기의 우리처럼 끝이 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