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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Nov 29. 2022

참 오래 걸린 마음


일을 하다보면 회의감에 빠지곤 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게 맞나, 왜 하필 경찰이 되려고 했을까, 학교나 끝까지 다닐 걸 그랬나,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내 인생을 되돌아보곤 했다. 점점 생각은 과거로 되돌아가서 내가 처음 경찰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뒀던 그 순간을 원망하기도 했다. 내 인생을 미련과 후회로 이끌었던 순간. 언젠가부턴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졌었다.


2018년, 패기롭게 휴학계를 내고 경찰시험을 준비할 땐 합격만 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대학만 가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학교에서 도망친 것처럼, 경찰시험도 마찬가지였다. 막상의 경찰 일은 생각과 달랐고 내가 경찰을 하겠다며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얻었을 기회들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일이 힘들 때면 그런 기회들이 더욱 아쉬워졌고 학교를 마무리하지 않고 일을 시작한 것을 퍽 후회했었다. 


일을 시작하고 1년, 2년, 3년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도 나는 일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지만 회의감은 때가 됐다는 듯 이따금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제방에 구멍 뚫리듯 무참히 무너졌고 사나흘을 우울해했다. 물에 잠긴 듯 먹먹한 우울감 속에서 난 학교로 돌아가면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무너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동안 학교로 돌아갈지, 그냥 일을 계속할지, 내가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올해 28살이 되었을 때 더 늦으면 아예 학교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복학해도 졸업하면 30살이었는데 30이라는 숫자가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일단 다시 돌아가보자, 다시 돌아가서 일과 병행하면서 어떤지 직접 경험이나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복학을 결심했다.


현실은 우스웠다. 난 학교에만 가면 인생에 활력이 넘치고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안고 돌아간 학교에서 오히려 난 정말 이 학교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전혀 공부 하고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는 전공들과 그 결과로 내게 주어질 미래를 생각하니 진절머리가 났다. 내가 그 당시 학교를 떠나려고 복수전공이며 대외활동이며 이 일 저 일 다 해봤던 이유, 그리고 마침내 경찰을 하려고 했던, 잊고있던 그 이유들이 생각이 났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수많았던 불안과 고민들이 떠올랐다. 마침내 목표를 정했을 때의 안도감도 생각이 났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쉽게 흔들리는 사람인가 보다. 그 때의 불안과 지금의 불안이 같은 모양이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불안. 


대학시절에는 지금 이 전공을 내가 계속 배우는게 맞나, 대학을 졸업하는게 맞나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불안이었다. 끊임없는 진로고민에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서 내 길을 찾아야한다는 불안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때의 정답은 빨리 이 배에서 내리는 것,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사히 도망치는데는 성공했지만, 다시 같은 불안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불안.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나, 나에게 더 나은 일이 있지 않을까, 미래에도 이 일이 충분히 안정적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불안이었다. 다시 또 정답은 도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을까. 과거의 나의 선택이 틀렸다고 의심하고 이곳에서 도망쳐 다시 돌아가야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다시 돌아간 곳엔 정답이 없었다. 오히려 과거의 내가 옳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을 뿐이다. 난 내 불안의 정체를 깨달았고, 지금의 정답을 알 것 같았다.


자리를 지키는 것. 당시 내가 한 나의 선택을 믿는 것. 같은 불안에 여전히 흔들리지만 나는 다른 답을 찾았다. 


나의 선택이 맞았다는 확신. 복학해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내 포부는 결국 실패였지만, 그건 다른 의미로 유익했다. 막연했던 기대가 무너짐과 동시에 과거의 나의 선택에 확신이 들자, 내가 이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알게 되었다. 분명 내 선택에 대해 의심하며 내 삶이 흔들리던 시기도 있었다. 과거를 반복하며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후회를 늘어뜨렸었다. 이젠 내가 처음 경찰을 하고자 마음 먹었던 순간, 그 순간의 결정에 고맙다. 덕분에 나는 꽤 빨리 이 일을 시작했고 그건 내 인생에 큰 메리트가 되어주고 있다. 


삶에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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