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직 _ 3
남은 기간 내가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내가 그 시험에 붙을 줄 몰랐으니까 말이다. 나도 내 방법에 확신이 없었는데 어떻게 남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형이 공부하던 시절,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형은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괜찮아, 이번 시험은 내 시험이 아니었던거지."
정말로 괜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형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에 아주 아주 놀랐다. 그렇게 쉽게 멘탈을 잡을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저 한 문장으로 모두 다 괜찮아지는 것일까. 그런데 내가 막상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저 말이 참 많은 힘이 되더라.
'그래, 언젠가 내 시험이 있을 것이고 나는 그 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 형이 그랬던 것처럼."
형은 내게 저 말을 하고 다다음 시험에 마침내 자기 시험을 치르고 경찰에 합격했다. 그리고 형이 합격하고 반년정도가 지난 후, 나도 경찰에 합격했다.
첫 시험에 붙은 것은 정말 엄청난 운이었다고, 남들에겐 그렇게 얘기했다. 하지만 난 운도 있었지만 사실 습관이 잘 잡혀있었기에 붙을 수 있었고 멘탈 관리를 잘 했기에 붙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게 남들한테 난 원래부터 똑똑하고 남달라서 니들보다 빨리 붙은 거다 라고 들릴까봐 어디가서 떠들어대고 다니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실 운이 좋았던 것도 거짓말은 아니니까.
그렇게 난 직업으로서 경찰 흉장을 달고 있다. 어깨 위 견장을 짊어지고 머리 위에 모자에 짓눌린 채 허리춤의 권총에 질질 끌려다니며 옥죄이는 봉사정신과 사명감 속에서, 흉장을 움켜쥔 채 경찰을 버텨내고 있다. 입직할 때 미열처럼 지끈거리던 환상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다행히 옷이 마음에 잘 맞아 잔잔하게 느껴지는 재미로 내 첫 직장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그래도 알게모르게 가슴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며 숨이 가파르게 목젓을 당기는 순간들이 있다. 햇병아리 경찰관이지만, 그래도 혹은 그래서 더욱, 심장에서 경찰 배찌가 반짝이는 기분.
나는 경찰관이다.